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랑카위, 원색 햇빛·원시 밀림..자연 속살에 닿은 휴식

2012. 7. 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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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m 전망대 올라 바라본 에메랄드 빛 바다와 보석같은 섬그늘 아래 시원한 바람 살랑살랑~뱃머리서 독수리에 직접 먹이주고 야생의 숲에서 원숭이와 장난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전혀 다른 태양!' 랑카위 국제공항에서 한발짝 내딛는 순간 강렬하게 받은 첫 느낌이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온 터라 랑카위의 태양은 그만큼 낯설었다. 쿠알라룸푸르의 태양이 스푸마토 기법으로 표현되는 윤곽선 모호한 다빈치의 그림 같다면 랑카위의 햇빛은 마티스의 강렬한 원색 작품에 비견된다고 할까. 하지만 감상도 잠깐, 서둘러 가방을 뒤져 자외선차단제부터 챙기고 볼 일이다.

◆안다만 해의 보석 같은 섬들

말레이반도 북서쪽 안다만 해(海)에 있는 랑카위는 104개의 유·무인도로 이뤄진 군도(群島)다. 본섬의 70%가 원시 열대림으로 덮여 있어 때묻지 않은 비경을 자랑한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기본이고 수백만년 세월로 녹여낸 석회동굴과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잡지에서나 봐온 맹그로브 숲을 직접 접할 수 있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리조트에 여장을 풀자마자 차를 달려 오리엔탈빌리지로 향한다. 첫 방문지는 랑카위 케이블카가 있는 곳이다. 해발 700m의 맛 친창 산 정상 전망대까지 2.2㎞를 오르게 된다. 그런데 탑승권 검표소에서 관광객들의 물병과 음료수병을 압수한다. 눈치 빠른 가이드의 신호 덕분에 배낭에 물병을 넣어 태연하게 통과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물병 압수는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상 전망대에서 파는 음료를 사마시게 하려는 상술이다. 속내를 알고 나니 한편 불쾌하고 한편 살짝 통쾌했다. 얄팍한 상술에 넘어가지 않았으니까.

6명 정원의 케이블카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덜컹 속도를 올리는가 싶더니 순간 발밑으로 까마득하게 열대우림이 펼쳐진다. 환호성이 터지고 등골이 오싹하다. 그렇다고 티를 낼 수는 없고, 애써 태연한 척 준비된 웃음만 머금었다.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안다만 해에 보석처럼 뿌려진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이웃한 태국땅까지 보인다는데 하필 운무가 훼방을 놓아 볼 수가 없으니 아쉽다.

◆독수리의 땅 랑카위

산 위에서 섬을 내려다 보았으니 이제는 지상을 훑을 차례다. 선착장으로 이동해 보트를 타고 베라스 바사(Beras Basah)섬을 향한다. 고속으로 물살을 가를 땐 카메라 등 전자제품이 물에 젖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선다.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는 불상사도 수시로 생긴다니 그 또한 단속 대상이다.

섬에 도착하니 사람보다 먼저 여행객을 환영하는 토박이가 있다. 이 섬의 원주민 격인 야생 원숭이들이다. 무슨 떡고물이나 떨어지지 않을까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모양새가 여유롭다. 자기들에겐 일상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말이다. 정작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는 건 몇 배나 덩치 큰 관광객들이다. 관광객 몇이 콜라 페트병으로 원숭이들을 희롱하기 시작한다. 줄듯 말듯 손장난에 콜라병을 움켜 잡은 원숭이의 눈빛이 애절해 보였던 건 나만의 감성이었을까.

하지만 이곳 원숭이들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라고 한다. 잠깐 한눈 파는 사이에 휴대폰, 카메라, 먹거리 등 작은 물건들을 잽싸게 훔쳐 달아난다. 물품을 도난당해도 법적으론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저 나무 밑에 앉아 원숭이들의 호기심이 빨리 사그라들길 바랄 뿐….

잠깐의 자유시간, 고운 산호가루로 이뤄진 해변을 거닐거나 수영을 즐기고, 아니면 그냥 가만히 나무그늘을 빌려 땀을 식힌다. 뭘하든 자세가 나온다. 랑카위의 수많은 섬으로 떠나는 아일랜드 호핑 투어는 갈색 독수리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이글 피딩(eagle feeding), 다양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시푸드 바비큐, 선상낚시 등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인기 만점이다.

뱃머리를 돌려 랑카위의 상징인 독수리를 만나러 간다. 랑카위란 말뜻이 갈색 독수리라고 한다. 고대 말레이어로 랑(lang)은 독수리, 카위(kawi)는 갈색이라는 뜻이다. 바닷길로 랑카위에 들어올 땐 독수리광장으로 불리는 '다타란 랑'에서 금세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날개를 펴고 있는 독수리상과 먼저 만나게 된다.

