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진환, 유족에 쓴 편지엔 "죽을 죄".. 유치장선 "원두커피 달라"

입력 2012. 8. 27. 03:12 수정 2012. 8. 27. 18: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본보 '서울 중곡동 주부살해범'의 편지 입수

[동아일보]

"제가 뭐 그 정도까지 변태인 줄 아세요?"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피의자 서진환(42·사진)은 '피식' 웃었다. 26일 광진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수사관이 "평소 피해자 집 인근을 서성이며 훔쳐봤다는 주민들의 진술이 있다"고 하자 서진환은 "내가 성폭행은 해도 몰래 훔쳐보는 짓은 하지 않는다"며 비웃었다.

서진환은 또 경찰에게 "사건 당일 왜 내 신발을 뺏고 남편의 슬리퍼를 신겼느냐"고 따졌다. 범행 직후 체포될 당시 경찰이 피해자의 피가 묻은 서진환의 하얀 운동화를 증거물품으로 압수하고 현장에 있던 슬리퍼를 신도록 한 것에 항의한 것이다. 서진환은 또 "내 방 컴퓨터에 야동(음란동영상) 있는 건 어떻게 알았느냐. 왜 마음대로 내 물건을 뒤졌느냐"며 "구치소에 가서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20일 전자발찌를 찬 채로 범행한 서진환은 경찰에서 이렇게 뻔뻔하게 행동하고 있다. 유치장에서도 그는 죄인이 아닌 일반인처럼 행동하고 있다. 현장검증 전까지 13끼를 거르며 경찰 조사를 거부했던 서진환은 25일 "구치소에 들어가면 면 종류를 먹기 어렵다"며 경찰에게 부탁해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었다. 또 면회를 온 지인에게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못 먹고 있다. 원두커피를 좀 사다 달라"고 요구했고 지인은 편의점 원두커피 10봉지와 사식을 함께 넣어줬다. 현장검증 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종일 누워만 있던 그는 요즘 샤워와 빨래도 하는 등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진과 유족 앞에서는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이중적인 행태다.

서진환은 26일 본보 기자가 "유족에게 할 얘기가 없느냐"고 묻자 "차마 뵐 면목이 없다"며 두 차례 인터뷰를 거절한 뒤 편지 형식으로 전해왔다. '피해자 유족분들께. 죄송합니다'라고 시작한 A4 용지 반 장 분량의 편지에서 그는 '전부는 아니지만 유족분이 어떤 심정인지 10분의 1은 헤아릴 수 있습니다. 살인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죄송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저 자신도 죽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고인이 불쌍합니다. 저 자신도 가슴이 아리고 슬픕니다. 백배 사죄드립니다'라고 썼다. 이 편지를 쓴 26일 오후 3시 반 직전에 서진환은 막 샤워와 빨래를 마쳤다고 한다.

경찰은 서진환이 언론을 의식해 이중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언론 보도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해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진환이 현장검증 전 단식을 한 건 언론에 얼굴이 나올 것에 대비해 굶어서 힘없는 모습을 연출한 속임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진환은 "계속 굶으면 죽는다"고 한 경찰에게 "예전 구치소에 있을 때 (징벌을 받은 뒤) 16일을 굶은 적이 있다. 목사도 100일 단식하고 그러지 않느냐.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서진환은 언론에 자기 얼굴이 드러나는 것에 극도로 민감했다"며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나'라는 질문도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서진환은 24일 현장검증을 거부하다 경찰이 전복죽을 사다 먹이고 담배를 피우게 한 끝에 '절대 얼굴이 공개돼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고 '허락'했다. 현장검증 당일에는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하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났다.

24일 현장검증 후 3시간 동안 서진환을 면담한 프로파일러는 "전형적인 강간범이다. 성적 욕구가 매우 높고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어떤 일이든 한다. 형을 마쳐도 재범 우려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서진환은 면담에서 "반항하지 않았으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 [채널A 영상] 뻔뻔한 주부 살해범 "마스크로 가려줘야 현장검증"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