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장악한 新여성 3인방, 임신과 동거를 논하다

최인경 기자 2012. 6. 14.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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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한 여성들의 가치관이 브라운관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SBS '짝'에서 자유로운 행동과 마인드로 화제선상에 오른 여자 5호는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말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아기를 낳은 후 부부간의 로맨스가 멀어져 불행이 시작되는 커플을 많이 봤다 말하는 그녀는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한다'는 부모 세대의 가치관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다. 이처럼 남들이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할 필요가 없다 생각하는 그녀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방송 출연을 통해 감수해야 하는 후폭풍을 기꺼이 안고 자신만의 당당한 생각을 내비쳤다.

그녀만의 확고한 가치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여자 5호는 "보통 명절 때 시댁을 먼저 가고 시간이 남으면 친정을 가지만 시댁을 갔으면 다음해에는 친정을 가는 게 맞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리고 이 말을 들고 충격을 받은 남자6호의 표정에서 알 수 있듯, 친정보단 시댁이 언제나 우선시되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에 이의를 제기한 여자 5호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국내에서 산 시간이 더 길지만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고, 동물을 너무나도 사랑해 애정촌 안의 개들을 목욕시키는 등 자신이 생각한 그대로를 행동에 옮기는 여자5호는 신선한 캐릭터를 반기는 '짝'에 안성맞춤인 인물이다. 그리고 방송 직후 그녀에 대한 시선은 "자유로운 가치관이 멋지다"는 의견과 "너무 과도하다"는 두 갈래로 나뉘며 다양한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 보수적이고 틀에 박혔던 여성의 캐릭터는 최근 브라운관을 장악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에 의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를 이끈 가장 큰 인물은 국민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차윤희(김남주 분)다.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윤희는 '할 말은 다하는' 똑 부러진 현대 여성상이다. 드라마 제작PD라는 전문직 아래 명품가방 한두 개는 가지고 있고, 예쁜 옷과 좋은 신발로 어느 정도 자신을 꾸밀 줄도 안다. 아닌 것은 꼭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당참과 누릴 것은 꼭 누려야 하는 자신감 또한 그녀를 완성하는 캐릭터다.

이처럼 현대적 캐릭터인 윤희는 임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춘다. 일에서 오는 성취감과 남편과의 화목한 사랑만으로도 인생을 채워나갈 수 있다 생각하기에 그녀의 인생 안에서 아이의 존재는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또한 언제나 '지고 들어가는' 시댁과 며느리의 관계에 있어서도 반기를 들며 획일화되고 고착화 된 대한민국의 고질적 문제들에 다시 한 번 물음표를 던진다.

그녀의 등장이 이렇듯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민감할 수 있는 문제들에 말 그대로 '현명한' 대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드라마 '넝쿨당'은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무조건 극과 극의 대치이고, 시누이와는 원수와 맞먹는 앙숙을 이루는 평면적인 관계를 넘어서 입체적인 양상을 띌 수 있었고 '시월드 교본'이라 불릴만큼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풍속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은 '직설'의 대가 이효리다. 최근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 '골든12'에 출연중인 이효리는 24살 어린 나이의 신부와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한 이천희에게 "결혼하기 전엔 한 텐트에서 잤어?"라 묻고, 아니라 대답하는 이천희에게 "그런데 어떻게 결혼 전에 임신을 했어?"라는 직구를 던진다. 그리고 "요새는 혼수로 아기를 해간단 얘기가 있을 정도더라. 그런 게 흉이 되지 않는가봐"라는 뼈 있는 말을 던지기도 한다.

또한 이천희의 결혼을 화두로 이어진 '결혼 제도'에 대한 이야기에 이효리는 "나는 결혼제도에 메이고 싶지 않다. 같이 살기만 할 수도 있고, 식전에 아이를 낳을 수도 있고 그런데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지 않다"라는 말로 솔직한 결혼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미 대한민국 대중문화에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최정상의 여가수가 이다지도 가감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 보이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분명 현재 브라운관을 장악한 여성 캐릭터들은 과거와 다르다. 틀에 박히고 뻔한 이야기들만 내뱉는 '재미없는' 캐릭터들은 대중들에게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한 가치관을 사람들에게 주입시키고 강요하는 것은 분명히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강요가 아닌 공개는 합당한 행동이며 이를 통해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더욱더 고무적이다.

이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와 행동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의 과격한 논쟁이 벌어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간 없던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는 것은 언제나 '논란'을 가져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후폭풍을 과감히 안고 대한민국 여성들의 임신과 동거를 논하는 이들의 등장이 현재로서는 무척이나 반갑다.

최인경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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