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감시받는 느낌.. 나쁜짓 못해" 전자발찌 찬 뒤 재범률 뚝

2012. 7. 2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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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찌 부착 성범죄자의 일상 들여다보니

[동아일보]

건설 일용직 노동자인 이모 씨(41)는 신상정보가 공개된 성범죄자다. 여중생을 성폭행해 2년간 복역한 뒤 지난해 출소해 1년째 전자발찌를 달고 산다. 앞으로 2년 더 전자발찌를 차야 한다. 이 씨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날씨가 푹푹 찌는 요즘에도 외출할 땐 꼭 모자를 쓴다"고 했다. 마주 오는 사람들이 다 자기를 알아보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 격리효과 크지만 치료도 병행해야

전자발찌는 이 씨의 재범 충동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일을 나갈 때 외에는 대부분 집에서 혼자 지낸다. 그는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를 입었거나 교복을 예쁘게 입은 여학생을 보면 마음이 꿈틀거릴 때가 있지만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마음을 접는다"고 했다.

한국보호관찰학회가 전자발찌 부착자 21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자발찌 착용 후 일찍 귀가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답한 비율이 88.4%에 이른다. 죄를 지으면 쉽게 걸리고 가중 처벌된다는 부담 때문에 자신을 범죄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는 위험인물들을 피한다는 응답도 88.3%였다. 2008년 9월 전자발찌제 시행 후 3년간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0.9%로 제도 시행 이전의 14.5%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전자발찌는 성범죄 전과자의 일상 전체를 지배한다. 이 씨는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도 앉지 않는다. 바짓단이 올라가 발목에 달린 전자발찌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장 식당에서도 구석에 앉아 후다닥 식사를 한다. 양말을 최대한 끌어 올려 전자발찌를 가리더라도 불룩 튀어나온 모양을 수상하게 보는 시선을 의식해서다. 작업장에서 반바지를 입는 건 엄두도 못 낸다. 술에 취하면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싸워야 해 술자리도 피한다.

하지만 전자발찌 부착과 더불어 적절한 정신과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성범죄 전과자들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취업이나 결혼 등 재기의 발판을 찾기가 어려워 극단적 욕구 불만 세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성범죄자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최모 씨(37)는 성욕 해결을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는다. 최 씨는 출소 후 택시 운전사로 일하다 동료 운전사에게 여성을 소개받은 적이 있다. 세 번째 데이트 때 전자발찌를 찬 게 탄로 난 뒤 연락이 끊겼다. 이 사실이 만남을 주선한 동료에게 전해져 택시 운전사 일도 그만뒀다. 그는 "안마방에 있는 여성마저 발찌를 보면 기겁을 하고 '재수없다'며 나가버린다"고 했다. 보름마다 상담을 하는 정신과 의사는 그에게 "참기 힘들 땐 자위행위를 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성범죄자들에게 상담치료를 해온 탁틴내일성폭력상담소 이혜란 실장은 "음란물로 성욕을 해소하는 게 버릇이 되면 왜곡된 성 관념이 더 굳어진다"며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려면 전문적인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범죄자는 지인은 물론이고 가족과도 멀어져 심적으로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위험한 요인이다. 전자발찌를 4년째 달고 사는 류모 씨(45)는 연락을 하고 지내는 가족이 누나뿐이다. 지방 소도시에 살던 류 씨는 6년간 복역하고 나온 뒤 '여중생 성폭행범'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피해 도망치듯 상경했다. 누나는 류 씨가 사는 고시원 주변 공용주차장에서 한 달에 한 번 만나 밑반찬만 주고 떠난다. 지금 사는 고시원도 1년 새 세 번째 옮긴 곳이다. 경찰이 한두 달마다 찾아와 집주인이나 고시원 총무에게 그의 동향을 묻는다. 그러고 나면 금세 소문이 나 주변 눈길이 따가워진다.

○ 아동을 연애 상대로 보는 그들의 심리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심리 분석을 통해 이들의 반사회성을 없애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아동 대상 성범죄자 중에는 부모의 가출이나 자살 등 비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해 타인과 교류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성인 여성과의 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자신이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아동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들에게 피해자는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 여성을 대체하는 '여자'인 것이다.

이혜란 실장이 최근 상담한 50대 아동 성범죄자는 "나는 그 아이와 호감을 느껴 연애를 한 것"이라며 "나에게 관심을 보이며 유혹해와 성교육을 시켜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동 성범죄로 재범을 해 8년간 복역한 40대 남성은 정신과 의사와 면담하며 "일반인의 성매매는 묵인하면서 내가 어린애와 성관계를 가진 것은 왜 문제 삼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아동 성범죄자들은 피해자가 강하게 거부하지 않았다고 착각해 성폭행이 아니라고 여기는 인지왜곡 현상을 보인다"며 "피해 아동의 고통과 상처를 거의 공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회 부적응에 따른 좌절과 위축된 남성성을 회복하기 위해 어린이를 제물로 삼는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를 성적으로 소유하면서 성욕을 해소할 뿐 아니라 억눌렸던 자존감을 세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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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지연 인턴기자 이화여대 영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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