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대웬수 추대"..인권위 '중대발표' 코미디

입력 2012. 7. 27. 17:00 수정 2012. 7. 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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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내부 게시판에 중대발표 글 올라오자

사무총장이 대비 이유로 과장들 소집

알고보니 "현병철 대웬수 추대" 자조 글

직원들 내부 비판 단속이 낳은 과민반응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원수' 칭호를 부여받은 다음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대웬수' 칭호를 부여받았다. 국가인권위 내부 게시판에서 벌어진 해프닝인데, 간부들이 이를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 비상 대기를 소집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27일 인권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오후 3시에 중대 발표를 하겠다"는 예고성 글이 올라오자 사무총장이 '중대 발표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10여명의 과장을 소집했다. 그러나 해당 시각에 게시된 '중대 발표'는 "현병철 위원장에게 '대웬수' 칭호를 부여한다"는 자조가 섞인 우스개로, '낮 12시에 중대발표를 하겠다'던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한 것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직원들의 게시판까지 들여다보며 내부 비판을 단속하려던 간부들의 처지만 우스꽝스러워진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청문회 때 현 위원장이 잘못한 것에 대해 반성하는 기미 없이 아래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보고는 그동안 무관심했던 직원들까지도 등을 돌렸다"며 "간부들도 직원의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과민반응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국어 교육이 있으니 참석하시라"는 공지사항을 사내 메신저로 회람하자, 한 직원이 실명으로 "국어 교육은 깜둥이라고 말한 위원장님이 받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전체 직원이 볼 수 있도록 회신했다고 한다. 현 위원장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맡았던 간부가 "모든 직원들 덕분에 인사청문회를 잘 치렀다"는 메시지를 전체 직원에 보낸 데 대해서도 한 직원이 실명으로 "이게 무사히 잘 치른 것이냐"고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직원들도 자세히는 몰랐던 현 위원장의 실체를 청문회를 통해 확인한 것"이라며 "직원들이라면 다 아는 내용을 '모른다', '아니다'고 발뺌하는 현 위원장을 목격하고 직원들이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내부 비판 여론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인권위의 한 직원은 "그동안 연임에 반대해 온 직원들에 대해 '피의 숙청'이 있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용산 참사 문제와 관련해 "독재라도 좋다"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육성이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 인권위가 이를 언론에 전달한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는 일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노조 관계자는 "지난 19일 현 위원장의 육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다음날인 20일 사무총장이 행정법무담당관에게 언론에 파일을 전달한 사람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며 "사실상 징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지난 16일 현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으나, 야당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는 못했다.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은 인권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수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이후 2주일이 지나도록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

 임명장을 받지 못한 현 위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전원위원회가 끝난 뒤, 간부들을 비롯한 일부 인권위원들과 함께 불교계 인권위원이 주지로 있는 절에 가 회식을 하는 등 오히려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원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추천으로 인권위원이 된 장명숙 위원이 회의 시작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큰 상처를 받았다"며 "지난 3년으로 충분했으니 위원장님은 이제 그만 물러나달라"는 내용의 글을 읽은 뒤 퇴장하는 일이 있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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