그만큼 랑카위에선 독수리가 흔한데 독수리들의 날개 안쪽이 붉은 것이 특징이다. 적갈색 날갯짓의 잔영이 뒤편 섬들의 초록빛 배경색에 오묘하게 녹아든다. 물감으론 표현하기 힘든 혼합색이다. 섬 일주와 더불어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는 이글피딩은 랑카위 체험여행의 필수코스다. 미리 준비한 먹이를 던지면 갈색 독수리들이 쏜살처럼 날아와 먹이를 낚아챈다.

◆맹그로브 숲의 엄숙한 적막

많이들 공감하는 사실 하나. 여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빨리 허기진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하나둘 공복감을 호소한다. 오늘 점심은 무인도에서의 시푸드 바비큐다. 몇 년 전 필리핀 세부 가족여행의 기억이 후텁지근하게 떠올랐다. 스노클링 후의 소금기 배인 몸, 끈적끈적한 공기, 손 씻을 물마저 귀한 섬 귀퉁이에서의 식사라니. 꽤 불쾌했던 시간이었다.

헌데, 이곳은 사뭇 다르다. 나무그늘 밑 식탁에 자리잡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끈적임도 거의 없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차려지는 식탁을 본다. 새우 게 꼬치 등이 먹음직스러운 빛깔로 구워져 나온다. 거기에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캔맥주와 음료는 금상첨화. 맛으로 한 접시, 멋으로 두 그릇. 행복한 포만감이 번진다.

배를 채운 뒤 킬림 지오포레스트 파크(kilim geoforest park)로 향했다. 랑카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맹그로브 투어를 위해서다. 맹그로브는 열대와 아열대의 갯벌이나 하구에서 자라는 목본식물 집단이다. 맹그로브 집단 자생지인 이곳은 2007년 유네스코 생태공원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명성이 높다. 킬림강을 사이에 두고 병풍처럼 펼쳐진 맹그로브 숲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지나며 태고의 자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게 '맹그로브 리버 크루즈'다. 빽빽하게 얽혀 있는 맹그로브 숲의 중심부에 들어서자 엄숙할 정도의 적막감이 주위를 감싼다. 새소리마저 흡수해 버리는 느낌이다. 바깥 세상의 온갖 소음과 번잡함들도 맹그로브 뿌리라는 촘촘한 여과기에 거르고 걸러져 이곳 밀림의 속살까지는 닿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결국 이 귀한 적막을 깨는 소음 생산자들은 바로 우리와 우리가 타고 있는 요란한 모터보트뿐인 듯하다.

바닷물에서 번성하는 맹그로브 숲은 수많은 생명체의 보금자리이자 놀라운 생명력과 환경보호 능력으로 해안 생명체를 지탱하는 중심축이다. 맹그로브 숲이 천연 방파제 구실도 한다. 이런 맹그로브 숲이 개발로 인한 유해물질 유입과 염분 비율 변화 등으로 인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뱃길, 괜히 민폐만 끼치고 오는 것 같아 마음이 꺼림칙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비밀스러운 중독, 랑카위'라고들 한단다. 훼손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를 느낄 수 있고, 그래서 문명에 찌든 자신을 한번쯤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를 주기 때문은 아닐지.

[여행 팁] 무인도서 즐기는 해산물 바비큐 '푸짐'

랑카위로 오갈 때 비행기를 갈아 타야 하는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지금 쇼핑축제가 한창이다. 매년 여름 열리는 '메가 세일 카니발(Mega Sale Carnival)'로 오는 9월2일까지 토종 브랜드부터 명품 브랜드까지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관세 면제 정책으로 패션, 정보기술(IT), 장신구, 미용 상품 등을 면세가격으로 살 수 있다. 쿠알라룸푸르 중심부인 부킷 빈탕은 대표적인 쇼핑몰 밀집지역으로 대형 쇼핑몰 6개가 몰려 있다.

랑카위는 섬 전역이 면세구역이다. 특히 주류 등이 싸다. 칼스버그 캔맥주가 한국돈 700원 정도. 말레이시아 전통음식을 주변 식당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전통음식은 나시레막. 밥과 멸치 오이 달걀 등이 한 접시에 나오는데 이를 양념소스에 비벼서 먹는다. 나시고랭(볶음밥) 미고랭(볶음면) 등의 볶음요리는 간장에 매운 고추를 썰어 넣은 칠리파디와 함께 먹으면 느끼함을 줄일 수 있다. 무인도에서 즐기는 해산물 바비큐도 그만이다.

인천에서 랑카위까지 직항편은 없다. 쿠알라룸푸르까지 약 6시간30분, 랑카위까지 45분가량 걸린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를 이용하면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에어아시아는 최근 한국 승객들을 위해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서 말레이시아 국내선으로 갈아탈 때 체크인 없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간편환승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간편환승이 가능한 모든 노선에서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인천~쿠알라룸푸르 직항노선은 편도 15만9000원부터, 간편환승 노선은 페낭 18만5900원, 랑카위 19만7900원, 쿠칭 20만5900원, 코타키나발루 21만3900원부터. 유류할증료와 세금이 포함된 가격이다. 특가 항공권은 에어아시아 웹사이트(airasia.com)에서 오는 8일까지 예약할 수 있고 해당 여행 기간은 9월18일부터 11월30일까지다.

랑카위=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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