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 해금의 목소리를 전하다

2012. 7. 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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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민관 기자]

꽃별 콘서트 사진

ⓒ 이봄이(Pomme)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해금 솔리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해금의 매력을 알려온 국악계의 뮤즈이자 재즈, 뉴에이지, 팝, 클래식, 민요 등을 해금 연주와 결합, 크로스오버 음악의 영역을 확장해 온, '꽃별'의 콘서트를 찾았다. 지난 10일 국립극장에서 진행된 제3회 여우락페스티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에서 열린 공연이었다.

해금은 이를테면 정확한 음을 지정 않고, 가없는 층위로 벗어나는, 심금을 울리는 인간의 목소리를 닮은 독자적 생명체다. 해금의 소리는 손에 잡히지 않는 세계로 벗어난다.

해금이 조선시대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했던 것처럼 그것의 슬픈 목소리는 삶을 애달프게 여기고, 그 애달픈 삶을 위로하며 함께 울어주는 어떤 기능이 있는 것 아닐까. 꽃별의 콘서트는 < 숲의 시간 > 이란 이름으로 열렸다. 그래서일까. 신비롭고 여운 있는 분위기를 담고 있었다.

정적인 박자가 아닌, 또 자신 안에 듣는 이를 침잠시키는 해금의 존재를 확인하며 '소나무 그늘', '운무', '비 그치는 소리' 세 곡을 연달아 들었다.

이어진 곡에서는 해금에 다양한 연주자의 화음이 더해졌다. 더블 베이스와 퍼쿠션 등, 하지만 무엇보다 꽃별의 음악, 그 해금은 아름다웠다. 가령 < 메밀꽃 필 무렵 > 의 허생원이 메밀꽃밭 풍경에서 하룻밤 인연의 경험을 손에 잡힐 듯 아득한 아름다움으로 현상해 냈던 것처럼.

꽃별 콘서트 사진

ⓒ 이봄이(Pomme)

아코디언의 선율은 끝없는 차이의 반복이자 아득한 세계로의 침잠이기도 했다. 꽃별은 그 가운데 홀로 '저만치 있다'. 그녀의 얼굴 표정을 따라가 볼라치면 손은 이미 저 먼께로, 저 다른 곳으로 가 있다. 잡히지 않는 관능이다. 아코디언은 여기에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집요하게 또 은근하게.

해금을 켜다 중간에 꽃별은 리코더를 꺼내들었다. 현악기에 목관 악기, 그렇지만 매우 자연스럽다. 선율 이전의 자국을 뒤덮으며 모으는 해금은 그 화음을 뭉그러뜨리는 게 아니라, 실은 그 풍부함에 의거해 오히려 정확한 화음의 유기적인 조합을 가능케 하는 여유를 갖고 있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해금과 첼로, 건반의 합주. 해금은 어떻게 보면 다 똑같은 것 같기도, 그 애달음이 끊이지 않는 식으로 또 파국으로 진행되는 듯도 하다.

해금의 공명은 서양 악기의 정확한 음계나 멜로디에 완벽히 걸리지 않고 빠져 나간다. 그래서 오히려 음악의 정확한 형식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이 심금을 울림의 해금이 전하는 공명을 어떻게 다른 악기와의 만남을 통해 구조화, 형식화, 틀 짓기를 할 것인가는 해금 연주에 있어 꽃별로서도 중요한 역량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초수대엽'에서 꽃별은 해금을 잔잔하게 켠다. 따스함도 묻어난다. 낮게 켜고, 오는 동작에 굴곡을 깊게 둔다. 음은 무겁게 침잠했다. 꽃별의 심연을 타고 심연의 늪에 한껏 도취되어 있었다. 콘서트는 후반으로 치닫고 있었지만, 무대는 끝을 향하기보다 이로써 현은 다시 꽃별의 세계로, 무한한 충만한 몸짓만으로 기록되는 무대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이어진 곡에서는 피아노의 진한 스타카토가 경쾌하다. 다만 해금은 변하지 않는다. 화음으로 인해 채워진다. 일종의 부산함도 있다. 첼로는 각 연주 실은 파트가 될 때마다, 해금은 주체할 수 없이 밀리고 아련한 흔적으로 남으며 일종의 다른 악기들과의 경계를 만든다.

이어 해금이 만드는 그 경계에서 타악과의 만남이 이어지며 또 다른 세계로의 기대가 한껏 달아올랐다. 조금은 다른 분위기로 균등하게 파트가 분배되었다.

지난 6월 15일 서울 국립극장 내 카페 '해와 달'에서 열린 2012 여우락 페스티벌 기자 간담회에서 꽃별.

ⓒ 김민관

꽃별은 편안한 멘트들로 곡 중간 중간을 관객과 함께 호흡했는데, 공연 전날은 늘 밤을 새고, 공연 당일에는 거의 끼니를 챙기지 못할 정도로 긴장감을 항상 받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음악이 만든 삶의 평안일까. 곡을 듣고, 곡 중간에 그녀의 말을 듣는 것이 묘한 음악의 여운이 연장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녀의 연주를 들으며 해금이 가질 수 있는 매력과 색깔을 느꼈다. 해금이, 또 그녀의 음악 여정이 다양한 음악과의 조합과 함께 많은 다양성의 선분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도 보았다. 한편, 앞으로도 꽃별이 해금 솔리스트로서 더 많은 좋은 무대로 관객과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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