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감성이 만난 의학드라마..'골든타임'

고현실 2012. 8. 1. 11: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계 현실 반영..감성적인 연출 돋보여

의료계 현실 반영..감성적인 연출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환자가 안 좋으니까요. 내가 수술해도 환자는 죽겠고, 보내도 죽겠고. 정말 절박한 상황이라 전화 드렸습니다. 결례인 줄 알면서도요."

작은 의료원의 한 의사가 다른 의사에게 말한다.

같은 병원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이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외상외과 권위자 최인혁 교수(이성민 분)에게 도움을 청한다.

절차나 권위보다 환자의 생명을 우선하다 병원에서 내쫓기듯 나온 최 교수는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사의 소박한 진심에 울컥한다.

지난 31일 방송된 MBC월화드라마 '골든타임' 8회의 한 장면은 현실과 맞닿은 의학드라마의 단면을 보여준다.

1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골든타임'은 전날 전국 기준 시청률 14.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림픽 중계로 경쟁작들이 결방한 덕이 크지만 첫 방송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의료계의 아픈 현실을 담다 = '골든타임'은 의료계의 아픈 현실은 적나라하게 그린다.

최 교수가 한시가 급한 응급환자를 만원인 응급실로 밀어 넣으면 돌아오는 것은 '대책 없는 행동'이라는 핀잔이다. 환자를 받을수록 적자라며 병원 간부들이 최 교수를 질책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의 현실과 겹쳐진다.

실제 사례들도 전면에 등장한다.

최 교수의 모델부터가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 외상외과 교수다.

각 과 당직이 응급실의 호출에 요청을 제대로 응하지 않는 상황은 '중증 응급환자 전문의 진료제'가 탄생한 배경과 통한다.

8회에서 박원국 환자의 이야기는 '천사 배달원' 고(故) 김우수 씨를 연상케 했다.

중국집 배달부로 일하며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해 온 김 씨는 2011년 9월 오토바이 사고로 병실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드라마에서는 박원국이 어린이 후원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인물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를 병원 홍보와 출세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병원 간부들의 모습이 그려져 씁쓸함을 자아냈다.

외상센터 설립을 위해 최 교수를 영입하려는 타 병원의 모습 역시 근본적인 중증외상환자 지원책보다는 외상센터 지원금에 눈이 먼 의료계의 현실을 꼬집는다.

김진만 CP는 "기존 의학드라마가 두루뭉술했다면 '골든타임'은 중증외상이라는 명확한 콘셉트 아래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접근한다"며 "구체적인 만큼 이야기가 쉽고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틀을 깬 멘토십을 보여주다 = '골든타임'의 또 다른 축은 멘토십(mentorship)이다.

드라마는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통해 '진짜 의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최 교수는 수술실에서 던지는 인턴 민우(이선균)의 질문 하나에도 성의껏 대답한다. 민우의 눈썰미와 감각을 먼저 알아보고 격려하는 인물도 최 교수다.

5회에서 후속 치료를 위해 환자의 수술부위를 찍으라며 민우에게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최 교수의 모습은 두 사람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성민은 "기본적으로 제자와 대화에서 경청하는 태도가 좋은 선생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처음부터 경청하고 토론할 수 있는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고, 그런 부분이 극에서 자세하게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이런 모습은 8회에서 권위를 앞세워 수술실의 인턴을 내쫓는 일반외과 과장과 대비된다.

최 교수의 지시로 수술부위를 기억하고 있던 인턴들은 수술을 돕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오지만 외과 과장에게는 '개념 없는 인턴들'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외과 과장이 차원이 다른 악인은 아니다. 그는 기존 권위에 순응하고 의료계의 상하수직적인 관계에 충실할 뿐이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가 보여주는 멘토십은 의료계의 부조리와 맞닿는다.

◇차가운 현실을 섬세한 감성으로 그리다 = '골든타임'이 차가운 현실을 담는 방법은 결코 차갑지 않다.

드라마는 섬세하게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그린다.

기존 의학드라마의 웅장한 배경음악과 극적인 편집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음악은 잔잔하게 마음을 흔들고, 카메라는 충분한 호흡을 갖고 인물의 표정 변화에 집중한다.

4회 마지막 장면에서 민우가 수술이 급한 응급환자와 수술이 금지된 인혁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단 수술장면만큼은 사실적이다. 피가 튀는 수술 장면을 10분 넘게 배치하는 것을 보면 카메라가 집요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런 방식의 연출은 '파스타' '마이 프린세스'로 섬세한 연출 감각을 보여준 권석장 PD의 영향이 크다. '파스타'에서 권 PD와 호흡을 맞춘 음악감독 문성남의 감성적인 음악도 한몫했다.

5회부터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출한 이윤정 PD가 가세하면서 연출의 밀도가 더욱 높아졌다.

◇배우들의 재발견 = 배우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다.

이성민은 "잠재된 능력에 비해 보여진 게 너무 적은 연기자"라는 권 PD의 평가에 걸맞게 20여 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최인혁을 통해 발산하고 있다. 최인혁이 영웅적인 동시에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데는 배우 이성민의 공이 크다.

이선균은 자칫 저평가되기 쉬운 역할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내밀한 감정 표현이 많아 쉽지 않은 역이지만 이선균은 '오버'하지 않고 각성 전의 찌질하고 소심한 의사 캐릭터를 충실히 표현한다.

인턴 강재인 역의 황정음은 대사와 표정 연기가 때로 경직돼 보이기도 하지만 이성적인 재인의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높은 완성도에도 '골든타임'의 시청률은 기존 의학 드라마와 비교하면 많이 아쉽다.

주요 불안요소는 드라마를 가로지르는 중심 내러티브가 약하다는 점이다.

간간이 언급된 외상센터 설립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았고, 매회 등장하는 응급환자에 이야기의 의존도가 높다.

수술 에피소드의 임팩트가 크다 보니 그밖의 장면에서는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아쉽다.

okko@yna.co.kr

"직업 숨긴 채 든 보험, 보험금 못 탄다"

< '도둑들' 휴가철 극장가 '접수' >

전주서 30대女 두 아들 살해하고 자살(종합)

FIFA, 한국 비하 스위스 선수에 추가 징계 검토

정세균 "박준영과 단일화땐 역동적 경선 될 것"

< 연합뉴스 모바일앱 다운받기 >

< 포토 매거진 >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