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 "1997년 젝스키스, 내 마지막 전성기"

이은정 2012. 8. 2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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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7'서 도학찬 역

tvN '응답하라 1997'서 도학찬 역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드라마를 찍으며 1997년 젝스키스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아요. '아, 맞다. 그땐 그랬지'라고 공감되는 포인트가 많아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출연 중인 은지원(35)은 자신이 주름잡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연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이돌 그룹 1세대로 1990년대 H.O.T와 쌍벽을 이룬 젝스키스 출신. 젝스키스는 H.O.T가 등장한 이듬해인 1997년 데뷔해 2000년 5월 공식 해체까지 소녀 팬들의 우상으로 군림했다.

최근 인터뷰한 그는 "젝스키스는 연예인으로서 내 마지막 전성기"라며 "내 몸과 마음을 고려할 때 '제2의 전성기'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그때는 신비주의로 활동했고 철도 없어서 정말 연예인 같이 행동했다. 당시 스타라는 걸 실감했지만 어느새 동네 아저씨, 형이 됐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1997'은 바로 이 시절을 보낸 세대의 감성을 살뜰하게 끄집어냈다. 1997년 부산을 배경으로 당시 고등학생들의 아이돌 팬 문화를 통해 시대상을 생생하게 포착한 것. 시청률 3%를 돌파했고 영화 '건축학개론'에 이어 1990년대를 추억하는 흐름을 이끌고 있다.

당시 아이돌 스타였던 은지원은 이 드라마에서 '빠순이'(스타를 쫓아다니는 여학생을 일컫는 속어) 모유정(신소율 분)의 남자 친구 '도학찬'으로 등장한다.

그는 "조금 말이 안되는 건 당시 열성팬들은 남자 친구가 없었다는 점"이라며 "그때 팬들은 '남친=가수'였다"고 웃었다.

그러나 연기를 하면서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난 대목도 한두 장면이 아니라고 한다.

2000년 젝스키스 해체 소식으로 흥분한 팬들이 마지막 무대인 '드림콘서트' 현장에서 연예 프로그램 리포터 조영구의 차를 소속사 사장 차로 알고 부순 사건이 대사에 등장할 때, 1998년 H.O.T와 젝스키스의 '팬클럽 대첩'이 그려졌을 때다.

팬클럽 대첩은 그해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대상을 놓고 두 팬클럽이 신경전을 벌였으나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가 차지해 팬들이 '멘붕'(멘탈 붕괴)됐던 사건이다.

"당시 팬들의 신경전은 잘 모르겠지만 두 팀 중 '누가 상을 탈 것인가'로 긴장했던 기억이 나요. 그때 김종환 선배님이 상을 탔는데 멤버들끼리 '차라리 잘 됐다'고 말했죠. 하하."

실제 두 팀 간의 사이는 소원했다고 한다.

그는 "활동할 때는 전혀 안 친했다"며 "두 그룹이 해체하고 서른 살이 돼서야 친해졌다. 그때는 신비주의여서 방송사 대기실도 각각 썼고 예능 프로그램들도 여러 그룹을 섞지 않고 한 그룹을 통으로 출연시켰던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또 1998년 젝스키스가 출연한 영화 '세븐틴'을 관람하던 도학찬이 은지원의 연기에 대해 "쟤 연기 좀 심하지 않냐? 내가 해도 저것보다 낫겠다"란 대사를 할 때도 감회가 새로웠다고 한다.

그는 "'세븐틴'을 다시 보니 '내가 왜 저렇게 연기했지'란 생각이 들더라"며 "말투가 너무 낯설어서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연기해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진 않다"고 다시 웃었다.

그는 이 드라마에 출연하며 H.O.T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느꼈다고 했다. 여주인공 성시원(정은지)은 H.O.T 멤버 토니안의 열성팬으로 토니안의 본명인 안승호와 부인을 붙여 '안승부인'으로 불린다.

"H.O.T 멤버들이 이 드라마를 꼭 봤으면 좋겠어요. H.O.T는 아이돌의 정석이었고 10대의 우상이었죠. 젝스키스가 대중을 겨냥한 노래를 했다면 H.O.T는 10대를 위한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선보였어요. 특히 H.O.T의 팬들은 엄청난 단결력으로 지금의 팬클럽 문화도 다졌죠."

추억을 되새김질 하다보면 젝스키스 시절이 그립지 않을까.

"다시 젝스키스를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그립다기보다 인생을 바꾼 기회였죠. 하지만 아날로그 시절의 문화는 그리워요. 요즘은 팬들이 인터넷 등으로 가수와의 접근성이 높지만 그때 팬들은 팬레터를 보내고 가수를 보려고 오랜 시간 줄을 서고 음반 매장에서 번호표를 받아 CD를 샀죠."

은지원은 KBS 2TV '1박 2일'에서 인연을 맺은 이우정 작가가 드라마를 준비한다고 하자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채 '오케이(OK)' 했다.

그는 앞선 작품에서 '발연기'를 펼쳤던 자신을 캐스팅한 제작진이 오히려 놀랍다며 웃었다.

"나이를 먹은 때문인지, 제작진이 함께 일해온 사람들이어선지 전혀 부담되지 않았어요. 제작진은 영화 '세븐틴'과 '여고생 시집가기'로 발연기의 대명사였던 저를 오디션도 보지 않고 캐스팅했죠."

그는 이어 "지난달 tvN '현장토크쇼 택시' 출연 때 공형진 형이 '발연기하면 은지원이 시초'라고 하더라"고 웃은 뒤 "극중 서울에서 전학 온 학생이어서 사투리를 쓰지 않는 건 제작진이 욕을 먹지 않도록 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겸손한 말과 달리 그의 연기는 카메라 앵글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도학찬은 '야동'(야한 비디오)에 능통하지만 정작 여자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이중적인 캐릭터.

"사실 도학찬은 저와 별로 닮지 않았어요. 전 야한 비디오를 본 적도 없고 구하지도 못하죠. 그리고 꽤 순진합니다. 하지만 여자들 앞에서 쑥스러움을 많이 타고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건 비슷하네요."

그는 "카메라 앞에서 편안하게 연기하는 건 '1박 2일' 덕택"이라며 "1박 2일'은 '촬영합니다'라고 말하고 찍는 게 아니라 쉬는 동안에도 어디선가 카메라가 돌아간다. 그래서 찍고 있어도 모든 행동이 자연스럽다. 오히려 화내고 우는 정통 연기를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은지원은 영화 출연에 대한 욕심도 보였다. 어린 시절 영화 '우뢰매'를 보며 영화배우를 꿈꿨고 지금도 '스파이더맨' '배트맨' '엑스맨' 같은 히어로물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개별 활동에 의욕적이지만 그는 H.O.T의 토니안과 함께 대표적인 아이돌 출신 제작자로도 영역을 넓혔다. 길미, 타이푼, 가비엔제이 출신 장희영, 자신이 속한 혼성그룹 클로버 등의 가수를 키우고 있다.

"옛 생각을 버리자는 주의"라는 그는 "지금의 아이돌 가수는 1990년대보다 한층 완성도를 높여 등장한다. 노래, 연기도 잘하고 개별 활동 등 팀 운영 방법도 달라졌다. 과거 내 노하우만 갖고 후배들을 키우진 않는다"고 했다.

20살에 데뷔해 올해로 15주년. 돌아보면 1997년은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기 하와이로 유학을 가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접하면서 가수에 관심을 가졌어요. 1997년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꿈을 이룬 해입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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