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교회 내 동성애 문제 기독교 내부 판단에 맡겨'..인권단체는 반발

곽희양 기자 입력 2012. 7. 13. 15:03 수정 2012. 7. 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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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기독교 안의 동성애 관련 진정에 대해 기독교의 판단에 맡긴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인권단체에서는 조사거부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인권위법)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 신자인 이모씨(26)는 지난 6월 1일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하나님을 섬기는 동성애자 모임'이라는 카페를 만들었다. 카페는 사흘 뒤 별다른 통보없이 폐쇄됐다. 이씨는 폐쇄 이유를 묻기 위해 교회 홈페이지에 글을 쓰려고 했으나 글쓰기 권한마저 박탈당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지난 4일 이 진정을 각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13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인권위의 '사건처리결과 통지'에 따르면 인권위는 "성경이 동성애를 허용하는지 여부에 대해 의견 다툼이 있어 이에 대한 판단은 기독교 내부 결정에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에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각하사유를 밝혔다.

인권위의 각하 결정이 알려지자 일부 야당의원과 인권단체는 인권위가 인권위법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법 제2조 3항은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재화의 공급이나 이용에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위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보고 있다. 인권위가 각하 사유로 내세운 '조사대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경우'는 대개 다른 권리 구제기관에 의해 구제가 가능하거나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없을 때 적용된다고 인권단체들은 해석했다.

장하나 의원은 "인권위가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의 권위 뒤에 숨어서 독립적인 판단을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원장의 인사청문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도 "인권위의 이번 각하 결정은 성적 지향에 따른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삼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과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또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를 동성애에 대한 유인이나 조장으로 왜곡시켜 사회쟁점화 되는 상황에서 인권위의 기본역할을 방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위원들의 판단이전에 전문가로 이뤄진 차별시정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한 결과, 해당 사건이 조사대상 범위에는 해당하지만 인권위가 판단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데 대다수 위원들의 의견이 합치했다"고 해명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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