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장 못읽는 엄마?"..교과서 속 다문화

고재열 기자 2012. 6. 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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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정된 초등학교 교과서의 특징은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 다문화 가정,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내용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문화인권교육센터(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 부설) 정종수 소장은 초등학교 3~6학년 개정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이들 국어·사회·도덕 교과서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첫째, 아시아 출신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심각하며, 특히 이주여성과 그 자녀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주여성 학부모들은 소극적이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보다 외모가 다르고, 한국어가 서툴고, 놀림을 당하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둘째, 교과서에 등장하는 외국 도서(대부분 문학작품이지만 일부 과학서적 포함)의 97.7%는 유럽과 미국 쪽 작품들이며, 남성 작가가 70.5%, 여성 작가가 29.5%를 차지한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작가의 작품은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가 지적한 교과서의 표현들.

셋째, 사회 교과서의 사진과 삽화는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다. 긍정적 이미지의 사진에는 백인이, 부정적 이미지의 사진에는 흑인과 아시아인이 등장한다.

넷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절대다수는 아시아인(85.2%)이지만, 교과서 속 외국인 관광객 사진과 삽화 22장 가운데 95.5%인 21장은 백인이며, 동남아인 사진은 1장뿐이다.

다섯째, '생활의 길잡이' 3학년 2학기 교과서 48쪽에는 기계를 다루는 이주노동자는 피부색이 검은 사람으로, 외국인 유학생은 백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 2010년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연보 > 에 따르면, 한국에 유학 입국한 10만6961명 가운데 아시아 출신 외국인 유학생은 9만8825명으로 전체의 92.4%에 달한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가 주최한 '교과서 속 다문화' 간담회 자리에 참여했던 중국 이주여성 이윤희씨는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걱정 마'라는 시를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눈이 크고 얼굴이 까만 필리핀 엄마, 알림장 못 읽는 베트남 엄마, 김치 못 먹어 쩔쩔매는 몽골 엄마들이 있지만 우리는 어울려 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이 시를 읽을 때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많은 이주여성이 초등학교 교과서로 한국어를 공부한다. 그들 역시 충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백인은 긍정적, 흑인·아시아인은 부정적

경인교대 설규주 교수(사회교육)가 17개 초·중·고교 사회 교과서를 분석하고 작성한 < 초·중·고 사회 교과서의 다문화 관련 내용 분석 > 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교과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설 교수는 '부모가 불법체류자여서' '이주노동자들은 아직 우리나라 말과 법을 모르니까' '저소득층이 많은 다문화 가정의 경우' '혼혈이라고 학교에서 놀림을 당한 날은'처럼 부주의한 표현이 교과서에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는 개정된 교과서가 다문화적으로 변화해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려고 한 시도는 의미 있게 평가한다. 그러나 사려 깊지 못한 표현 때문에 국제결혼한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해 불필요한 편견과 오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는 이런 내용을 지적하고 이를 교육과학기술부에 공식 질의했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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