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무반주 아카펠라의 '목소리 스포츠'

입력 2012. 5. 15. 03:21 수정 2012. 5. 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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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 월요일. 비. 아카펠라와 스포츠의 세계.
트랙#8 The Real Group 'The Wonderful World of Sports'

[동아일보]

스포츠의 세계란 오묘하다. 뛰어난 탄력의 흑인, 정교함을 갖춘 백인, 오밀조밀한 황인의 장점이 각각 달라서 두각을 나타내는 종목도 별개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10년 전, 황인인 나는 학과 노래 소모임 멤버였다. 지난주 '노트'에도 등장한 '천국 보컬' Y 군이 리더였다. 나는 Y의 "완벽한 음악을 위해 너의 기타가 필수불가결해"라는 꼬임에 넘어가 기타 반주자로 합류했다. 그런데 뭔가 속은 느낌이었다. 반주 없는 아카펠라 곡들이 레퍼토리에 다수 등장했다. 연습곡 가운데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아카펠라 팀 리얼그룹(사진)의 노래들도 있었다. 내 파트는 베이스였다.

충돌은 Y 군이 리얼그룹의 '원더풀 월드 오브 스포츠' 악보를 출력해온 날 불거졌다. 당시 뭔가 뒤틀린 '멘털'을 품고 있던 내 기분은 그날따라 더 가라앉아 있었다. 저녁을 굶었던가. 발랄한 곡조에 얹힌 '반바지를 입으면 누구든 정말 멋져 보여' '최선을 다하면 공을 잡을 거야' 같은 가사가 괜히 눈에 거슬렸다. 다음 줄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꼴찌를 따라잡아, 꼴찌를 따라잡아. 그 다음엔 빠른 사람을 잡아, 빠른 사람을 잡아' 심사가 뒤틀린 나는 결국 "이런 유치한 노래를 왜 불러야 하냐"며 포효했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해빙'은 이상하게 왔다. 곡의 하이라이트는 하필 베이스의 반전에 있었다. 시종 중후하게 '헤이 야, 야 헤이 야'를 깔던 베이스는 마지막 다섯 음을 남겨두고 한 옥타브 치솟아 곡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내 목소리는 음정 비약과 함께 일순 판소리로 돌변하듯 갈라졌다. 폭소가 터졌다. "이렇게 하는 거"라며 끼어든 Y 군의 시범은 나만큼 웃겼다.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 곡은 정말 오묘한 스포츠였다.

리얼그룹이 정교한 백인적 화성 음악을 펼쳐낸다면, 지난 주말 내한공연에서 본 미국 7인조 아카펠라 그룹 '내추럴리 세븐(Naturally 7)'은 흑인 아카펠라의 진수를 보여줬다. 멤버들이 입으로 내는 드럼 소리와 전자기타 솔로는 너무도 실제 같아 놀라웠다. 흑인 특유의 끈적한 화성과 유연한 무대 매너도 좋았다. 다음 달 초에는 스페인 아카펠라 그룹 비보컬이 내한한단다. 아바부터 레이디가가의 곡까지 부른다고. 라틴계의 '목소리 스포츠'는 또 어떤 모습일까. '야 헤이 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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