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필석,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와 사랑에 빠지다 [인터뷰]

박진영 기자 2012. 6. 17.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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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1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원캐스트로 뮤지컬 '닥터 지바고' 무대에 올랐던 강필석(33)은 "솔직히 이틀만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살이 많이 빠진 자신의 모습을 거론했다.

지난 해 연극 '레드' 때 찍은 프로필 사진을 보고 살이 너무 많이 올라서 놀랄 정도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때보다 체중이 8kg이나 빠졌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강필석은 쉼없이 곧바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연습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체력적으로는 힘들지만, 마음을 울리는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병헌과 故 이은주 주연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001)는 개봉 당시 두 남녀의 사랑을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심금을 울리는 대사로 표현해 내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아무리 긴 시간이 흘러도 명작은 그 자체만으로 빛이 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도 '번지점프를 하다'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아련한 사랑과 그리움을 남긴 최고의 영화로 손꼽힌다.

그리고 이 작품은 영화의 절제된 감성과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더한 감성 뮤지컬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이미 2008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워크샵을 시작으로 5년에 걸친 창작 과정을 거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2009년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주관 창작팩토리 사업에서 시범공연을 통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필석은 창작팩토리 시범공연부터 '번지점프를 하다'와 함께 해온 배우다. 아주 짧았던 공연이었기는 하지만 3년 전부터 같이 준비를 해 온 작품이기에 강필석이 이 작품에 가지는 애정은 특별했다.

"물론 5년 전부터 준비를 해 온 분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저 역시 이 공연이 정식적으로 무대를 올린다는 사실에 감회가 참 새롭죠. 게다가 '번지점프를 하다'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지금도 정말 재미있게 연습을 하고 있어요. 오픈 날인 7월 14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초연되는 창작 뮤지컬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즐겁고 기대가 많이 된다고 말하던 강필석. 무대 공연에 있어서는 고집스럽다 싶을 정도로 올곧기만 한 강필석의 마음을 사로잡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결정적으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음악이었어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제가 제주도에 있었거든요. 물론 다른 작품을 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창작팩토리에 나가는 작품을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온다는 것에 대한 명목이 없었어요. 그래서 '좋지만, 본공연 때나 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했었는데, 음악을 듣는 순간 내가 해야만 한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번지점프를 하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거죠. 제가 이 영화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그렇게 창작팩토리 시범공연은 물론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무대를 지나 본 공연까지 주인공 서인우 역을 맡게 된 강필석에게 선택은 필요 없어 보였다. 제작사 뮤지컬해븐 박용호 대표 또한 늘 강필석에게 "이건 니가 해야 돼", "이 작품은 너와 정말 잘 어울린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였다고. 그랬기에 N극과 S극이 만나듯 불가분의 관계처럼 강필석은 또 다시 자연스레 '번지점프를 하다'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

물론 우려도 적지 않다. 영화라는 원작으로 인한 오픈된 스토리 라인이나 짧았던 준비 기간으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공연 당시 일부 관객들에게 아쉽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강필석 또한 이런 반응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사실 평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상황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제작비도 적었고 시간에 쫓겼거든요.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건 그 순간만큼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에요. 배우, 스태프 모두 그 짧은 시간에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고 생각해요. 모든 이들이 이 작품을 잘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박용호 대표님도 공연 둘째 날까지 이 작품을 올려야 하나 고민을 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마지막 공연을 보시고는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셨대요.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에 차이가 많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도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셨대요. 종방연을 할 때 저에게 '고민 많이 했는데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이걸 무조건 밀어붙이기로 했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본격적인 제작이 시작됐다. 영화가 뮤지컬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스토리의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대구 공연 당시 바뀌었던 내용이 다시 영화 내용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달라진 점 중 하나다.

"대구 공연 땐 인우가 음악 선생님이었어요. 또 '숟가락은 왜 ㄷ 받침이고 젓가락은 왜 ㅅ 받침이냐'는 대사를 멜로디로만 표현을 했었죠. 인우가 부르는 노래에 태희가 화음을 넣었고, 또 현빈이 같은 화음을 넣는다는 설정이었어요. 그래서인지 관객들이 알아차리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그 좋았던 대본을 굳이 다른 내용으로 바꿀 필요가 있겠나 싶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됐어요. 그런 좋은 부분을 계속 가져가려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는 너무 잔잔하고 조용한 가운데서도 격정적인 하이라이트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자체가 잔잔할 뿐이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각 캐릭터로부터 굉장히 절절한 감정을 끌어올리게 한다는 것.

