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왕따" 여고생 자살

2012. 8. 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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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 등이 대화방 초대성적 수치심 주는 욕설 퍼부어자살 직전 부모에 괴로움 토로경찰 "아직 가해사실 찾지못해"

[한겨레] 중학교 동창 등이 대화방 초대

성적 수치심 주는 욕설 퍼부어

자살 직전 부모에 괴로움 토로

경찰 "아직 가해사실 찾지못해"

지난 14일 서울 ㅇ고등학교 1학년인 강아무개(16)양이 자신이 살던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11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유족들은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친구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것이 강양이 숨진 이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수사 내용 및 가족의 증언을 종합하면, 강양은 지난 6월20일 ㅎ군 등 5개 학교 10여명의 남학생으로부터 카카오톡 대화방에 초대를 받았으나 "맞아야 정신차릴 년", "○○년", "○년" 등의 욕설을 들었다. 어느 학생은 "(강양을 때리기 위해) 스패너 가지러 가야겠다"는 글까지 올렸다. 몇몇은 강양의 중학교 동창이었지만 나머지는 강양과 모르는 사이였다. 강양은 처음에는 같이 욕설로 대응했지만 곧 말을 멈췄다.

16일 < 한겨레 > 와 만난 강양의 아버지는 "올해 초 남자친구 ㅇ군과 헤어진 뒤 우울증 치료를 받던 딸이 지난 5월 한 편의점에서 ㅇ군을 우연히 만나 벌어진 일이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강양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ㅇ군에게 화를 내며 주위에 있던 물건을 던졌고, 이를 지켜본 ㅇ군의 친구 ㅎ군 등이 이 일을 계기로 강양을 따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6월20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도 남학생들은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강양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도 강양을 놀렸다. 한 학생은 지난달 10일 ㅎ군이 강양에게 한 욕설을 문자로 전했다.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때도 따돌림을 경험한 이후 강양은 친구에 대한 애착이 심했고 버림받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고 가족과 지인들은 전했다. 강양의 아버지는 "딸이 지난달 27일엔 '친구가 자신을 버렸다'며 칼로 손목을 그어 침대를 적실 만큼 피를 흘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개학을 앞둔 지난 9일 새벽, 강양은 "나를 괴롭힌 학생들을 다시 볼 자신이 없고 학교 갈 용기가 없다"고 울먹이며 집단 따돌림 당한 사실을 부모에게 털어놨고, 강양의 부모는 13일부터 욕설을 한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던 중 강양은 14일 머리가 아프다며 학교를 조퇴하고 집으로 돌아와 오후 1시20분께 유서 4장을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서 강양은 "요즘 마음이 괴롭다. 탈출구가 안 보인다.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사건을 맡고 있는 송파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유서에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 점을 들어 "따돌림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아직까진 피해자 가족의 주장일 뿐"이라며 "관련 학생들을 조사중이지만 아직 특별한 가해 사실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양의 아버지는 "딸이 숨지기 20분 전 나에게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냈는데, 딸과 친구 관계를 끊었다는 어느 학생의 글에 '역시 내 친구다'라는 다른 학생의 칭찬 댓글이 담긴 내용이었다"며 "딸이 괴롭힘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이 확실하다"고 반박했다.

메디웰병원 안주연 진료원장(정신과 전문의)은 "대인관계를 배우는 청소년 시기에 따돌림을 당했던 강양이 친구 관계를 간절히 원했고, 이 때문에 (욕설하는 친구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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