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계단서 여중생 성폭행.. 안전지대가 없다

2012. 8. 2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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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배달원 새벽 배달중 아파트까지 뒤따라와 범행

[동아일보]

최근 강력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여중생이 자신의 집 아파트 문앞 계단에서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범인은 이 아파트가 각 동마다 경비원이 배치되지 않고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출입문 보안장치도 없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다는 허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야식 배달원 이모 군(18)은 20일 오전 1시 반경 배달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가다 귀가하던 A 양(14)을 발견하고 오토바이를 아파트에 세워놓은 채 뒤따라갔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이 군은 A 양을 따라 내린 뒤 "소리 내지 말라"고 말로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피해 장소는 A 양의 집 반층 아래 계단.

피해 장소는 아파트 문에서 2m도 채 안 떨어져 소리를 지르면 가족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하지만 이 군의 협박에 겁을 먹은 A 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험상궂은 인상의 이 군은 키 175cm, 체중 85kg의 건장한 체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는 건물마다 경비원이 배치되지 않고 단지 안에 몇 군데 초소 형식으로 경비원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며 "이 때문에 이 군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A 양을 뒤따라 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건물 입구와 엘리베이터에는 CCTV가 있다.

이 군은 A 양이 겁에 질린 나머지 성폭행을 당하면서 비명을 지르지 못하자 이를 성관계를 허락한 것으로 착각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기기까지 했다. A 양의 부모는 딸이 집에 울면서 들어오기 전까지 성폭행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이 군은 A 양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최근 성폭행 등 흉악 범죄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의 손에 목숨을 잃은 이모 씨(37·여)는 자신의 집 안방에 숨어든 범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임신 8개월에 접어든 B 씨(26·여)가 15일 빈집털이범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장소도 인천 남동구에 있는 자신의 집이었다. B 씨의 남편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4년 동안 하루하루 꿈을 그리며 살아가던 곳에서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무서운 일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잇따른 집 근처 강력범죄에 시민들은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자취를 하고 있는 여대생 김모 씨(24)는 "집에 귀가할 때마다 대문 뒤에 누가 숨어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며 "친구들과 여럿이 함께 모여 사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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