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형사' 강지환 씨,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입력 2012. 5. 9. 19:33 수정 2012. 5. 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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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현진 기자]연예기사의 꽃, '공항패션'을 하고 싶은데, 공항에 갈 시간이 없습니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패션을 모릅니다. 꼭 오뜨쿠뛰르와 쁘레따뽀르떼의 런웨이 위에서만 패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우리를 경악하게 만드는 '앗' 아이템이지만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패션, 종종 그 해 S/S·F/W 컬렉션의 트렌드는 벗어나지만 웃음을 주는 패션, 이를 '공황패션'이라 부르기로 합니다. < 편집자말 >

영화 < 차형사 > 에서 강지환은 자나 깨나 범인 검거에 매달리는 집념의 강력계 형사 역할을 맡았다.

ⓒ CJ엔터테인먼트

대개 미남미녀가 거침없이 망가지는 건, 후에 이를 상쇄시킬 드라마틱한 변화가 약속돼 있기 때문이다. 추남에서 미남으로의 변신에는 상대적으로 더 잘 생겨 보이는 효과가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강지환의 이번 변신은 너무 했다. 영화 < 차형사 > 에서의 모습은 강지환이 이제껏 이어온 꽃미남의 계보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도발이었다. 무엇보다 차형사의 스타일은 패션이 시각적인 완성이라는 진리를 깼다. 후각적인 자극까지 요하는 그의 패션은 신개념 4D 스타일, 쉽게 말해 '냄새'날 것 같다.

< 차형사 > 에서 강지환은 자나 깨나 범인 검거에 매달리는 집념의 강력계 형사로 패션계에 은밀하게 퍼진 마약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2주 만에 20kg을 감량해 패션모델로 변신, 런웨이에 잠입하는 특급 미션을 수행한다.

패션과 거리가 먼 차형사에게 런웨이의 'S/S(봄여름: Spring/Summer)' 경향 따위는 '삼겹살/스테이크' 정도로 해석될 터. 차형사의 다이어트에는 < 트랜스포머 > 옵티머스 프라임이 트럭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것보다 힘든 과정이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 차형사 > 에서 강력계 형사 역을 맡은 강지환은 패션계에 은밀하게 퍼진 마약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2주 만에 20kg을 감량해 패션모델로 변신, 런웨이에 잠입하는 특급 미션을 수행한다.

ⓒ CJ엔터테인먼트

패션모델로 환골탈태하기 전, 차형사의 스타일은 빈티지와 비슷하지만 보다 자연발생적이다. 무엇보다 세탁을 하지 않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년간 베인 땀으로 인해 본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이 찌든 색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고난이도의 아이템인 양말은 벗어 집어 던졌을 때, 그대로의 형태로 곧추세울 수 있는 정도로 고형화가 진행돼 있어야 한다. 역시 수일 동안 물기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기른 머리카락은 손으로 살짝만 만져주면 자기들끼리 엉겨 붙어 자연스러운 레게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을 정도의 찰기가 필요하다.

영화 속에서 차형사가 벗어 던진 양말이 모양 그대로 탁자 위에 섰다.

ⓒ CJ엔터테인먼트

차형사 스타일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옷이 아니다. 차려 자세로 똑바로 섰을 때, 발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게 앞으로 나온 뱃살이 필요하다. 식스팩이 아닌 통 큰 원팩으로 되어 있어 벨트를 덮을 정도면 충분하다. 와이셔츠는 한 사이즈 작은 것으로 준비해 천이 미어지고, 단추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보이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영화 < 차형사 > 는 강지환 주연의 코미디 < 7급 공무원 > 으로 4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신태라 감독의 작품이다. < 7급 공무원 > 때의 믿음으로, 강지환은 자신을 모두 내려놓아야 연기할 수 있는 차형사를 맡은 모양이다. 실제로 살을 찌우고 특수 분장까지 감행했다고 한다. 혹여라도 < 차형사 > 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신태라 감독은 꽃미남 계보에서 탈퇴하게 된 강지환과 그의 살들에게 반드시 사죄해야할 것이다.

< 차형사 > 에서 변신을 시도한 강지환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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