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김해숙에게 배운다..진짜 '선배의 품격'

2012. 8. 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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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영화 < 도둑들 > 에서 씹던껌 역을 맡아 노련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해숙이 2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인터뷰 중 배우 임달화의 얘기가 나왔던 때였다. 더 자세히는 영화 < 도둑들 > 에서 임달화·김해숙 커플의 농도 짙은 사랑의 감정은 분명 일상에서조차 감정을 유지하려 했던 두 배우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나왔던 찰나였다.

한국과 홍콩 영화계에서 각각 오랜 경험이 있는 두 배우는 후배 영화인을 생각하는 모습에서도 진짜 선배다웠다.

이미 임달화가 한국 스태프들과 감독의 노고(관련 기사: 한국 영화인이 임달화에게 배워야 할 몇 가지 것들)에 대해 생각을 밝혔던 터라 김해숙에게도 물었다. 한국 영화판, 드라마 판에서 수십 년을 지내온 이 노련한 여배우는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해외에서 촬영하시는 분들이나 이번에 같이 작업한 홍콩 스태프분들을 보면 우리나라 스태프들이 얼마나 성실하고 잘하는지 알 수 있어요. 사람을 수출할 수만 있다면 한국의 스태프들이 단연 최고일걸요?

임달화씨와도 많이 얘기했지만 분명 어디나 시대의 흐름이 있다고 생각해요. 홍콩도 느와르 영화들이 많이 나왔던 그때, 진짜 열악했다고 하더라고요. 총에 공포탄을 넣어야 하는데 실탄을 넣어서 크게 다치는 일도 있던 어두운 시절이었죠.

지금의 홍콩은 시스템이 잘 돼 있잖아요. 우리도 그 시스템처럼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어야죠.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 상처가 가지 않게 좋은 방법으로요.

그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봐요. 하지만 뭐든지 급하게 가는 건 부작용이 있을 거예요. 현장의 배우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니 곧 좋은 방법이 나올 거고 점차 해결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요."

영화 < 도둑들 > 에서 씹던껌 역을 맡아 노련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해숙이 2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매력적인 자태를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영화 < 도둑들 > 에서 씹던껌 역의 배우 김해숙. 2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에 앞서 고혹적인 미소를 보여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이름만으로도 톱이었던 배우들이 인간성도 톱이었다"

6개월의 촬영 기간 중 김해숙은 3분의 1 정도 참여했다. 영화를 통해 나타나는 그의 분량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 많진 않지만 강렬했다. 은퇴한 도둑이 사랑을 만나고 다시금 여자로 태어나는 과정이 짧으면서도 인상 깊었던 것.

< 도둑들 > 을 통해 제대로 변신에 성공한 김해숙은 이번 촬영이 그렇게도 좋았단다. 현장이 참 행복했다며 오히려 촬영이 끝났을 땐 우울증이 왔을 정도였다고. 스스로도 '씹던 껌 우울증' 혹은 '도둑들 우울증'이라 이름 붙였단다. 자신의 촬영을 빨리 끝낸 최동훈 감독이 원망스럽기도 했단다.

그래서였을까. 현장에서 김해숙은 후배 배우와 스태프를 엄마처럼 챙겼다. 이정재는 지난 인터뷰에서 "선배가 다른 촬영이 있을 때마다 지역 특산품을 사 와서 후배들에게 베풀었다"고 깜짝 제보하기도 했다.

"이런 현장이 어디 있나 싶어요. 거의 한 달 넘게 홍콩에서 촬영했는데 촬영장과 숙소를 벗어난 적이 없어요. 힘든 스케줄이었지만 항상 사람들이 뭔가를 가지고 오더라고요. 제가 가지고 온 특산물은 딴 게 아니라 게장이나 밑반찬 같은 거였어요.

제 선에서 할 만한 게 많이 없더라고요. 엄마 마음이라고 하나요? 무언가를 먹이고픈 마음이요. 사랑하는 사이인 임달화씨에겐 된장찌개를 먹이고 후배들에게도 맛있는 걸 먹이고 싶었어요. 다들 내 식구 같더라고요.

제가 나이가 좀 있어 그들에게 선생님이고 선배일 뿐이지 우린 다 프로 배우예요. 나이와 상관없이 각자가 가진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 영화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뭉친 건데 어른으로서 뭔가를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죠.

같이 일하는데 팀워크가 중요하잖아요. 다행인 건 함께 한 이들이 이름만으로도 탑이 아니라 인간성으로도 탑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좋은 배우였다는 것이에요. 저 역시 모나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더라고요. 후배들에게 따뜻한 선배가 되고 싶어요. 그들 편이 돼서 이해해주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이죠. 딸을 키워서 그런가? 자식 같은 생각이 강해요(웃음)."

영화 < 도둑들 > 에서 '씹던껌' 역할을 맡은 김해숙. 그에게 진짜 '선배의 품격', 그리고 '여배우의 품격'을 배워볼만하다.

ⓒ 케이퍼필름

"길을 마련해 주는 선배이고 싶어"...'씹던껌'은 그래서 소중하다

나이로 치면 환갑을 몇 년 남긴 김해숙은 여전히 도전을 외쳤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말 그대로 '곧 환갑'인 여배우가, 매번 엄마 역을 맡아오던 중년의 배우가 여자가 됐다. 그것도 관객들의 마음을 혹하고 훔칠 정도의 강한 설득력을 지닌 모습으로 말이다.

"앞서고 싶어요. 선구자까지는 아니고 제 선배들도 그렇고 후배들도 그렇지만 30대에 여배우로서 한계가 오곤 하잖아요. 지금의 20대들인 배우들이 제 나이가 될 때 지금의 저를 말할 수 있게 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 나이에 씹던 껌이란 캐릭터가 나올 거라고 아무도 생각 못했을 걸요.

제가 앞서 가서 우리 후배들이 당당한 여배우의 길을 걷게끔 하고 싶어요. 선배들도 많아서 이런 말이 조심스럽지만 앞으로도 전 누구의 엄마가 아닌 배우로서 준비돼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김혜수·전지현과 함께 작품의 한 축을 맡았잖아요(웃음)."

김해숙의 말을 풀이해보면 단순히 앞으로 어떤 배역을 맡고 싶다는 것과는 다른 뜻이었다. 그건 김해숙이 생각하는 여배우의 자세이자 선배의 모습이었다.

"연기에 끝은 없다고 봐요. 후배들에게 배울 게 분명 있거든요. 내가 연기를 잘하고 있다고 안주하고 있을 땐 이미 배우 생명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재씨도 얼마나 멋져요. 그런 멋진 배우가 뽀빠이란 캐릭터를 잘해냈죠. 김윤석씨도 그렇고요.

정말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이런 후배들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멋진 배우들과 같이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 선배로서 참 행복했어요."

후배들에게 대접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선배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선배는 드물 수밖에 없는 요즘. 김해숙을 통해 진짜 '선배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은 여배우로서의 모습도 말이다.

< 도둑들 > 은 그녀에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했고 동시에 좋은 선배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게 한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영화 < 도둑들 > 관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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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배우 김해숙. 영화 < 도둑들 > 에서 씹던껌 역을 맡아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인 김해숙이 환한 미소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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