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권위를 좌파 소굴로 봐..현병철이 정리 앞장"

2012. 8. 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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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진보성향 상임위원들 '옥죄기'

임기만료전 사퇴 분위기 조성

북인권 용역 보수단체 탈락에

불만 표시로 한동안 결재 안해

보고때 수석 아닌 비서관 배석

인권위원회 한계 절감 '씁쓸'

현병철 연임 왜 문제인가연쇄 인터뷰 ③ 김옥신 전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김옥신 변호사는 2009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그를 뽑은 것은 현병철 위원장이었다. 판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보수적 인사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인권 관련 경력은 없었다. 자연스레 김 변호사는 현 위원장과 한 두름에 묶여 평가받았다.

김 변호사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났다. 사무총장 취임 직후의 상황을 되새기던 그는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임명된 지 8개월 만인 2010년 6월 사퇴했다. 처음부터 인권위서 일할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는 점을 시인하는 그의 모습은 현 위원장과 뚜렷이 비교됐다.

8개월 만에 사퇴한 배경에는 현 위원장이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인권 문제가 있었다. 소통이 부족하고 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현 위원장의 행태가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 변호사를 괴롭혔다.

"북한인권 로드맵 용역사업 발주와 관련해 현 위원장이 의중을 두고 있는 업체가 있었는데, (용역사업) 심사위원회에서 다른 업체로 결정했어요. 그때부터 (현 위원장의) 신임을 잃었지요." 현 위원장은 이념의 잣대로 일을 처리했다. "공모에 응한 두 연구단체의 성향이 달랐는데, 보수 성향의 단체로 주고 싶어한 위원장은 나에게 간접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했어요." 당시 보수 성향 인사들이 다수를 이뤘던 심사위원회는 개별 항목에 대한 점수를 매겼고, 그 결과 진보 성향 단체가 용역을 맡게 됐다. "전문가들이 결정한 일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현 위원장은 (결정에 개입하지 않은) 나에게 불만을 표시했고, 한동안은 용역사업 발주에 대한 결재조차 하지 않았지요."

현 위원장이 직접 임명한 사무총장이었지만, 한번 눈 밖에 난 뒤로는 설 자리가 없었다. 현 위원장은 사무총장을 제쳐두고 담당 국장·과장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았다. 김 변호사가 자진사퇴한 뒤, 공무원 출신의 인권위 직원이 후임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현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었다.

일련의 사태는 현 위원장이 철저히 청와대를 의식한 상황에서 일어났다. "청와대는 인권위를 좌파들의 소굴로 생각했고, (현 위원장이) 인권위 체질을 개선하기를 바랐습니다." 김 변호사가 이를 확신하게 된 것은 청와대 행정관이 갓 사무총장에 취임한 그를 찾아와 이른바 '좌파 직원 블랙리스트'를 건넨 사건이었다.

그 뒤로도 줄곧 현 위원장은 소통과 절차보다 청와대의 의중을 더 중시했다고 김 변호사는 생각한다. "현 위원장이 (인권위를 좌파소굴이라 생각하는) 청와대의 분위기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진보 성향 위원들을 압박해서, 임기 만료 전에 스스로 사퇴하는 일이 발생하는 상황을 조성한 거라고 짐작해요." 2010년 11월 상임위원 2명이 사퇴한 사건에도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북한인권에 대해 현 위원장이 보인 열의를 김 변호사는 기억한다. "유독 북한인권과 관련해서는 위원장이 직접 챙기려고 했어요. 국회에서 논의중인 북한인권법에 대해 인권위가 역할을 하려고 '과잉 열망'하는 바람에 전원위원회에서 논의중인 안건을 미리 국회의원에게 누출하고 로비하다가 물의를 빚기도 했지요." 현 위원장은 2010년 2월 북한인권 담당자가 아닌 이른바 '비선'을 통해 만든 북한인권법 관련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가 뒤늦게 사과한 바 있다.

현 위원장과 함께 이 대통령에게 보고하러 청와대에 갔을 때 겪은 일을 떠올리며 김 변호사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권위원장은 장관급인데도 수석이 아닌 비서관이 배석하고 있었어요." 김 변호사는 인권위에 대한 이 대통령의 관점에 대해서도 에둘러 비판했다. "대통령은 사실 (인권위원장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았고 애정도 없었어요."

자진 사퇴 당시 현 위원장에게 했던 말을 김 변호사는 기억하고 있다. "내가 사퇴할 때 위원장한테 '명예롭게 퇴진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지요." 현 위원장은 그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인권위원장이 청와대를 편들기 시작하면 명예로운 퇴진은 불가능해요. 그게 그런 자리인데…."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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