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기성용 발끝서 울려퍼진 'We are the Champions'

2012. 8. 14.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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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13일 월요일. 짐작만 하는 무더위의 끝. 우리는, 왠지 모르지만 챔피언. 트랙 #22 Queen 'We are the Champions'(1977년)

[동아일보]

보컬 프레디 머큐리(앞) 생전의 그룹 퀸.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지난주 금요일 밤, 인천에서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KBS 2TV 밴드 경연 프로그램 '톱밴드 시즌2'의 8강 경연이 있었다. MBC '나는 가수다'의 청중평가단처럼 눈물을 쏟거나 감동으로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편집본이 아닌 실시간으로 시간 예술(음악)의 레이스를 지켜보는 것은 손에 땀이 쥐어지는 일이긴 했다. 경연 팀들이 선배 뮤지션의 명곡 일부를 신선하게 재해석해내는 순간, 기분 좋은 소름도 돋았다.

경연을 지켜보는 것은 놀라움을 기다리는 일이다. 13일 오전 열린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 스파이스 걸스, 애니 레녹스(유리드믹스), 조지 마이클, 뮤즈, 비디 아이(오아시스의 후신), 더 후, 퀸 등 영국의 음악 거물들이 총출동했다.

페스티벌 같은 이들의 공연을 보며 16일간의 세계적 경연을 돌아봤다. 남자축구 8강전(한국 vs 영국)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숨 막히는 승부차기에서 기성용의 발끝을 떠난 공이 골망을 가를 때, 영국 밴드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스'가 카디프 스타디움(환상 속에서는 웸블리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는 환청을 들었다. 지난해 영국 런던 골드스미스대 연구팀은 이 곡에 대해 "팝 역사상 가장 기억하기 쉬운(catchiest) 곡이며, 그 배경에 신경과학과 수학, 인지 심리학적 요인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16년 전 겨울, 내가 속했던 밴드 A와 친구 밴드 M의 합동 공연. 마지막 순서로 두 밴드는 '위 아 더 챔피언스'를 합주했다. 후렴구 시작의 '위(We)∼'가 터지던 순간, 가슴이 징이 된 듯 무겁게 저려왔다. '톱밴드'에서 우승하거나 영국을 이긴 것도 아닌데. 그 순간 아무런 맥락 없이 '왠지 내가 크나큰 인생의 짐을 짊어졌지만 사실은 챔피언'이라는 감동적인 착각을 주는 이 노래를 어떻게 잊을까. 더욱이, '우리는 챔피언이네' 뒤에 붙는 '친구여(my friend)'는 비틀스의 '행복은 따뜻한… 총이야'('해피니스 이즈 어 웜 건') 중간의 '그래, 맞아(yes, it is)'만큼 효과적인 '사족'이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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