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또 흉기난동..아무 이유없이 아무나 죽이는 사람들

2012. 8. 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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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이어 수원서 또 흉기난동..30대男 술집서 강간하려다 칼부림도주중 가정집서 흉기..5명사상

경기 남ㆍ북부에서 사건 당사자도 아닌 무고한 주민들이 잇따라 희생되고 있다. 통상 범죄는 원인 제공자 등 당사자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 뚜렷한 이유 없이 불특정인을 향한 분노가 여과 없이 노출돼 억울한 피해가 늘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 의정부역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21일엔 강간 미수범이 도망가다 일반 가정집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졌다.

이날 0시 55분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욕을 느낀 피의자 강 모씨(38)는 할인마트에서 칼을 구입해 수원 파장동 술집에 들어가 주인을 위협해 강간하려다 실패했다.

강씨는 반항하는 피해자를 칼로 찌르고, 마침 술집으로 들어오는 손님까지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술집 밖으로 도망간 강씨는 한때 택시기사의 추격을 받기도 했으나 칼로 위협해 택시기사가 주춤하는 사이 도주했다.

숨을 곳을 찾던 강씨는 사건 현장과 500m 떨어진 고 모씨(65) 집에 들어가 소리를 지르는 고씨 등 일가족을 칼로 찔러 고씨가 숨지고 고씨 아들 등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술에 취한 강씨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범행동기와 여죄를 수사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소외된 30대 남성'이 범인 지난 18일 의정부역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수원 가정집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타인을 향한 우발ㆍ충동적 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두 사건은 공교롭게도 닮은 점이 많다. 가해자가 모두 30대 후반 남성으로 같은 세대이고 주거가 불분명한 데다 막노동 등 하루벌이로 삶을 지탱하던 사람들이다.

강씨는 특수강간 등 전과 11범으로 출소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는 사람들의 극단적 선택이었다.

특히 2차 피해자가 모두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시민이란 점에서 '분노와 충독적 범죄'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의정부역 흉기 난동은 시비 당사자를 제외한 6명이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화를 입었고, 강간 미수 장소와 인접한 수원 가정집은 가족들이 한가로이 잠을 청하다 봉변을 당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20~30대 남성이 주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다는 특성이 이번에도 나타난 셈이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평상시 사회적 환경이 자신을 배제시키고 불행을 초래했다는 피해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가 심리 조절을 어렵게 하는 일이 일어나 참혹한 범죄로 이어진다"면서 "폭력이 아닌 대화나 다른 방법으로 갈등을 해소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늘 불안한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소외된 남성들이 흉기로 무고한 사람들을 찌르는 일이 잇따라 벌어져 '거리의 악마(도오리마ㆍ通り魔)'라는 말까지 생겼다. 지난 6월에도 무직인 30대 남성이 오사카 번화가를 지나던 행인을 찔러 두 명이 숨졌다. 당시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누구라도 죽이고 싶었다"고 사회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 "정신건강의 사회적 관리" 시급 문제는 한국에서도 경제위기와 양극화 문제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병적 범죄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경제위기 이전인 1996년 251건이던 우발적 살인은 경제위기가 발생한 2007년 270건으로, 169건이던 우발적 방화는 189건으로 늘었다.

이러한 우발적 범죄는 IMF 구제금융이 종식된 2000년까지 꾸준히 늘어 우발적 살인은 306건, 방화는 347건까지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해 2007년 333건이던 우발적 살인은 2008년 458건, 2010년 465건으로, 2007년 386건이던 우발적 방화는 2010년 583건으로 늘어났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우발적 범죄비율도 2007년 34.4%에서 43.3%로, 방화는 38.6%에서 44.1%로 증가했다.

[지홍구 기자 / 윤재언 기자/ 조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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