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성폭행 당하고.. 학대에 신음하는 입양 아이들

배민욱 2012. 5. 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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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건전한 입양문화의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입양문화는 아직 든든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은 입양 공화국이다. 아이를 입양해서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 아이를 수출하는 공화국이라는 의미다.

최근 1년간 미국 가정으로 입양된 어린이 가운데 한국 출생이 가장 많았다는 미 국무부의 보고서가 발표되기도 했다. 예전보다는 상황이 좋아졌지만 그만큼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을 보기에는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

국내 가정으로 입양이 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입양아이들도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낳은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양한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비정한 아버지가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진숙)는 지난해 12월19일 입양한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성폭력특례법 위반 등)로 현모(38)씨를 구속기소했다.

현씨는 2008년 8월 동생들과 목욕을 하던 A양을 욕실에 혼자 남게 한 후 비누칠을 해주며 성폭행을 하는 등 지난달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현씨는 성폭행 후 A양에게 "엄마에게 말하면 아빠 경찰서에 가서 우리 가족이 같이 못 산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씨는 아내가 주점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야간에 자주 집을 비우거나 새벽에 귀가하는 것을 계기로 A양이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07년부터 음란 영상물을 보여주거나 음란한 행위를 따라할 것을 요구해왔다.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뇌사상태에 이르게 한 경우도 있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해 10월17일 인터넷을 통해 입양한 갓난아기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이모(29·여)씨에 대해 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이씨가 갓난아이를 입양할 수 있도록 출생신고를 허위로 보증한 어린이집 원장 이모(39·여)씨 등 2명을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6일 인터넷을 통해 생후 3개월 된 김모양을 불법 입양한 뒤 남편이 친자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씨는 보증금 500만원의 4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살면서 남편의 한달 월급 180만원으로 생활해 법적인 입양 조건에 맞지 않아 정식 입양이 불가능하자 인터넷에 입양 희망 글을 게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13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김양의 허벅지에 시커먼 멍이 보이는 등 온몸에 아동학대 흔적이 남아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쪽방에서 살면서 이미 두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김양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채 뇌사상태에 빠졌으나 지난 1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학준)도 지난해 12월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피해아동의 온몸을 구타해 뇌출혈 등 중한 상해를 가했다"며 "피해아동이 생후 3개월에 불과한 갓난아기였던 점을 감안할 때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데다가 입양한 아동에 대한 보호의무도 저버렸다는 점에서 죄책이 더욱 무겁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입양 아이들에 대한 편견 등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낳은 자식 못지않게 소중한 내 자식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입양 아이들에 대한 학대 사건을 살펴보면 내 자식이 아닌 '입양아이'라는 의식 때문에 관련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입양한 부모들은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마음과 머릿속에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과연 입양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환경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며 "'잘 기를 수 있겠지'라는 충동적인 생각으로 아이들을 입양해서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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