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묻지마 범죄' 법적·사회적 차별이 공범이다

2012. 8. 2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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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흉기난동·주부 살해 등 범죄자 모두 '은둔형 외톨이'소외감에 증오심 키워 범행..전과자 심리치료·지원 절실

[세계일보]

"지난해 출소 뒤 생활에 너무 제약을 받아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일을 저질렀습니다."(서모씨·42) 서씨는 주부 이모(37·여)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 21일 경찰에 붙잡혔다. 서씨와 이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서씨는 특수강간 혐의로 7년6개월 복역하고 지난해 10월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찬 채 보호관찰을 받던 중이었다. 그는 자신의 범행을 사회의 탓으로 돌렸다. 같은 날 수원에서는 갱생보호소에서 지내던 전과 11범 강모(38)씨가 술에 취해 유모(39·여)씨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한 뒤 도주하다 무작정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죽고 3명이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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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특별한 동기 없이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저질러지는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들 범죄는 모두 사회에서 고립된 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던 사람들에 의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전과 때문에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거나, 일용직 등으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이었다. 사회적 소외감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을 흉악한 범행으로 풀어냈다는 분석이다.

22일 경찰청 과학수사대 권일용 경감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처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피의자를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여건을 고려한 심층적인 면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묻지마 범죄를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병리 현상으로 해석하고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묻지마 범죄 대부분은 사회에 대한 반감이나 불만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2010년 8월 발생한 옥탑방 부부 살해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강도강간 혐의로 14년6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윤모(당시 35세)씨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다세대주택 옥탑방에 무작정 들어가 자녀와 함께 TV를 보던 임모(당시 42세)씨 부부를 살해했다. 출소한 지 3개월 만에 범죄를 저지른 윤씨는 "일거리를 찾지 못해 배회하던 중 화목한 웃음소리를 듣고는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난 18일 경기 의정부역에서 전철에 탄 승객들을 상대로 공업용 커터 칼을 휘둘러 승객 8명에게 중상을 입힌 유모(39)씨도 일정한 직업도 없었고, 가족과도 관계를 끊은 채 오랫동안 혼자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막무가내식 유사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전과자 등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나 관리·치료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교정시설 수감자는 4만5845명에 이른다. 그러나 의료 지원인력은 140여명에 불과하다. 상담 및 심리치료 전담 인력 배치는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다.

출소한 전과자들의 지원을 담당하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도 다르지 않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출소자 500여명의 숙식과 취업, 창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심리 상담 프로그램은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 이윤호 교수(경찰행정학)는 "'은둔형 외톨이'는 주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취업기회가 제한되는 전과자들은 법적·사회적 차별로 증오심을 키울 수 있다"면서 "이 같은 차별적 요소를 가급적 배제하고, 정신 건강 치료를 제공하는 등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묻지마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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