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국정원 "김영환문제 우리 관할 아니다" 떠넘기기

김상협기자 2012. 7. 3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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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사안 vs 영사사안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사진) 씨가 31일 중국 억류 시 고문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가 (고문사실 공개를)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김영환석방대책위 등 민간단체들과 정부 내에서도 "정부가 김 씨 석방을 조건으로 고문 내용 공개에 대해 신중히 판단해줄 것을 김 씨에게 주문한 것 같다"는 내용의 진술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김 씨에 대한 '고문 함구' 혹은 '신중 판단' 주문에 대해서는 "외교문제를 감안한 불가피한 권유"라는 상황론과 "부당한 침묵 강요"라는 반론이 엇갈려있다. 중국 정부는 이날 "김 씨에 대해 고문한 일이 없다"고 밝혀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내에서는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이 김 씨의 석방 협상을 누가 주도했는지, 귀국한 김 씨를 누가 조사했는지에 대해 서로 '책임 떠넘기기'식의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우선 '신중 판단' 요구와 관련, 정부로서는 딜레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와 함께 중국·북한과 맞물린 외교안보 현안을 감안하면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신중 판단 주문은 김 씨가 고문사실을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압박한 게 아니라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적절한 방식으로 해달라는 부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문받은 사실 자체는 도저히 숨겨질 일이 아니다"라며 "이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우리가 잃어버리는 게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만에 하나 중국이 보복차원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거나 중국법을 과도하게 적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수십 년 동안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로부터 인권침해국으로 지적되고, 고문방지특별보고관이 4년마다 이행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이를 부인하고 있는 현실도 악조건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김 씨의 인권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비판하는데 당시에는 김 씨의 석방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와 국정원은 진실게임을 벌였다. 외교부와 국정원은 공식적으로는 '신중 판단' 요구를 서로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김 씨의 구금 및 석방사건을 둘러싸고 '진실게임'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외교부는 '수사 사안'이라면서, 국정원은 '영사 사안'이라면서 "석방 뒤 우리가 김 씨를 조사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 씨가 "정부의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김 씨가 외교부·국정원으로부터 고문사실 공개를 신중히 판단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면 국정원 측은 김 씨에게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는 사실에는 "확인 중"이라고 했지만, 귀국한 김 씨를 조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영사사건으로 외교부 관할"이라면서 부인했다. 분명 김 씨는 지난 20일 귀국한 뒤 간단한 건강검진과 함께 정부 당국으로부터 체포 경위 등을 조사받았는데, 정작 담당한 부처는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중국측과 김 씨 석방협상을 벌인 부처가 어디인지도 모호하다. 통상 이 같은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외교부가 맡지만, 실제 협상은 국정원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상협·신보영 기자 jupit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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