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이별, 명반을 남기고 떠나다
트랙 #9 Norah Jones 'All a Dream'(2012년)
[동아일보]
EMI코리아 제공 |
때로 이별의 날은 예리하다. 피해자의 심장을 상상 못할 두께로 자르고 저며서 눈앞의 희망도, 온기도 빨갛게 질식시키고 만다.
'오, 미리엄, 그 참 예쁜 이름이지. 네가 죽을 때까지 계속 (그 이름을) 불러줄게… 내가 네 목숨을 앗아갈 때 미소 지어줄게'('미리엄' 중).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노라 존스가 이런 가사를 읊조리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달 초 나온 그의 5집 '리틀 브로큰 하츠'는 '이별 앨범'이다. '사랑하는 남자가 스물두 살짜리 여인 미리엄을 몰래 만나고 있음을 발견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콘셉트 음반이다. 앨범 작업 당시 존스는 소설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몽환적이고 편집증적인 악곡은 그간 존스가 내놓은 편안한 재즈 팝도, 컨트리를 섞은 어덜트 컨템퍼러리도 아니다. '컴 어웨이 위드 미' '돈트 노 와이'의 목가적 분위기를 앗아간 건 어떤 아픔이었을까?
'이별 앨범'의 역사는 계속돼왔다. 공교롭게 대개 높은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가까이는 올해 그래미를 휩쓴 아델의 '21'이 그랬다. 그는 앨범 제작의 동인이 된 헤어진 남친을 향해 그래미에서 "재능을 어떻게 표출할지 알려줘 감사하다"고 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핀들레이 브라운의 2007년 작 '세퍼레이티드 바이 더 시'는 제목 그대로 바다 건너 떠나간 연인에게 띄운 뒤늦은 연가를 모아 낸 음반이었다.
이쯤 되면 뮤지션과 교제 중인 이들은 못된 상상을 할 수도 있겠다. '헤어지면 그가 노래를 만들어주겠지. 그럼 난 노래 안에 영원히 살 수 있을 거야.' 뭐 이런…. 엘턴 존의 '유어 송'도 실제 모델은 있을 테니까. 그럴 줄 알고 미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세라 바렐리스는 2007년 히트곡 '러브 송'에서 못 박았다. '널 위한 러브 송은 안 써줄 거야. 네가 원하니까, 그래서.'
가장 아픈 이별은 사별(死別)이다. 영국 여성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는 2008년 남편의 요절에 직면했다. 2년 공백을 깨고 2010년 낸 2집 '더 시'는 뛰어난 사별 앨범이었다. '당신, 여기 있나요(아 유 히어)'로 시작한 음반은, 오, 이런 노래로 끝난다.
'바다가, 장엄한 바다가 모든 걸 깨고 부수고 쓸어간다. 내 모든 걸 앗아가 버린다'('더 시' 중)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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