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자랄 나이인데.. 보육원 한끼 밥값 1400원

이진희기자 입력 2012. 5. 22. 02:37 수정 2012. 5. 2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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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수급자로 분류돼 "후원 줄면 과일도 못 먹여"
지역아동복지센터에는 한 끼당 4000원 지원.. "부모 없다고 차별하나"

"다녀 왔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언뜻 들리는 아이들의 밝은 목소리와 달리, 이 아이들의 밥값에 대해 이야기하는 보육원 선생님의 목소리는 꽤 심각하다. "한끼에 1,400원이라니요. 못해도 3,000~3,500원은 되야 제대로 먹일 수 있는데."

전국 1만7,000명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육원. 가뜩이나 부모의 품에서 자라지 못해 사회적 돌봄이 가장 필요한 아이들이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원 아동 1인당 한끼 식사비가 1,4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보육원 아동에게 세금으로 지급되는 주ㆍ부식비는 시설규모에 따라 월 12만7,669~12만7,882원이다. 한끼로 계산하면 1,418~1,420원. 한참 자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식단을 제공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5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서울 시내 A보육원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 후원금이 줄어들면 자원봉사자에게 '아이들 먹일 과일 좀 사와 달라'고 부탁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주ㆍ부식비 외에 정부가 지원하는 의복비 등 기타비용은 모두 합쳐도 아동 1인당 월 평균 2만원 정도여서 식료품비로 돌려 봤자 별로 도움도 되지 않는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급식을 학교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그나마 쪼개서 보탤 수 있다.

보육원 선생님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서울 지역아동복지센터 등에서 낮 시간 동안 돌보는, 가정이 있는 아이들의 식사값은 4,000원 이상으로 책정돼 있다는 점. 서울시내 보육원 관계자는 "보육원과 지역아동복지센터를 같이 운영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섞여서 점심을 먹는데, 부모 없는 아이들의 식사비가 지역 아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부모 없는 아이들은 (선거 때) 표가 안되고 부모가 있으면 정치권이나 정부가 눈치를 보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분노했다. 물론 현장에서는 아이들 간에 차별을 두지 않고 어떻게든 똑 같이 먹이지만, 식사비 지원 차별을 보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까. 현재 보육원 아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의 한 유형인 시설수급자로 분류된다. 장애인ㆍ노인시설까지 포함해 시설수급자는 전국에 총 8만8,629명(3월 기준)이며, 이들은 공통적으로 한끼 식사비가 1,400원이다. 매년 최저생계비 인상비율에 연동해서 인상되며, 그나마 지난해에는 1,300원대였다. 기초수급정책에 묶여 보육원 급식비도 최소한으로 책정된 것이다.

반면 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복지센터는 기초수급자가 아닌 아동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복지부는 현실적인 비용을 반영해 급식비로 최소 3,500~4,000원 이상을 책정할 것을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서울 지역아동복지센터는 서울시에서 보육원의 유휴 공간을 이용해 주변 아동들과 보육원 아동들의 교류를 장려하도록 지원하고 있는 시설로서 시에서 급식비로 1인당 4,000원을 지원하고, 구청에서 추가로 지원하기도 한다. 강남구 지역아동복지센터는 한끼 급식비로 5,500원이 지원된다.

보육원 식품비 인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보육원만 따로 떼어서 식품비를 인상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그러나 노인시설, 장애인 등 다른 시설 수급자들도 저마다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예산과 연결된 문제라서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꼭 기초수급자 제도가 아니라도 각각의 시설 특색에 맞는 별도의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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