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틀면 나오는..전국환을 아시나요?"

2012. 7. 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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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그림, 더킹, 추적자, 각시탈, 내단비…안방극장, 전국환 전성시대

▶ 어느 작품에도, 카멜레온 매력…겹치기 출연 불구 각광받는 이유?

[Dispatch=강내리기자] "전국환을 아십니까?"

월화는 다정한 강기태의 아버지(빛과 그림자)였다. 수목은 자존심 강한 북한의 최고위원(더킹)이었다. 그러다 다시 월화는 돈을 위해 양심을 판 전직 대법관(추적자)였고, 다시 수목은 일본 비밀조직의 회장(각시탈)이었다.

그의 이름 석자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의 얼굴 주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그는 6개월 내내 월,화,수,목요일 10시 드라마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일 오전에는 아침 드라마로 안방을 찾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영화 '연가시'로 스크린을 점령했다.

안방극장은 지금, 전국환 전성시대다. 물론 주연급 비중은 아니다. 그러나 드라마 전개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키맨'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작품에 겹치기를 하지만 어떤 캐릭터도 전작과 오버랩되지 않는다.

배우 전국환을 조명했다. 그는 틀면 나오는 배우가 아닌, 틀면 보고 싶은 배우였다.

◆ "연극만 80편, 전국환의 결정적 작품은?"

전국환, 그의 이름은 낯설지만 이미 연극계에서는 알아주는 배우였다. 지난 1973년 극단 중앙단원으로 합류한 이후 극단 신현과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다. 그간 출연한 작품만 80여 편. 연극연기 30년의 내공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연극계는 그에 대해 "감성적이면서도, 지적인 연기세계를 펼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실제 '고도를 기다리며', '카페 신파', '천년보다 깊은', '혼수 없는 여자' 등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2007년에는 '김동훈 연극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국환이 대중과 호흡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03년 '4인용 식탁'을 통해서다. 변호사 역할로 스키린 연기에 첫 도전했다. 이후 20여 편의 영화에서 아버지, 선생님 등 평이한 역을 맡으며 차근차근 충무로 시스템에 적응했다.

터닝 포인트는 영화 '의형제(2010)'다. 북한 당 서열 43위이자 전문암살요원인 그림자 역을 맡아 변신을 꾀한 것. 소름끼치는 연기력으로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영화 '도가니(2011)'에서는 더 비열한 변호사로 분해 관객의 분노를 자극했다.

◆ "전국환의 재발견, 흰도화지 같은 매력"

그리고 2012년은, 그야말로 전국환의 해다. 이미 상반기에만 벌써 여섯 작품에 출연했다. TV를 틀면 나온다는 표현이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그는 월화요일 '빛그림자'와 '추적자'를 맡았다. 수목요일 '더킹'과 '각시탈'에 연속했다. 평일 아침에는 '내 인생의 단비'에 나온다.

월화수목금영화. 각종 드라마 및 영화에 끊임없는 섭외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각시탈' 제작진은 "히데키 회장은 각시탈에 대적할 카리스마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전국환 씨의 선굵은 연기가 무게 중심을 잡아줄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30여년간 쌓은 연기 내공. 전국환은 100여편이 넘는 연극과 영화에 출연하며, 여러 인물을 동시에 빨리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같은 시기에 방영되는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지만,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비결도 이 안에 있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연기는 맥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드라마와 달리 연극은 한 테이크로 쭉 이어간다. 당연히 개성과 방향성을 잡는데 있어 단련이 된다"며 "전국환은 극단 출신 배우로 어떤 역을 맡겨도 잘 소화하는 몇 안되는 배우"라고 말했다.

◆ "겹치기 출연은 독? 그래도 전국환이기에"

물론 전국환이라는 인물을 눈여겨 본 시청자는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월화에는 권력욕에 눈이 먼 2012년의 변호사를 연기하고, 수목에는 1930년대로 돌아가 일본 극우단체 회장으로 야욕을 펼치고 있으니, 자꾸 보면 헷갈릴 법도 하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지상파 일일, 미니, 주말극만 해도 십여편이고, 종편 등 채널 확보로 드라마 작품 수는 더 늘어났다"며 "하지만 40~50대를 연기할 조연의 폭은 넓지 않다. 특히 연기력이 되는 연기자는 많지 않다. 당연히 겹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환에게 겹치기의 '우려'는 '기우'나 다름없다. 방송영화계 사이에서 그의 연기력은 '카멜레온'급으로 통한다. 실제로 전국환은 선함과 악함, 현재와 과거, 소시민과 권력자 등 다양한 인물을 소화하면서도, 단 한번도 같은 눈빛, 같은 몸짓을 선보인 적이 없다.

황정현 문화비평가는 "드라마에는 여러 명의 조연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도 알고보면 연극무대 등에서 실력을 닦아온 분들이다"라며 "뛰어난 연기력과 다양한 캐릭터 소화 능력으로 결국엔 극의 퀄리티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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