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주차단속 안한다더니 딱지 날아와

2012. 5. 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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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우수 정책으로 선정된바 있는 '점심시간 주차단속 완화'정책이 시행 반년만에 시민들의 분통을 터트리는 제도로 전락했다. 서민경제 활성화와 시민편의 증진을 위해 서울시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중이지만 명확한 기준 미비와 설명 부족, 지자체와의 혼선 등으로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을 야기하고 있는 것.

택시기사 이모(53)씨는 4월 중순, 집으로 날아온 '주정차 위반 과태료'를 보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수가 없었다. 이씨는 지난 4월 12일 오후 12시 43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점 근처인 역삼동 금호어울림아파트 뒤편 이면도로에 주차했었는데 이를 이유로 강남구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한 것.

이씨는 "점심시간에는 주차단속 안한다고 하더니 이게 뭐냐"면서 "밥먹고 나왔을 때 차에 아무런 표시도 없어 단속된줄도 몰랐다. 서울시는 된다고 하고 구청은 단속하고, 국민들 골탕먹이는 거냐"며 화를 참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2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점심시간 두 시간에 한해 소규모(100㎡)요식업소 주변 도로에 대한 주차단속을 유예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점심시간 주차단속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단속이 유예되는 지역은 주차시설이 없는 소규모 식당이 위치한 이면도로로 교통 소통에 문제가 없는 지역에 한정된다. 소통에 문제가 있는 지역도 이시간 만큼은 선(先)계도한 뒤 단속키로 했다. 이 정책은 시행되자마자 시민들의 높은 지지를 얻으며 지난 2월 박원순 서울시장 100대 정책 중 가장 우수한 정책으로 뽑힌 바 있다.

이씨 차량을 단속한 강남구청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해당지역의 경우 상습혼잡지역이라 평소 주민들의 민원이 많은 곳"이라며 "점심시간엔 늘어난 외부차로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주차단속을 해야 한다.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니 우리도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또 "외부인이 대부분인데 언제 또 온다고 선 계도를 하냐"고 따졌다.

서울시 주무부서인 도시교통본부 교통지도과 정법권 지도과장은 "종로나 강남지역의 경우 워낙 혼잡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도 단속을 해야 한다"면서 "혼잡한 지역의 경우 점심시간에도 단속할수 있다고 지침을 정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지역이 점심 시간에도 단속될 수 있다는 안내문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말만 믿고 주차한 시민들은 골탕을 먹을수 밖에 없다. 특히 외부인 주ㆍ정차가 많은 강남 등의 지역에선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강남구청 해당 관계자는 "그렇게까지 일일히 다 설명문 붙여가면서 어떻게 단속을 하냐"면서 '과도한 요구'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단속 기준이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음식점 바로 앞 주차는 단속대상이 아니지만 음식점과 떨어져 주차할 경우 단속대상이 된다. 하지만 몇 m를 벗어나면 단속대상인지 세부 규정이 없다. 이로 인해 단속은 주정차단속반이 임의로 판단해 이뤄진다.

직장인 김모(37)씨는 "음식점 앞에 이미 다른 차가 주차돼 있어 20m떨어진 곳에 주차했는데 딱지가 날아왔다"며 "이의신청을 통해 음식점 영수증 등을 제출한 후에야 과태료를 안 낼 수 있었다. 일하기도 바쁜데 음식점갔다 구청갔다 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자체별로 세부지침을 보낸 만큼 단속 등 제도 실시에 대한 것은 지자체 몫"이라고 했고 강남구청은 "내려온 세부규정이 없다. 구체적인 부분은 정책을 고안한 서울시에 물어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황혜진hhj6386@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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