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그대 보낸 뒤 홀로 부르는 노래

2012. 7. 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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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월요일 맑음. 남자여 노래하라, 그대 혼자여도.
트랙#16 Travis 'Sing'(2001년)

[동아일보]

지난주 오랜만에 한잔하고 노래방엘 갔다. 기자 선후배인 T, R와 함께였다. 초면인 둘에게 혼성 듀엣을 강권하며 짜릿함을 느꼈다. 남녀가 한 소절씩 나눠 부르는 정겨움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는 꼭 아이유와 임슬옹의 '잔소리'가 아니어도 많은 곡에서 느낄 수 있다. 그 정겨움은 초면의 어색함마저 3분 만에 허물어 버릴 정도라는 것을, 나도 몇 년 전 다른 술자리에서 체험한 바 있다. 여럿이 부르던 걸 혼자 부르는 기분은, 영 아니다. 그 노래가 듀엣곡이라면 더, 혼성 듀엣곡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최근 2집을 낸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는 '인디계의 토이'(유희열)로 통했다. 도시남녀의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되 차가운 전자음과 따뜻한 리얼 악기 소리를 좋은 비율로 섞어낼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객원보컬의 활용도 비슷했다. 눈물 짜내는 곡 '선인장' 여성버전을 부른 심규선(루시아)은 특히 차세정의 음악을 잘 표현해냈다. 이번에 차세정은 단 한 곡에서 한희정과 호흡을 맞출 뿐 자신의 목소리로 새 앨범을 가득 채웠다. 어쩐지 외롭게 들린다.

최근 옛 곡들을 다시 연주·녹음해 '골든-힛트 모음집'을 낸 '브로콜리 너마저'에게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남성 보컬 윤덕원의 담백한 목소리와 별개로, 1집 내고 팀을 나간 여성 보컬 계피의 빈자리가 느껴져서다. 다른 여성 멤버가 다시 부른 '앵콜요청 금지'도 좋지만 '계피 버전으로 앙코르!'를 외치고 싶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혼자 부름의 쓸쓸함'을 육안으로 확인하기에는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의 '아이 리멤버'의 유튜브 라이브 동영상이 좋다. 한때 연인이던 예쁜 보컬 리사 해니건을 떠나보내고, 남녀 파트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라이스의 영상 아래 달린 누리꾼 댓글은 '리사 ㅠㅠ' 한 건으로 충분히 요약된다.

그래도 라이스는 아름답다. '혼자이면 어떤가. 노래는 계속돼야 한다'고 노래하는 듯하니. 공연 전 박태환 헤드폰으로 트래비스의 '싱'이라도 듣고 나왔는지 모를 일이다.

'그대여, 노래를 불러요.…당신이 주는 사랑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대가 노래하지 않는다면.'('싱' 중)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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