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재임 3년동안 17차례나 청와대 방문 의혹

2012. 7. 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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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횟수 누락등 의심사기 충분"

불법사찰 사전조율 가능성 따져

탈북자 주소록 불법사용과

아파트 투기·논문 표절도 추궁

여야 모두 "자진사퇴하라" 요구

16일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인권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현병철(68) 위원장에 대해 "자진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자질은 물론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 도덕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숱한 의혹이 제기됐다.

■ 재임 시절 수시로 청와대 접촉 의혹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현 위원장이 재임 36개월 동안 모두 17차례에 걸쳐 청와대를 방문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현 위원장은 청문회 자료에서 모두 8차례 청와대를 찾았다고 밝혔지만, 관용차 운행 기록을 확인한 결과 3차례의 청와대 방문이 (청문회 자료에) 누락됐다"며 "청와대를 방문하고도 목적지에 '태평로'라고 쓴 사례도 있는데, 태평로를 목적지로 적은 다른 6차례 역시 청와대를 찾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현 위원장은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를 위해 두 달에 한 번꼴로 청와대를 찾은 셈이 된다.

이에 대해 현 위원장은 "태평로에 잘 가는 식당이 있어 오찬을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방문 시각을 보면 밥 먹는 시간이 아니다"라며 "은밀한 협의를 위해 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방문 횟수를 누락하거나 감추는 것 자체가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기구로, 인권 옹호를 위한 독립적인 활동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현 위원장의 잦은 청와대 방문은 또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송호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현 위원장이 지난 5월22일 하금열 대통령실장을 만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직권조사 상황을 설명한 사실을 거론하며 "'정권에 부담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 취지였느냐"고 따졌다. 현 위원장은 하 실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런 취지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 탈북자 신상정보 앞장서 공개

북한 인권 문제를 대표 업적으로 내세우는 현 위원장은 지난해 5월 북한 인권침해 사례를 모으겠다며 탈북자 1만5000여명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편지 겉봉투에는 '탈북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신고하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이 탈북자라는 사실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청문회에서 "이런 게 북한 인권 개선이냐. 탈북자를 죽음의 길로 모는 거 아니냐. 인권위원장으로서 이렇게밖에 생각을 못할 수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탈북자의 신상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해 비밀이 보장된다. 탈북자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것 자체가 불법 행위인 셈이다. 인권위의 행태는 인권위 권고 내용과도 배치된다. 지난 6월 인권위는 "탈북자라는 신분을 담당 경찰관이 집주인에게 공개해 인권을 침해했다"는 진정에 대해 "경찰이 진정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 인정된다"며 해당 경찰관을 징계할 것을 권고했다.

현 위원장이 탈북자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들의 주소를 통일부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사용한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탈북자 주소 사용에 대해) 통일부는 허가를 해준 적이 없다고 밝혀왔다"며 "인권위가 일방적으로 탈북자 주소를 갖고 있는 홍보자료 발송대행 업체를 강제해서 편지를 보낸 것인데 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이렇게 수집한 북한 인권침해 사례를 지난 5월 사례집으로 펴내면서 신고자는 물론 이들의 북한 내 가족 및 지인의 신분까지 노출시킨 것은 '인권 불감증의 극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엔 탈북자 5명이 국정원을 상대로 탈북 사실과 인적사항을 언론에 흘려 북에 남겨둔 가족 22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 새누리당도 자진사퇴 압박

새로운 의혹도 봇물을 이뤘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남의 논문을 그대로 베껴 쓰거나 자기 논문을 쪼개 새로운 논문을 만드는 등 이미 확인된 7건의 논문 표절은 가히 표절 백화점"이라며 "게다가 2008년에 쓴 논문은 한양대 제자의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약 2년6개월 동안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아파트 2채를 사고팔면서 현재 시세로 2억5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1989년에 부당이득을 주제로 논문을 썼던데, 이런 게 바로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또 현 위원장이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아들이 입대해 작성한 '신상명세서'에 주거형태가 '자가'로 표시돼 있다며 "국제 변호사를 꿈꾸는 똑똑한 아들이 2004년부터 살아온 자기 집의 소유형태를 모를 리가 없다. 재산을 은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그 정도로 투기하고 논문을 표절했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여기서 더이상 진도 나갈 필요 없이 그만둬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청문회인지) 범죄 재판정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범죄자를 앉혀놓고 인사청문회를 여는 것 자체가 수치이며, 현 후보는 인사청문 대상자가 아니라 사법처리 대상자"라고 비판했다.

진명선 윤형중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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