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감독 "15세때 느낀 동성애, 옮기는 병이라고 했다"(인터뷰②)

뉴스엔 2012. 6. 2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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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글 하수정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영화 제작사 청년필름 대표 김조광수 감독이 이번에 대중들 앞에 내놓은 영화는 퀴어(동성애) 작품이다. 동성애란 단어만 듣고 거부할 수 있지만 보지도 않고 평가를 내리기엔 '두결한장'은 밝고 유쾌하고 즐겁다.

김조광수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 개봉 전 뉴스엔과 가진 인터뷰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사실을 기뻐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6년 커밍아웃한 김조광수 감독은 잘 알다시피 게이 감독이다. 19세 연하 동성 애인과 8년째 교제중이고 당당히 밝힌 뒤 삶이 훨씬 더 행복해졌다. 게이 인생 최고 전성기라 말하지만 그동안 이 세상의 모든 편견에 맞서느라 힘든 적도 많았다.

"사회적으로 커밍아웃을 안 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만 알고 있다가 6년 전 커밍아웃을 했고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죠. 동성애 영화 '후회하지 않아'를 제작하면서 더이상 게이가 아닌 척 살고 싶지 않았어요. 기자분들이 '동성애자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숨겼거든요. 조만간 커밍아웃해야지 고민만하다 영화 '분홍신'을 제작하고 제작자로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제 게이라고 밝혀도 오직 그 이유 때문에 제 영화에 투자 안 한다거나, 캐스팅 제의를 거절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어요."

'두결한장'은 훈훈한 외모를 지닌 의사 민수가 주인공이다. 완벽한 스펙을 가지고 있지만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인물로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레즈비언 효진(류현경)과 위장결혼까지 감행한다. 극중 민수가 커밍아웃 못했던 이유? 간단하다. 세상의 시선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 편견에 맞설 용기가 부족했다. 김조광수 감독도 커밍아웃 전 똑같은 고민을 했다.

"저도 민수가 가진 고민과 감정, 힘들었던 과정을 겪었고 그래서 커밍아웃을 계속 미뤘어요. 동성애자들이 제가 만든 퀴어 영화를 보고 많이 울어요. 민수 처럼 자신을 숨기고 거부했던 시절이 생각나서 그런거죠. 가족한테 커밍아웃을 먼저했는데 부모님이 3년 정도는 굉장히 힘들어했어요. 부모님을 설득해야 되는 저도 힘들었거든요.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딱 3년 걸린 것 같아요."

"15살에 처음으로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느꼈어요. '왜 난 남자가 좋을까?' 고민하다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병이라고 하더라고요. 모르면 모른다고 이야기 했으면 좋았을텐데 병이라고 하길래 진짜 병인 줄 알았어요. 그때 선생님이 이런 동성애 감정은 누구한테 옮았거나 제가 누구한테 옮길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그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옮기면 큰일난다'는 생각으로 동성애를 고치고 싶어 한 단체에 전화까지 했어요. 그 곳에서도 교회를 가라는 답만 돌아왔죠. 단 한사람도 저에게 '이건 병이 아니고 죄도 아니야. 자연스러운거야' 말해 주는 사람은 없었어요."

앞서 언급했지만 '두결한장'은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고 청소년도 볼 수 있다. 사실 좀 더 수위가 높은 키스신 베드신 등 야한 장면이 있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편집과정에서 삭제했다.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동성애는 죄가 아닌 자연스런 감정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전 동성애자들이 기사를 본다면 용기 내서 커밍아웃 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든 과정이 있겠지만 그 시간만 지나면 숨기지 않아도 돼 정말 행복해요. 커밍아웃을 적극 권하지만 강요는 안해요. 또 커밍아웃 안 한다고 해서 비난할 마음도 없어요. 우리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너무 잘 알거든요. 다만 제가 커밍아웃하고 정말 행복했어요. 분명 힘든 일이지만 괴로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행복을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6월 21일 개봉한 '두결한장'은 결혼적령기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 대신 위장결혼을 한다는 엉뚱한 설정과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김조광수 감독의 퀴어로맨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부모님의 기대에 힘겨워하던 게이 민수(김동윤)와 법적 싱글에겐 힘든 아이 입양을 꿈꾸는 레즈비언 효진(류현경)이 현실의 타협안으로 위장결혼을 감행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수정 hsjssu@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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