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근태 자전적 수기 '남영동' 영화 만든 정지영 감독

글 박은경·사진 김기남 기자 2012. 6. 13. 21: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혼까지 파괴하는 고문.. 영화에 다 담을 수 없었다"

"연기자를 가해하지 않고는 찍을 수 없는 영화여서 힘들었습니다."

< 남부군 > < 하얀전쟁 > 에 이어 최근 < 부러진 화살 > 까지 금기된 소재를 과감하게 다뤄온 정지영 감독(66·사진)은 < 남영동 > (가제)을 "30년 영화 인생 중 가장 힘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 남영동 > 은 육체뿐 아니라 영혼까지 파괴하는 고문의 잔인함을 고발하는 영화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85년 9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20일간 고문을 당한 기록을 담은 자전적 수기 < 남영동 > 을 토대로 만들었다. 책은 20일간 자행된 10차례의 고문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정 감독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한 달여간 촬영했다.

1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정 감독은 "우리가 편안하게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그분들의 피해라는 토대에서 만들어졌다. 그 아픔을 온전하게 느끼고 또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불편한 진실을 들추는 일은 고통이 수반된다. 인간의 야만성을 폭로하기 위해서는 고문을 현실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연기자의 육체적 고통도 피할 수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문을 다룬 영화가 거의 없습니다. 왜 안 나왔나를 영화를 찍으면서 알았어요. 연기자가 고문을 당해야 하는데, 어느 연기자가 그걸 찍겠으며 누가 그런 걸 찍을 생각을 하겠습니까."

< 부러진 화살 > 에 출연했던 박원상이 고 김근태 상임고문을, 이경영이 고문기술자인 이근안을 맡았다.

"(고문을 당한) 사람들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어요. 간첩이 아닌데 간첩이 되어버렸고 가정이 파괴되고 삶이 무너졌어요. 돈 몇 푼으로 보상할 수 없는 문제예요. 영화로도 다 담아낼 수 없는데, 내가 이걸 영화로 담겠다는 생각 자체가 초라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영화는 여러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박원상과 이경영은 러닝개런티(흥행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출연료)를 받고 참여했다. 천정배 전 국회의원과 김근태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의원이 장관 역할로 특별 출연했다. 순수제작비는 < 부러진 화살 > 때의 5억원보다도 낮다.

김근태 상임고문을 모델로 했지만 극중 배역은 김종태, 이근안은 이두한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김근태 상임고문뿐 아니라 다른 고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냈기 때문에 다른 이름을 사용했다.

이날 인터뷰하는 사이사이에 정 감독은 실제 고문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촬영했다. 이 인터뷰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 담길 예정이다.

이제는 백발이 된 피해자들이 당한 고문은 영화에서 묘사된 것보다 훨씬 강도가 셌다.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영화가 억울한 사연을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정 감독은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 글 박은경·사진 김기남 기자 yama@kyunghyang.com >

경향신문 '오늘의 핫뉴스'

▶ 어린이집 "댁의 아이가 산만해서…", 분통

▶ '국민 경선', 박근혜가 가장 우려하는 건…

▶ "아내 외박, 너 때문에…" 이웃주부 살해한 30대 남성

▶ 北, '박근혜의 방북때 발언' 공개 위협

▶ [단독] "논이 늪으로" 4대강…농민 통곡, 기절

모바일 경향 [경향 뉴스진(News Zine) 출시!]|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세상과 경향의 소통 Khross]- ⓒ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