초등생 성폭행 범인 검거 '숨가쁜 30시간'

송창헌 2012. 8. 3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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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징검다리 태풍으로 전국이 떠들썩 하던 30일 오전 7시30분께. 전남 나주경찰서 영산파출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딸 아이가 없어졌어요." 엄마로 보이는 30대 여성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흘러들었다. 당황하고 다급한 기색이 느껴졌다. 전형적인 아동 실종신고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5분 거리에 있는 피해자 집으로 향했다. 집안 구석구석 뒤졌지만 7살 딸아이는 찾을 수 없었다. 실족했을까봐 화장실도 살펴보고, 세탁기도 열어봤지만 헛수고였다.

"뭔가 잘못됐다." 집안은 수색하던 경찰관들은 직감했다. 강한 바람에 호우까지 쏟아지는 악천후에다 특히, 실종된 아이가 여자아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사안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출동 경찰관들은 즉각 관할경찰서에 상황보고를 타전했고, '아동 납치사건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나주경찰서는 곧바로 전의경 등 100여 명을 투입해 집주변을 수색했지만 이렇다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사건의 심각성을 느낀 경찰은 전남경찰청에 증원을 요청했고 오전 11시께 100여명을 추가 지원받아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벌여 신고 6시간여만인 오후 12시55분께 B양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A양은 태풍 덴빈이 쏟아낸 비에 흠뻑 젖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알몸으로 덜덜 떨고 있었다.

A양의 몸은 멍자국이 선명했고 주변에서는 찢어진 속옷도 함께 발견됐다. 또 병원으로 옮겨진 A양은 응급치료를 받았고, 진단 결과 직장 파열과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 실종사건이 '초등생 납치 성폭행'이라는 강력 범죄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사건은 언론 보도를 타고 세상에 알려졌고,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국민적 분노가 일자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이 경찰은 곧바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 뒤 A양 부모의 지인과 성폭행 전과자, 정신질환자 등을 상대로 신속하면서도 광범위한 수사를 펼치기 시작했다.

A양이 '삼촌'이라고 지칭한 점, 옷차림 등을 소상히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용의자를 스포츠형 머리를 한 20-30대 남성으로 특정하고 주변 탐문에 나섰다.

그리고 한 남성으로부터 '비슷한 사람이 인근 PC방을 자주 다닌다'는 것을 알아냈고, PC방에 찾아가 고모(24)씨의 이름과 즐겨찾는 순천의 PC방까지 확인했다.

경찰은 곧바로 밤 9시께 순천의 PC방으로 출동해 밤샘 잠복에 돌입했다. 경찰은 또 순천의 PC방에서 고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수건과 속옷 등을 발견하고 고씨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예상은 적중했고, 경찰의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주에서 범행을 저지른 고씨는 찜질방에서 잠을 자고 다음 날인 31일 일어나 광주로 이동해 자신의 일터가 있는 순천으로 돌아왔다.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고씨는 즐겨찾던 PC방을 찾았고 잠복해 있던 경찰에 현장에서 검거됐다. 서른 시간의 숨가쁜 추격전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자칫 장기화될 뻔한 사건도 조기에 일단락됐다.

검거 당시 범행을 부인하던 고씨는 순천에서 나주경찰서로 압송되는 1시간 남짓 경찰 호송차량 안에서 "술 때문에 그랬다. 잘못했다"고 하며 범행을 자백했다. 죄책감 때문인지 내내 고개를 떨궜지만 이미 '늦은 후회'였다.

경찰은 성폭력 범죄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된 고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와 정확한 경위를 추궁한 뒤 1일 오전 현장검증을 거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씨는 30일 오전 1시30분께 나주의 한 지역 A양의 집에 침입, 잠을 자고 있던 A양을 이불째 납치해 인근 지역 다리 밑에서 성폭행한 혐의다.

hgryu7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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