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자 강제 입원? 심각한 인권침해 우려"

남보라기자 2012. 8. 2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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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의원 등 "주취자 최대 24시간 까지 강제 입원" 정신보건법 발의주취자에 대한 인권침해이자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더욱 부추겨 문제

술에 취한 사람을 24시간 동안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 발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심각한 신체의 자유 침해인데다 술 취한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분류하는 것이어서 시민단체뿐 아니라 의사, 보건복지부까지 반대에 나섰다.

원유철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25명은 지난달 24일 "경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술 취한 사람을 병원에 최대 24시간까지 응급 입원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정신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음주로 인해 판단력 및 신체기능이 저하돼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 그 밖의 사회 공공 안녕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는 사람(주취자)의 신체적ㆍ정신적 회복을 위해 응급 입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병원에 이송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최대 24시간까지 입원시킬 수 있지만 의사가 계속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6개월까지 입원시킬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인의 의사도 묻지 않는 강제 입원은 신체의 자유, 자기 결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치료가 필요한 중증 알코올 중독자뿐 아니라 회식 등에서 술을 마시고 만취한 사람까지 적용 대상도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 구금도 인권침해가 심각해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왔고 차츰 개선되고 있는 상황인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구금해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일단 가두자'는 식으로 주취자 문제를 푸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정신질환자에 관한 법인 정신보건법에 주취자 관련 조항을 넣는 것도 문제가 많다. 현행 정신보건법상 응급 입원 대상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로서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큰 자'로, 개정안에 따르면 주취자가 정신질환자와 동일시될 우려가 크다. 양현덕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은 "주취자가 정신질환자로 간주되는 것도 문제지만, 가뜩이나 오해와 편견에 시달리는 정신질환자가 '공공의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잘못 인식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 역시 "사회적인 낙인 때문에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축소하고 있는 복지부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는 등 개정안을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의료시스템을 질병 치료가 아닌 주취자 관리에 엉뚱하게 소모하게 되는 현실적 문제도 심각하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주취자들로 인해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의 진료에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정신보건법 개악안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술 취한 사람이 난동을 부린 것을 질병으로 규정하면 술 취해 한 행동에 대해 오히려 면죄부를 주게 된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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