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등생 아버지 눈물 "정말 착한 아이.."

입력 2012. 8. 31. 20:00 수정 2012. 9. 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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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주 7살 초등생 성폭행 사건

피시방서 피해자 어머니 알게돼 함께 어울리며 집안 사정 파악

잠겨있지 않던 출입문 통해 범행 누리꾼들 "강력 처벌" 서명운동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뿐입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잠을 자던 중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ㄱ(7·초등1)양의 아버지(41)는 31일 딸이 응급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망연자실했다. ㄱ양의 집은 전남 나주시 영산대교 북쪽 굴다리 부근으로 1층짜리 허름한 단독주택들이 들어선 상가에 위치해 있다. ㄱ양의 아버지는 "활발하고 똑똑한 아이였는데…, 정말 착하고 언니·오빠하고도 잘 지내는 아이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언니(12·초등6)와 오빠(11·초등5)는 "지난번에 수학도 100점을 맞았다"며 울먹였다.

■ 범행 직전, 피시방에서 피해자 엄마 만나

이날 경찰에 붙잡힌 성폭행범 고아무개(23)씨는 평소 마을 지리와 ㄱ양의 집안 사정을 꿰뚫고 있었다. 일용직 노동자인 고씨는 순천과 나주를 오가며 일감을 찾아다녔고, ㄱ양 집에서 불과 250m 떨어진 친척집에 자주 머물렀다. 고씨는 동네 피시방을 들락거리다 같은 피시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ㄱ양의 어머니를 알게 됐다. 고씨는 만남이 잦아진 ㄱ양 어머니한테 집안 사정과 가족 관계 따위를 듣게 됐다.

고씨는 지난 29일 저녁 술을 많이 마시고 밤 11시반께 피시방에 들렀다가 ㄱ양 어머니를 만나자 범행을 꾸몄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고씨는 당시 ㄱ양 어머니한테 "아이들이 잘 있느냐"고 물어본 뒤 30일 새벽 1시20분쯤 ㄱ양 어머니가 한창 게임에 빠져 있는 피시방을 빠져나왔다. 고씨는 곧바로 70m쯤 떨어진 ㄱ양의 집으로 향했다. ㄱ양의 집은 식당을 살림집으로 개조해 마당과 현관이 없는데도 안이 비치는 유리로 된 여닫이 출입문조차 잠겨 있지 않았다. 고씨는 인도에 맞닿은 출입문을 열고 거실 맨 바깥쪽에 잠들어 있던 ㄱ양을 이불째 싸서 납치했다. 집에서 인적이 드문 영산강 둔치로 가는 200여m의 골목길엔 폐쇄회로텔레비전 카메라는커녕 방범용 가로등조차 없었다.

태풍 영향으로 한밤중 쏟아지는 빗속에 납치된 ㄱ양은 극도의 공포와 추위에 떨어야 했다. ㄱ양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삼촌'이니까 괜찮다는 고씨한테 다리 밑으로 끌려가 몹쓸 짓을 당한 뒤 12시간 동안 방치되는 악몽을 겪어야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반 아이가 사라진 사실을 뒤늦게 안 부모의 신고를 받고 수색을 벌인 끝에 이날 오후 1시께 영산강 둑방길 부근에서 비에 흠뻑 젖은 이불을 덮고 잠자고 있는 ㄱ양을 발견했다. ㄱ양은 신발도 신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얼굴엔 멍이 들고 대장이 파열되는 등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는 처참한 상태였다. 범행 현장인 집에서 300m 떨어진 영산대교 교각 아래서는 ㄱ양의 속옷과 원피스도 찾아냈다.

경찰은 "고씨는 ㄱ양을 알고 있었지만, ㄱ양은 고씨를 몰랐다"고 확인했다. ㄱ양은 "영산강 둑방길 가로등 아래서 피의자의 얼굴을 봤다"며 "위아래 검은 옷을 입었고 사진을 보면 기억할 수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 "술김에 저질렀다"

경찰은 당시 피시방에 4명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연락이 되지 않던 고씨를 추적해 붙잡았다. 고씨는 범행 뒤 찜질방에 들렀다 광주를 거쳐 순천으로 달아났다. 고씨는 31일 오후 1시께 평소 잘 가던 순천의 한 피시방에서 태연하게 이 사건 관련 기사를 5분 정도 검색하다 잠복하고 있던 경찰한테 붙잡혔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고씨가 평소 모텔에 투숙하거나 피시방에 갔을 때도 일본식 아동 포르노를 즐겨봤다는 진술을 했다"며 "하지만 사건 당일 새벽에는 셋이서 소주 6병을 마시고 들어가 10여분 동안 피시방에 머물렀으나 '야동'을 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고향이 완도인 고씨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건설현장을 전전했다. 고씨는 주로 혼자서 피시방을 드나들며 게임을 즐겼고, 번 돈은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나주경찰서로 압송된 고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어왔지만, 다부진 체격에 꽤 건장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고씨의 범행 동기와 수법, 실행 등을 조사한 뒤 성폭력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과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범인이 집에 여자아이가 많다는 것을 알고 범행했을 것"이라며 "부모가 집을 비울 때는 남겨진 어린이에 대한 보호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술김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고씨의 말에 분노하고 있다. 고씨가 나주경찰서로 압송되는 순간 한 주민이 뛰어들어 얼굴을 가린 겉옷을 잡아채고 욕설을 퍼부었다. 주민 나아무개(72)씨는 "7살짜리가 뭘 안다고 그런 염병을 해"라며 혀를 찼다. 시민들은 온라인에서 피의자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신을 4살 딸아이를 둔 평범한 시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이날 다음 아고라에서 9월30일까지 10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나주/안관옥 정대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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