"물론 너무 조용한 극이라 걱정이 된다고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저는 실험이고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뮤지컬도 이렇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영화 '화양연화'에서도 잡을 듯 말 듯 하면서도 안 잡아서 속에서 안달이 나잖아요. 그런 절절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음악적인 힘을 받아서 더 많은 감정을 쏟아내게 되죠. 특히 현빈을 향한 마음과는 반대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감정을 많이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이 주는 힘을 믿기 때문에 이 작품 또한 섬세한 감정을 음악이 더욱 증폭시켜줄 것이라고 말하는 강필석의 머릿속에는 온통 '번지점프를 하다' 뿐인 듯 했다. 평생 이 작품만 안고 살아온 사람처럼, 연신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있다고.

"'번지점프를 하다'라는 작품은 희한한 것 같아요. 정말 심장이 두근두근 뛰어요. 읽고 노래하면서도 그렇지만 몰입하지 않는 순간에도 정말 좋아서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아요. 이 멜랑꼴랑함은 뭘까요?(웃음)"

가슴팍에 손을 올리고 진심으로 애달픈 표정을 짓는 강필석을 보고 있자니 진짜 연애 혹은 결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우처럼 누군가에게 첫 눈에 반한 적은 없지만 운명을 믿기 때문에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다는 이 남자의 연애 방식은 어떨까.

"컨셉 사진처럼 신발 끈을 묶어준다거나 하는 그런 자상한 타입은 아니에요.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표현을 많이 안 하기 때문에 무심해 보이기도 하죠. 기본적으로는 잘 해주는데(웃음) 약간 무심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35살이 되고 나니 결혼 언제 할거냐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됐다며 슬쩍 웃음 짓던 강필석은 "언젠가 운명을 만날 거라고 생각해서 노력 하나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짜 마음이 통하고, 생각이 잘 맞는 사람은 따로 있기 때문에 굳이 조바심을 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무대에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표현하고 싶다.

"전작 '닥터 지바고'를 함께 한 (김)지우가 키스가 계속 늘어나서 사심 채우는 것 같다는 말을 했더라고요. 원래는 세 번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일곱 번까지도 (키스를) 했었죠.(웃음) 그런데 그 순간에는 (전)미도도 미도로 보이지 않았고, 지우도 지우로 보이지 않았어요. 워낙 잘 아는 동료지만 신기하게도 무대에서는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만 보였어요. 그래서 그 장면에서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거든요. 그러면 사심 채운 게 맞는 게 되나요?(웃음)"

공교롭게도 강필석은 '닥터 지바고'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미도와 애절한 사랑을 연기하게 됐다. 아쉽지만 두 작품 모두 사랑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미도가 캐스팅 되고 '닥터 지바고2냐', '환생해서 우리 만나는거냐'는 농담을 했었어요. 둘 사이에 다른 작품이 하나라도 있었으면 방해요소가 안 될 텐데, 바로 후속작품이라서 걱정이 되기는 해요. 제발 전작은 잊고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는 또 다른 인우인 김우형과 태희 최유하에 대해서도 마냥 좋다며 기대감을 더했다. "무대에서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서로를 이해하면서 도움을 주면서 무대를 만들어 가면 정말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한 명이 아무리 잘 나고 멋있어도 30명이 힘을 합친 것보다 멋있을 수는 없거든요. 이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었을 때 정말 감동적인 것인 것 같아요."

행복이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표정, 목소리, 분위기에서 먼저 뿜어져 나오게 된다. 강필석도 그러했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공연 오픈 날을 기다리는 그의 표정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직도 준비하고 걸어가야 할 길이 멀고 길지만 하루하루 채워져 가는 마음 속 깊이감이 이보다 더 풍요로울 수 없겠다 싶었다.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창작뮤지컬의 한 획을 그을 것 같은 정말 단단하고 감정적인 뮤지컬이에요. 기대 많이 해주시고, 극장 오셔도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거에요. 후회하신다면 제게 돌을 던지세요.(웃음)"

강필석, 김우형, 전미도, 최유하, 이정훈, 이재균, 송상은, 임기홍, 진상현, 김성일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7월 14일부터 9월 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뮤지컬해븐]

강필석| 뮤지컬| 번지점프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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