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너그러운 문화, 범죄 키우는 한국] 오원춘·김수철·김길태·조두순.. 흉악범 옆에 술병 있다

특별취재팀 2012. 6. 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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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살인 오원춘 "술이 웬수"

오원춘, 김수철, 김길태, 조두순 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잔인한 범죄자들은 어김없이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 술에 취해 성욕이 생겨 여성이나 아동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성폭행을 하면서 신체를 훼손하거나 살해하고 시신을 수백 조각으로 토막 내는 등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의 범인 오원춘 집 탁자 위에는 알코올 도수가 38도에 이르는 5L짜리 중국술(白酒)이 4분의 1 정도 마신 상태로 남아있었다. 오원춘은 경찰에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자 생각이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2010년 초등학생 A양을 학교에서 납치한 뒤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김수철도 범행 당시 캔맥주 1개와 소주 1병, 맥주 2병을 마신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맥주를 마시면 성욕을 느낀다"며 "술에 취해 경황이 없었다. 술이 '웬수'"라고 말했다.

조두순과 김길태는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변명처럼 말해 공분(公憤)을 사기도 했다. 2008년 등교하던 나영(가명·당시 8세)이를 근처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한 조두순은 조사과정에서 "술 때문에 전혀 기억이 없다"면서 술 탓만 했다. 2010년 부산 에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길태는 "평소 주량은 소주 1병인데 범행 당시에는 소주 3~4병을 마셨다"며 "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고 정신을 차려보니 피해자가 죽어 있었다"고 말했다.

박성수 세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 유형별 술 취한 범죄자 비율을 보면 흉악범죄나 폭력 범죄가 기타 및 전체 범죄의 비율보다 2~3배가량 높다"면서 "이것이야말로 술이 강력범죄를 유발한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술에 취해 돌아다니도록 허용하는 우리 사회의 관대한 술 문화가 음주 범죄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범인들뿐 아니라 평범한 가장들이 휘두르는 가정 폭력도 대부분 술에서 시작된다.

한국 여성의 전화 2008~2010년 가정 폭력 전화상담 설문(294건)에 따르면, "폭력은 주로 어떤 상황에서 일어납니까"라는 질문에 44.2%의 응답자가 '남편이 술 마셨을 때'라고 답했다. 가정 폭력의 절반 가까이가 결국 술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폭력이 도를 넘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며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18일 새벽 4시10분쯤 서울 중랑구 면목동 한 주택에서 양모(57)씨는 아내 권모(60)씨와 밤새 부부싸움을 벌였다. 권씨는 은퇴한 뒤 수년간 직업이 없는 남편 양씨에게 "생활비도 벌어오지 못한다"며 잔소리를 했다. 소주 2병 반을 마시고 잔뜩 술에 취해 있던 양씨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부엌에 있던 칼을 들고 와 권씨 가슴을 수차례 찔러 죽인 것이다. 이를 말리던 아들(27)의 허벅지도 찔러 중상을 입혔다. 1남1녀를 둔 단란했던 가정은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졌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문조 교수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뒤집어 말하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그런 일(범죄)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라며 "자제력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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