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주폭 100명 구속 자랑..잡고보니 대부분 노숙인

입력 2012. 6. 18. 20:20 수정 2012. 6.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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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2명 무직…대부분 노숙인 추정

서울경찰청, 1000명 구속 목표

실적 경쟁땐 인권침해 우려 있어

전문가 "알콜중독 병부터 고쳐야"

이른바 '주폭(주취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서울지방경찰청은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집중단속 한달여 만에 주폭 구속자가 1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1000명을 구속할 때까지 주폭 집중단속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구속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알코올중독 가능성이 높은 노숙인이나 실업자들이어서 형사처벌보다는 재활치료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10일 취임하면서 '주폭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음주 뒤 주민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을 엄중단속해 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주폭 1000명 구속'을 목표로 경찰서마다 '주폭수사 전담팀'을 편성해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이 이날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구속한 주폭 피의자 100명 가운데 82명이 무직이다. 무직자의 대다수는 노숙인으로 추정된다. 실제 서울의 한 경찰서가 지금까지 구속한 5명의 경우, 3명은 공원 등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2명은 고시원과 찜질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주폭 구속자들이 저지른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영세 식당 등에 대한 업무방해로, 전체 1136건 가운데 546건을 차지했다. 1인당 평균 5건 이상 업무방해를 저질렀다는 뜻이다.

음주문제 전문가들은 구속수사를 우선으로 하는 경찰의 접근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인 메디웰병원 안주연 원장은 "주폭은 무조건 잡아 가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며 "약물·상담·영양치료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주폭으로 불리는 사람들 대부분은 평소에는 소심하다가 술만 마시면 폭발하는 사람들"이라며 "심리적으로 현실을 회피하려는 습성 때문에 술을 마시는데, 이건 병이기 때문에 치료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구속수사 방침과 실적주의가 인권침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용산구에서 쪽방 주민과 노숙인을 지원하는 동자동사랑방 엄병천 대표는 "노숙인들은 주거도 일정하지 않고 거리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쉬운 단속 대상이 된다"며 "경찰이 실적 경쟁을 하다 보면 단속이 쉬운 노숙인들을 대량 구속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찰관은 "동네 쉼터에 부랑자로 보이는 사람들 3명 정도가 늘 술을 마시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위협을 주고 불안감을 조성한다면 주폭에 해당한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남부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그들이 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 최하층에 속하는 사람들을 잡아넣어서 정의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는 건 참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재활치료보다는 엄정한 법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구속된 기간에는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재활치료 효과도 빠를 것"이라며 "법질서가 무너지면 (주폭에) 대응할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정환봉 김지훈 이정국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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