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범지대 많고 범죄율 높은 중소도시가 위험

이혜민 기자 입력 2012. 8. 13. 16:28 수정 2012. 8. 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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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지역별 분포 보고서..피해자 부모는 '쉬쉬'

최근 경남 통영에서 있었던 한아름(10) 양 살인사건 외에도 아동 성범죄는 많이 일어난다. 2007년 경기 안양시에서 실종됐다 살해된 혜진(당시 10세) 예슬(당시 8세) 사건, 2008년 경기 안산시에서 조두순에게 성폭행당한 나영(당시 8세) 사건, 2006년부터 2년간 경북 포항 오지마을에서 마을 남자 5, 6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당한 은지(당시 11세) 사건이 대표적이다.

언뜻 우리 사회 아동 성범죄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가해자가 중소도시에서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아동 성범죄는 실제로 어떤 양상을 보일까.

'주간동아'는 여성가족부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올해 3월 발간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발생 추세와 동향분석(2000~2010년)' 보고서를 통해 지역별 아동, 즉 13세 미만인 자에 대한 성폭력범죄 발생 건수와 장소, 범죄자 직업 등을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0년 7월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건 자료를 취합해, 성범죄의 전반적 특성과 연도별 변화 추세를 분석한 것이다.

먼저 아동 성범죄 발생 추세. 아동 성범죄 건수는 2001년 357건, 2002년 398건, 2003년 480건, 2004년 548건, 2005년 597건으로 증가한 뒤 2006년 461건으로 급감했다 2009년 357건, 2010년 378건으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아동 성범죄를 강간범죄와 강제추행범죄로 나눠보면, 강간범죄는 2001년 64건이었으나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4년 98건에 달했다. 2005년 94건, 2006년 75건, 2007년 122건, 2008년 63건, 2009년 88건, 2010년 80건으로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동 강제추행범죄는 2001년 293건에 그쳤지만 2005년에는 503건으로 급증한 뒤 감소하다 2009년(269건)과 2010년(298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울·경기 등 수도권이 절반

범죄자 직업을 10년간 집계해 통계를 내보면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무직 31.3%(1224건), 사무관리직 18.3%(715건), 단순노무직 17.3%(676건), 서비스·판매직 16.3%(636건) 순으로 나타났다. 무직과 서비스·판매직은 2008년 이후 감소하고 있으며, 사무관리직과 단순노무직은 늘고 있다.

한편 범죄 경력이 없는 아동 성범죄자 비율은 2000년 41.4%에서 2001년 31.1%로 감소했다. 하지만 2007년 33.0%에서 2008년 47.3%로 크게 증가한 이후 2009년 57.1%, 2010년 74.1%로 매년 상승해 아동 성범죄자 가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아동 성범죄 범행 장소를 보면 피해자와 범죄자의 공동주거지(12.0%, 63건), 길(대로와 골목·6.5%, 34건), 공원·야산(5.3%, 28건), 자동차 안(5.3%, 28건)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기타(34.5%, 181건) 지역이었지만 그다음으로 범죄자 집(15.0%, 79건)과 피해자 집(14.3%, 75건) 순이었다. 이 같은 추세는 2000년부터 지속됐는데 당시에도 범죄자 집에서 25%(20건), 피해자 집에서 12.5%(10건)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2010년 아동 성폭력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경기도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5.1%(133건)였고, 그다음은 서울(13.8%, 73건)이었다. 아동 성범죄의 약 절반이 수도권에서 발생했으며 그 밖에는 충남(8.1%, 43건), 부산(6.4%, 34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이한 점은 외곽지역에서 아동 성폭력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발생률이 가장 높은 경기 지역만 해도 2000년 11.3%(9건), 2001년 16.1%(68건), 2003년 25.6%(133건)까지 늘었다가 2010년 25.1%(133건)를 기록하며 증가 추세를 유지했다. 그뿐 아니라 대전시는 2000년 1.3%(1건)에 그쳤지만 2010년 3.2%(17건), 전북은 2000년 2.5%(2건)에서 2010년 4.9%(26건), 충북은 2000년 1.3%(1건)에서 2010년 3.4%(18건), 충남은 2000년 1.3%(1건)에서 2010년 8.1%(43건)로 급격히 늘었다.

아동 성범죄 발생 추세를 분석한 박경래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도시의 위험성에 주목했다. "대도시는 사람이 많이 살아 사람에 의한 범죄 감시, 즉 '자연적 감시'가 이뤄지고 농어촌 지역은 경제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에 범죄 유입 요소가 적지만, 중소도시는 그 중간에 있어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는 설명이다.

"중소도시는 지역적으로 넓은 데 비해 사람이 적게 살기 때문에 상호 감시가 어렵다. 그 결과 우범지대가 많고 범죄율도 높다. 환경이 취약하다 보니 다양한 범죄가 발생하는데 아동 성범죄도 예외가 아니다."

처벌 강화는 물론 예방에 관심을

하지만 이런 분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성폭력범죄피해자보호법,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등에 따라 아동을 보호, 교육, 치료하는 시설 관련 종사자가 아동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인지했을 경우 신고해야 하고, 그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지만 신고가 여전히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자신이 저항하지 못한 것, 상황을 피하지 못한 것, 가해자에게 동조한 것에 자책감을 느끼고 범죄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곽지역에 살면서 장시간 방임된 아이들은 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 분석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 자료를 취합했기 때문에 범죄 '실제 발생' 건수가 아니라 범죄 '신고' 건수를 기초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범죄가 어디에서 얼마나 벌어지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그만큼 범죄 사실이 잘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예로, 외곽지역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사회복지사 등이 발견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중산층에서 벌어진 성범죄는 덮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범죄 가해자의 70~80%는 피해자의 지인 즉 가족, 친척, 이웃 등인데, 이 경우에 해당하는 피해자들의 부모는 범죄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자녀에게 유리하리라고 판단한다."

이에 덧붙여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동 성범죄가 발생하면, 가해자를 낯선 대상으로 여기고 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범죄 사실조차 신고할 수 없는 피해자가 많은 만큼 궁극적으로는 성범죄 '예방'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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