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매 "23년간 삼촌이 성추행".. 그러나 경찰은

류인하 기자 2012. 5. 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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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앞에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모자로 얼굴을 가린 한 여성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이 여성은 삼촌으로부터 20년 넘게 성추행을 당해왔지만 경찰은 사건을 제대로 수사조차 하지 않고 덮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허모씨(30)는 7살이었던 1989년 7월 새벽 인기척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은 아버지의 동복(同腹) 형제인 장모씨(44)였다. 당시 21살 청년이었던 장씨는 잠든 줄 알았던 허씨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이 행위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기분이 나빴던 허씨는 뒤척이는 척하며 옆으로 돌아누웠다. 7살짜리에 대한 장씨의 성추행은 그때부터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허씨가 잠이 들면 매번 방으로 들어오곤 했다.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얹혀 살고 있는 7살 어린 아이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이혼한 후 친할머니댁으로 들어온 허씨 자매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삼촌의 행동을 어른들에게 알리면 쫓겨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컸다.

삼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온 허모씨(30)가 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씨의 범행은 점점 대담해졌다. 장씨는 학교에서 돌아온 허씨에게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곤 했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할머니댁에서 나온 후에도 장씨의 범행은 계속됐다. 허씨가 14살이 되던 1996년 3월 술에 취한 장씨는 집으로 찾아와 강간을 시도했다. 죽을 힘을 다해 피한 허씨에게 장씨는 "아빠와 언니에게 말하지 마라. 말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고 말한 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허씨가 성인이 된 후에도 장씨는 명절마다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팔로 허씨의 가슴을 건드렸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허씨의 뒤로 다가와 신체접촉을 했다. 참다 못한 허씨는 결국 이혼한 어머니를 찾아가 장씨의 범행을 털어놓았다. 어머니에게 한 고백은 그대로 아버지의 귀에도 들어갔다.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허씨는 자신의 언니(35)도 12살때부터 장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해온 사실을 알게 됐다.

장씨는 허씨 자매의 아버지를 통해 1000만원에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그 녀석도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화를 내던 아버지도 "용서하고 잊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부모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상황까지 치닫자 허씨 자매는 장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아동성폭력의 경우 아동이 성인이 된 후 10년 안에 고소를 해야하지만 이미 고소기간이 지났다는 이유에서였다.

허씨는 성인이 된 이후 최근까지 장씨가 자신들에게 저지른 성추행에 대해 추가고소를 했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진술만 있을 뿐 증거가 없고, 피고소인은 범행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조사는 어렵다"고 말했다. 청주 청남경찰서는 장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허씨는 "명백히 피해자가 있고, 녹취록까지 있는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냐"며 "내가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말하지 못하고 살아온 23년의 세월은 도대체 무엇이냐"고 말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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