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정재성의 마지막 올림픽 "최고와 함께 여서 행복했다"
이용대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는 순간 둘 모두 코트에 드러누웠다.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금메달이 아니라 동메달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값졌는지도 모른다. 한국 배드민턴 남자 복식의 정재성(30)-이용대(24·이상 삼성전기)조가 5일 영국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3·4위전에서 말레이시아의 키엔키트 쿠-분헝 탄조에 2-0으로 이겼다.
4년 전 보여줬던 이용대의 '살인 윙크'는 없었다. 그저 6살 많은 형 정재성을 안을 뿐이었다. 이 경기가 7년 동안 함께 해 왔던 둘의 마지막 경기였다. 정재성은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을 은퇴한다. 이용대와의 남자복식도 끝이다.
정재성은 "배드민턴을 20년 하는 동안 남자복식 한 길만 걸어왔다. 최고의 파트너와 최고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곁에 있는 이용대를 바라보는 눈이 애틋했다. 정재성은 혼합복식을 뛰지 않고 남자복식만 뛰었다. 이용대와 함께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비록 함께 한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함께 하는 마지막 경기에서 따낸 동메달은 금메달 보다 값졌다. 정재성은 "용대와 함께 했다는 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큰 자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5일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아레나에서 열린 배드민턴 남자 복식 동메달결정전에서 이용대-정재성이 말레이시아의 쿠키엔킷-탄분헝과 시합을 하고 있다. 이용대-정재성은 세트스코어 2:0(23:21, 21:10)으로 말레이시아를 꺽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m이용대는 "저한테는 재성이형이 행운이었다"고 했다. 고 1때 처음 정재성과 호흡을 맞췄다. 이용대는 "저를 잘 데리고 플레이해주는 형이 아니었다면 지금 세계 정상급의 선수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고의 단짝이었다. 눈빛만 보면 아는 사이. 이용대는 "나보다 6살 많은 형이지만 내가 못된 소리를 해도 다 받아주는 형이었다"며 "형은 정말 최고였다"고 했다. 곁에 있는 형을 바라보는 눈이 그윽했다. 형이 답했다. 정재성은 "파트너라는 건 싫은 소리, 좋은 소리가 중요한게 아니다. 서로를 믿고 경기한다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했다. "용대는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했다.
정재성은 2009년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켰다. 정재성은 "얼른 돌아가서 어머니 산소에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용대는 이제 새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이용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재성 형만한 사람이 있을까"라고 말했고 정재성은 "나보다 공격력이 좋은 선수라면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런던|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모바일 경향 [경향 뉴스진(News Zine) 출시!]| 공식 SNS 계정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 ⓒ 스포츠경향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국-브라질 외신반응 "한국의 완승이었다"
- 목표넘은 한국 양궁. 더 빨리 뛰어야 안잡힌다
- 올림픽 4강 진출, 2002 월드컵과 데자뷰
- 아람이가 웃었다. 야망·눈물 그리고 마지막 환희..'우여곡절' 신아람의 올림픽
- 홍명보 "영국봤지, X도 아니잖아!" 라커룸에선 무슨 말이?
- 표가 움직였다···6·3 조기 대선 정국 뒤흔든 ‘다섯 장면’
- 진도항서 가족 차에 태워 바다로 돌진, 시신 3구 발견···40대 남성 긴급 체포
- ‘충청·수도권’ 민심 족집게… ‘공표금지 직전 여론조사’ 최종 승자 윤곽 시점…데이터로
- “후보인 줄”···이명박·박근혜까지 총출동, 대선 D-1 ‘보수 영끌’
- 토론회 ‘단독 샷’ 존재감, 이재명·이준석·권영국·김문수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