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로드… 길 위에서 영혼을 헹구다

김석종 선임기자

걷기 열풍이다. 제주도 올레길 성공 이후 지자체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걷기에 빠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걷기 모임이 늘어나고, ‘길’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울로드… 길 위에서 영혼을 헹구다

<소울로드>(청어람미디어)는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다. 걷기에 매료된 ‘걷기 전문가’ 12명이 전국의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쓴 에세이를 모았다.

신정일, 신용자, 박기성, 문찬일, 김종대, 박수자, 이병학, 도영주, 이민, 김영규, 현관욱, 맹한승씨가 필자로 참여했다.

‘영혼을 치유하는 한국의 명품길’로 내세운 25곳 중 초여름에 걷기 좋은 길 6곳을 소개한다. 계곡과 바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걸어보자.

소백산 자락길 죽계계곡 들머리. 올라갈수록 숲은 깊어지고 계곡 물소리가 청아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 청어람미디어 제공

소백산 자락길 죽계계곡 들머리. 올라갈수록 숲은 깊어지고 계곡 물소리가 청아해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 청어람미디어 제공

■ 토영 이야~길

소울로드… 길 위에서 영혼을 헹구다

시와 미술, 문학과 역사가 어우러진 통영의 바닷길이다. 강구안의 문화마당에서 출발해 남망산고원을 오르내리며 조각공원과 시인들의 시비를 감상하고 김춘수 시인과 유치환 시인의 생가터를 지나 동피랑 벽화마을을 오르는 게 순서다. 박경리가 어린시절을 보낸 간창골과 생가, 윤이상공원 등을 걷는다. “통영의 중앙동 우체국에 가면, 청마의 거리에 서면, 이미 잊힌 첫사랑이나 추억 속으로 깊이 묻어둔 연정이나, 그리움 같은 것을 끄집어내어 편지를 쓸 일이다.”(여행작가 이민)

■ 외씨버선길

소울로드… 길 위에서 영혼을 헹구다

경북 청송·영양·봉화군과 강원 영월군의 4개 지자체가 옛길을 복원했다. 청송 탐방로는 청송도호부의 객사 운봉관, 덕천리 고택마을, 한티고개, 신기리 한지마을 등을 걷는다. 영양 산숲길은 첩첩산중 일원산 자락을 따라간다. 봉화 옛길 볼거리는 춘양 오일장과 춘양목숲, 두내약수다. 영월군 김삿갓면은 평생 전국을 떠돌아다닌 김삿갓의 유허지다. “고갯길, 굽잇길, 돌아가는 길 좌우로 제철 맞은 사과 향기와 고추 내음이 줄기차게 따라붙는다.”(여행전문기자 이병학)

■ 부산 해파랑길

소울로드… 길 위에서 영혼을 헹구다

동해 해파랑길의 출발지. 이기대길은 바닷가 벼랑을 따라간다. 임진왜란 때 두 기녀가 왜장에게 술을 먹이고 함께 물에 빠져 죽었다는 내력이 있다. 울창한 숲길 아래 암벽에 부딪치는 파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광안대교와 광안리 해수욕장, 해운대의 미포항과 달맞이고개, 청사포, 대변항으로 이어진다. “흰 포말로 부딪히고 다시 중심으로 나아가는 파도들. 일상의 때를 털어내듯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바라본 하늘에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순간, 바다는 은빛거울이 된다.”(시인 박수자)

■ 북한산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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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들의 친근한 쉼터인 북한산 산허리를 돌고 돌아가는 여정이다. 소나무숲길, 흰구름길, 솔샘길, 명상길, 옛성길, 구름정원길, 마실길, 산너머길…. 어느 길, 어느 코스를 택하든 아름드리 나무와 아름다운 숲들이 짙은 녹음의 향기를 뿜어낸다. “복잡하고 불안한 일상을 털어내고 신선하고 새로운 충만된 자신을 고양시키기 위해 떠나는 내 안으로의 여행. 그곳엔 걸으면서 만끽하는 가볍고 낮고 편안한 쉼터의 고요한 숲속 여정이 있었다.”(여행가 맹한승)

■ 소백산 자락길

소울로드… 길 위에서 영혼을 헹구다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오솔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 금성대군과 순흥부사 이보흠이 일으킨 단종 복위사건 현장인 금성단, 고려시대 문장가 안축이 지은 ‘죽계별곡’ 배경인 죽계구곡, <정감록> 십승지지의 한 곳인 풍기 금계촌, 요즘 철쭉이 산을 붉게 물들인 죽령 옛길을 따라 걷는다. “그 길을 한 구간이라도 걸어본 사람들은 오래도록 그리움으로 남아서 가끔씩 떠오르면서 가고 싶은 길이 바로 소백산 자락길이다.”(도보여행가 신정일)

■ 강화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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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곶돈대에서 시작하는 ‘강화 나들길’ 코스. 피정의 분위기가 물씬한 갑곶순교성지, 북한이 코앞인 승천포 강화평화전망대, 한강 하구 조강이 염하와 만나는 연미정, 석모도 <시월애> 촬영장, 세계 4대 갯벌에 든다는 뻘바다를 드나든다. “억새숲 가장자리에 바닷물소리 자장가처럼 찰싹거릴 때 하늘 높이 강생이떼 어디론가 날아간다. 갈대밭 정겨워 갯바닥으로 내려가면 세상 모를 정글에 파묻혀 돌아갈 때를 잊는다.”(산악인 박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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