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PD의 오디오 파일] 류계영의 '인생'

2012. 6. 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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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10권은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다. 뒤돌아보면 '운명'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점점이 이뤄져 '인생'이 된다.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고 거부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독안에 든 쥐처럼 그렇게 어이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내 인생이 엄중했던만큼 다른이들의 인생에도 마음이 쨘해진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KBS 2TV '이것이 인생이다'도 구구절절한 우리 이웃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 많은 감동을 줬던 프로그램이었다. 가수 류계영은 실제 주인공이자 주제가 '인생'을 불렀었다.

'운명이 나를 안고 살았나, 내가 운명을 안고 살았나. 굽이 굽이 살아온 자욱마다 가시밭길 서러운 내 인생. 다시 가라하면 나는 못가네. 마디마디 서러워서 나는 못가네.'

신인가수 답지 않게 호소력 짙은 묵직한 그녀의 목소리는 첫소절부터 내 마음을 움직였고, '다시 가라하면 나는 못가네, 마디마디 서러워서 나는 못가네'그 부분에선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뭔가가 울컥, 솟아났다.나는 바로 섭외를 했고 강원 원주에서 달려온 그녀를 처음 만났다.

류계영…본명 최계영. 원주 치악산 밑에서 너무나 가난한 6남매의 맏이로 자랐다. 너무 가난해서 엄마가 도망가버릴까봐 늘 불안했던 소녀는 알아서 동생들을 보살피고 가난에 지친 부모에게 노래로 위로도 해줄줄 아는 철든 가장으로 성장했다. 산업체 야간고를 다닐 때는 3장의 식권을 받으면 한끼만 배불리 먹고 나머지는 팔아서 월급과 함께 부모님께 꼬박꼬박 보냈다.한번도 노래공부를 안 했지만 노래자랑만 나가면 상을 받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그녀는 공장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이유로 고교를 졸업하고 가수가 된다. 영등포 일대 스탠드바를 11군데나 다니면서 오로지 동생들을 공부시키고 부모님 호강시켜주겠다는 꿈밖에 없었던 그녀는 비록 밤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조금의 흐트러짐없이 자신에게 엄격하게 살았다. 자신이 입는 옷한벌에는 인색했지만 가족에겐 한없이 퍼주었고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보면 만원짜리 몇장은 꼭 쥐어주어야 마음이 편한 이 따뜻한 여성의 사연은 KBS 황제연 PD에 의해 '이것이 인생이다'에 소개된다. 그리고 그녀의 삶에 딱맞게 쓴 오혜숙의 명품가사가 붙여져 '인생'이 탄생했다. 류계영의 노래는 조용히 조용히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다가갔다. 특히 중년이상의 여성들에게 그녀의 노래는 "어쩌면 딱 내 노래"라는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었기에 그녀의 노래가 이만큼 올라오기까지는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류계영답다. 언제 그녀에게 쉽고 편한 길이 허락되었던가. 그런데도 그녀는 언제나 웃는다. 제대로 고생해본 사람, 운명을 탓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인 사람만이 갖는 큰 지혜와 따뜻함이 그녀에겐 있다.

나는 류계영을 통해 가난했던 우리나라를 이만큼 성장시킨 이땅의 많은 '맏딸'들의 모습을 본다. 그녀들의 희생과 사랑이 없었다면 나도, 우리도 이만큼 살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맏딸'들이 행복할 차례다. 그래야 옳다. 류계영도 착한 남편, 듬직한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뒤늦게 이룬 가정에 최선을 다하면서 가수로서도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녀를 지켜보는 일은 프로듀서라는 직업을 떠나 한 인간으로서 가슴벅찬 감동을 준다. 착한가수 류계영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유다.

조휴정ㆍKBS해피FM106.1 '즐거운 저녁길 이택림입니다'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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