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대신 "할렐루야"..학교는 '종교감옥'

입력 2012. 8. 8. 21:30 수정 2012. 8. 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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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명지고, 주1회 '예배수업'지난달 사흘간 2시간씩 부흥회대체수업은 명목상 있을 뿐

학생이 교육청 인권센터에 제보학교 "전학 가고 싶으면 가라"

"하나님을 믿으면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기독교계 사립 일반고인 서울 명지고는 지난 7월17~19일 3일 동안 학교 체육관에서 '신앙 부흥회'를 열었다. 1·2학년 학생 모두가 1~2교시 2시간 동안 수업 대신 학교가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진행한 부흥회에 참석해야 했다. 다른 학교에서 온 목사 등이 설교를 하고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 찬송가도 불렀다. 3교시에는 부흥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을 썼다. 이 학교 ㄱ양은 "차라리 수업하는 게 낫다"며 "기독교 신자도 아닌데 부흥회에 참여하려니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ㄴ양도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실패한다'는 설교 내용이 불편했다"고 했다.

이뿐이 아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매일 아침 8시께 교실에서 '큐티'를 한다. 큐티는 '조용한 시간'(Quiet Time)의 약자로,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을 일컫는다. 시간은 5~10분 정도로 짧지만 이 시간에는 교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떠들어서도 안 된다. ㄱ양은 "학급비로 걷은 돈을 학생들의 동의 없이 헌금으로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1교시에는 '예배 수업'을 한다. 학기 초 선생님이 "예배 수업 듣기 싫은 사람 손들라"고 했지만, 손을 들 수 없는 분위기라고 ㄱ양은 전했다. 대체 수업도 명목상으로만 존재한다. ㄱ양은 "대체 과목으로 '생활과 교육' '생활과 종교'가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생활과 교육'은 담당 교사가 배정돼 있지 않고, '생활과 종교'는 대부분 기독교를 찬양하고 다른 종교를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지침에 따르면 특정 종교 과목을 개설할 때 반드시 철학, 교육학 등 대체 과목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학생인권조례도 학생들에게 예배 등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영만 명지고 교감은 "우리 학교는 '기독교 이념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홍보하고 입학할 때 서약서도 받는다"며 "전학 가고 싶은 학생들은 언제든 전학 보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사실상 '우열반'을 운영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학생들의 말을 종합하면, 명지고는 입학 전인 지난 2월, 전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학 두 과목 시험을 치렀다. 이어 영어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은 뒤, 신청한 학생 가운데 영어 성적을 기준으로 두 반을 선발해 1학년 1반과 18반을 '영어과제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영어과제반의 한 학생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대부분 신청했고, 학습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서 나도 신청했다"며 "'영어를 잘하는 반'이다 보니 '공부를 잘하는 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교과목을 선택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했지만, 성적을 고려해 반 편성을 따로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성적에 따라 반 편성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과정 위반 소지가 있어 지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남택 명지고 교장은 "영과반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외국에서 살다 왔거나 영어를 잘하는 학생들을 따로 모은 것으로 우열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ㄱ양은 지난 7월18일, 종교행사 강제 참여, 우열반, 강제 야자(야간자율학습) 등 학교의 인권침해 사항을 시교육청 인권교육센터에 제보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우열반'과 종교행사 강요 문제에 대해선 차일피일 조사를 미뤄오다 <한겨레>가 취재에 나서자 8일 뒤늦게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강제 야자 및 강제 방과후수업 문제만 담당 부서에서 학교 쪽에 서면 질의를 보내 최근 답변을 받은 상태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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