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성폭행 우발.." 형 감경 의도 진술?

김경태 입력 2012. 8. 22. 17:43 수정 2012. 8. 2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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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흉기난동 피의자 범행 의도성 축소 진술 전문가 "누범자의 방어적 진술 태도" 분석

수원 흉기난동 피의자 범행 의도성 축소 진술

전문가 "누범자의 방어적 진술 태도" 분석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최종호 기자 = "이번에 들어가면 다시 빛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을 술에 많이 취했으니 3~4시간만 자고 다시 조사받겠다."

"단지 혼내주려고 했을 뿐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할 의도는 없었다."

21일 새벽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강모(31)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진술과 행동에는 전과 11범의 '노련함'마저 엿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형 감경을 노린 범죄 경력자의 방어적 진술 형태로 보고 있다.

◇'취중' 강조 범행 의도성 부인..계산된 진술? = 강씨는 21일 오전 1시10분 검거 직후 경찰관들에게 "술에 취했다며 3~4시간 자고 나서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푹 자고 나서 12시간이 지난 오후 1시45분부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강씨가 고분고분 순순히 범행을 시인했고 반성의 기미도 보였다"고 말했지만, 그의 범죄 경력을 보면 그의 이같은 진술과 태도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씨는 경찰 진술에서 범죄의 의도성을 부인하고 있다.

주량이 소주 1병이라면서도 음주 사실(율전동과 파장동 술집에서 각각 소주 4명과 양주 1병)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진술했다.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법 10조 2항에 따라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형 감경 판단대상이다.

강씨가 음주 부분을 이처럼 상세하게 진술한 것은 이 조항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강씨의 이런 기대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2005년 12월 선고된 다방 여종업원 상대 특수강간 사건에서도 "술을 마셔 심신 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주지법 남원지원이 "술의 양, 범행 경위,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 행동 등에 비춰 사물 변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주폭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했다.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감경은 2008년 조두순 사건 이후 비판여론이 거세지면서 법정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추세이다.

지난 7월 대전지법에서 열린 강도살인 사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술 때문'이라는 변론이 기각되고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지난 3월 춘천에서도 발생한 친구 살해사건 항소심에서도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씨는 첫 범행인 성폭행 시도 및 상해 혐의에서도 한 발 빼고 있다. 의도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거나 "단지 혼내 주려했다", "찌른 게 아니라 그은 것"이라는 식으로 진술했다.

2차 범행인 살인 혐의에 대해서도 "뒤쫓는 사람을 피해 들어간 집에서 맞닥뜨린 남자가 소리를 질러 겁이 나 흉기로 찔렀다"고 했다.

그러나 강씨는 첫 범행 후 도주하던 몇 분 사이에 추적을 피하려는 듯 휴대전화를 버릴 정도로 치밀했다.

강씨의 이같은 행동을 두고 전문가들은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은 상해치사죄를 염두에 둔 계산된 행동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한 잘못된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피해자들에게 사죄드린다"며 사과 진술을 한 것에 대해서도 역시 누범자의 '뻔뻔한 태도'로 풀이하는 시각이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상당 부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수사절차나 사법제도에 대한 인지능력이 있는 사람의 행위로, 범죄경험이 많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방어적인 진술태도"라고 말했다.

◇청년기 대부분 수감생활..사회 경험 전무 = 강씨는 마흔 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2년에 한 번꼴로 범죄를 저질렀다.

2001년 존속상해죄 집행유예 기간에 성폭행 미수죄로 징역을 선고받았다가 2004년 7월 가석방됐다. 이듬해 다시 특수강간죄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지난달 9일 만기출소했다.

2004~2005년 1년간을 빼면 청년기 대부분을 수감생활로 보낸 셈이다.

교도소를 드나들면서 가족과도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3남1녀 중 차남으로 형제들과는 20년 이상 교류가 없고 여동생하고만 가끔 왕래했을 정도다.

강씨는 범행 직전 안산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며 외박을 신청했으나 결국 가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 13일 천천동 법무보호복지공단 경기지부(갱생보호소)에 입소해 2인1실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상담도 받고 2개 업체에 취업 면접도 봤다.

실제로 한 가구업체에 취업이 확정됐고 기숙사 자리를 기다리던 중 범행을 저질렀다.

강씨는 그동안 인력사무소를 통해 하루 9만원(소개료 9천원 포함)을 받고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으나 이마저 비가 잦아 일이 없는 날이 많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첫 범행장소인 H주점을 지난달 출소 이후 갔던 적을 떠올리며 "나를 무시했다는 나쁜 기억이 있다"거나 "망신을 주고 홀대했다"고 했다.

의정부 지하철 흉기난동 사건과 동기는 다르나, 가족과 공동체로부터 소외돼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범죄심리) 교수는 "성장과정에서 가정의 해체와 대화 부족 등이 인격형성과 분노조절에 문제를 일으켜 묻지마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변의 도움으로 사전에 상담치료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zorba@yna.co.kr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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