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남 강진 비인가 대안학교 늦봄문익환학교에선..

2012. 5. 1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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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장서 北축사 읽고 간첩죄 8년 복역 교사도

[동아일보]

"이번 졸업식은 6·15의 기치 밑에 통일조국의 대들보들을 훌륭히 키워 민족의 화합과 자주통일에 이바지하려는 늦봄문익환학교의 선생님들과 통일 인사들의 굳센 의지를 내외에 보여주는 의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신성한 교단에서 통일애국의 무수한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들을 알알이 키워 통일조국의 거목으로 자래워야 합니다."

전남 강진군의 '늦봄문익환학교' 제1회 졸업식(2월 18일)에 북한의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교직원분과위원회'가 보낸 축사다. 팩스로 받은 내용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 장모 교사가 교사 학생 학부모 150여 명 앞에서 읽었다. '키워야'라는 뜻의 북한식 표현인 '자래워야' 등을 그대로 낭독했다.

○ 제주 강정마을 시위도 참여

늦봄학교는 고 문익환 목사(호는 늦봄)의 뜻을 기린다며 2006년 설립된 비인가 대안학교(중고교 6년 과정)다. 그의 유가족과 광주·전남의 좌파 시민단체가 참여한 사단법인 '늦봄평화교육사업회'가 설립해 좌편향적인 체험활동과 교육내용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재학생 12명은 2일 서울 청계광장의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일부는 자유발언대에 올랐다. 이 학교의 명예이사인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과 사진도 찍었다.

이에 앞서 1일에는 서울광장의 노동절 집회에 참석했다. 모두 5년차(고2에 해당) 학생들이 하는 '진로 맛보기' 일부. 1979년 남민전 간첩단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안모 씨, 한국진보연대 문예위원장 정모 씨 등이 멘토였다.

지난달에는 학생 86명이 8박 9일간 제주 강정마을로 '제주평화기행'을 다녀왔다. 4월 17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현장팀장 김모 씨와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해군기지는 불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공사 차량 진입을 막으며 농성을 했다. 김 씨는 현장에서 집시법 위반으로 서귀포경찰에 체포됐다.

▼ 진로탐방한다며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석

평화기행한다며 제주해군기지 반대 시위

늦봄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17일 제주 해군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농성을 벌이는 모습.

늦봄학교 3년차에는 역사탐방학습을 간다. 백두산과 압록강에 가서 분단조국의 현실을 체험하고 통일 열망을 키우기 위해서다. 4년차에는 농어촌 공장 시장에서 노동현장을 체험해야 한다.

또 주말을 제외하고 학생들은 매일 1시간씩 '노작' 수업 일환으로 밭을 갈고 집을 짓는다. 수업시간에는 '철학'과 '자주학습' 등을 배운다. 연중행사로는 △4·19체육대회 △5·18기행(묘비 닦기, 마라톤대회, 영창 체험) △6·15기념행사(이북음식 나눠먹기, 통일음악회)가 있다.

○ 교사와 멘토도 친북 성향

늦봄학교는 기숙형 학교다. 교내에서 '일꾼'으로 불리는 교사는 32명. 간첩죄로 8년을 복역한 비전향 장기수, 평통사 회원이 포함돼 있다. 평통사의 핵심간부 4명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월부터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학교의 목표는 통일 일꾼 양성. 교육철학은 △생명과 영성 △자율과 공동체 △통일과 평화 △삶의 교육, 가치관 교육이다. 현재 전교생 80여 명으로 왕재산 사건 주범으로 2월 1심에서 징역 7년(국보법 위반)을 선고받은 임모 씨, 같은 혐의로 1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한모 씨의 자녀들도 다니고 있다.

늦봄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철학 및 교육과정을 믿고 따르겠다는 서약서를 내야 입학이 가능하다. 입학금 500만 원과 활동수업비 100만 원을 납부해야 최종 합격한다. 기숙사비를 포함한 학비는 월 60만∼80만 원.

학부모들은 포털 다음에 '늦봄아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를 개설한 뒤 북한과의 연락사항을 공유한다. 손모 학부모가 2월 14일 북측으로부터 받은 졸업식 축사를 올리자 '늦봄인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같은 달 16일에는 '늦봄 5기 임OO 아빠(왕재산 사건 주범)의 탄원서를 졸업식 때 받으려고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한 시민은 지난달 22일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 "늦봄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사상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북한에서 세 살부터 세뇌교육을 하는 모습이 연상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이승요 교장은 "통일과 평화를 배워서 (그것을)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다 큰 애들이 이념교육을 한다고 받아들이겠느냐"고 했다. 김창오 교감은 "학벌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우리 학교는 이상하게 보일 거다. 학생들이 평화로운 세상을 앞당기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비인가라는 이유로 미성숙한 학생에게 이념 또는 종북 교육을 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비인가 기관이라 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원에 대해 교육청이 알 길도 없고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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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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