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 '눈물 1초' 제소하려면 돈부터 내라?

[한겨레] "국제펜싱연맹, 공식 제소하려면 보증금 맡겨야" 공식방송

"역대 올림픽 논란부를 5대 판정" 외국언론들도 '신아람 1초' 비판

외국 언론들도 '멈춘 1초' 때문에 여자펜싱 신아람(26·계룡시청·사진) 선수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며 심판 판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31일(한국시각) 런던올림픽 에페 여자 개인전 준결승에서 당한 신아람의 억울한 판정을 '역대 올림픽 5대 논란 판정'으로 꼽았다. 이 통신은 신아람의 경기를 역대 올림픽 판정 시빗거리 중 최근 사례로 소개하면서, "판정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신아람은 결승에 올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1972년 뮌헨올림픽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경기가 종료됐는데도 소련팀에 3초의 공격기회를 다시 줘 미국에 51-50으로 이긴 것 등을 5대 판정 논란 사례로 꼽았다.

다른 언론들도 "1초가 그렇게 긴지 몰랐다"며 억울해하는 신아람의 말과 당시 상황을 비중있게 전했다. 영국 방송 <스카이스포츠>는 '에페 종목에 남긴 논쟁거리'란 제목의 기사에서 "결승전보다 이날의 메인 드라마는 신아람이 금메달을 딸 기회를 거부당한 것"이라며 "(석연치 않은 판정 이후) 관중들이 (심판진에) 야유를 보냈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스포츠채널 <이에스피엔>(ESPN)은 "신아람이 경기대에 앉아 울었지만, (경기 지연에 대해) 관중은 아무도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며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최고의 판정 속에서 경기를 치를 권리가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관중은 한국이 국제펜싱연맹에 정식 제소하려면 일정액의 돈을 보증금으로 맡겨야 한다는 말을 (공식 방송을 통해) 들었을 때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신아람이 판정이 번복되지 않아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 관중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개인전에서 눈물을 쏟아낸 신아람은 오는 4일 루마니아와의 8강전을 시작으로 여자 에페 단체전 메달에 도전한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신아람은 왜 1시간 동안 피스트를 떠나지 못했나

신아람(26·계룡시청)은 그날밤 런던에서 가장 외로운 이였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그는 피스트(펜싱 경기대)를 떠나지 않았다. 신아람은 31일(한국시각) 영국 엑셀 사우스 아레나 펜싱 경기장 한쪽 구석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신아람은 왜 그렇게 애처롭게 앉아있었을까?

이유는 이의 신청 규정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채널 이에스피엔(ESPN) 온라인판의 짐 케이플 기자는 칼럼에서, "펜싱 규정은 선수가 만약 심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최종 결정이 날때까지 피스트(경기 무대)를 떠나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심판석에서 논의를 거치고 있을 때도, 관중석에서 느린 박수가 흘러나올 때도 신아람은 그대로 주저앉아 있어야 했던 것이다. "메달 시상대 대신 경기장에 앉아있는 그를 누가 경기 진행을 막았다고 책망하냐"며 케이플 기자는 "규정이 그를 피스트에 앉혀놨다"고 했다. 케이플 기자도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심판들이 결정을 뒤집길 계속 기다렸다고 밝혔다.

이날 신아람은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브리타 하이데만(독일)과 맞붙은 준결승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종료 1초전 찌르기를 당해 5-6으로 졌다.

억울함에 눈물을 쏟았던 신아람은 1시간 넘게 피스트를 떠나지 못했다. 신아람은 경기장을 떠나며 "(경기가 늦어져) 많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관객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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