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분희·현정화, 런던 장애인올림픽서 재회 이뤄질까
지난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 강당에는 21년 전의 감동이 다시 몰려왔다.
통일교육원 개원 40주년 기념식에 특별 상영된 영화 < 코리아 > 속에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첫 남북 단일팀이 다시 뛰고 있었다. 남북 간판선수인 현정화(하지원), 리분희(배두나) 등이다. 남북 교류·협력이 끊기다시피 한 지금으로선 21년 전만큼이나 낯선 과거로의 시간여행이었다.
10대, 20대는 이름도 낯설 리분희(44)는 북한 여자탁구의 대표주자였다. 리분희와 남한 여자탁구의 상징인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43)의 우정을 토대로 한 이 영화는 남북관계를 되돌아보게끔 한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첫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한 현정화와 리분희(왼쪽).
영화는 지바선수권대회 우승 사실을 토대로 극적 양념을 더했다. 실제로는 남북 여자단일팀은 결승에서 중국과 종합스코어 2-2 상황에서 북측 유순복이 가오쥔을 2-0으로 누르며 우승했다. 영화는 그 대신 2-2 상황에서 마지막에 현정화와 리분희 복식 경기로 각색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당시 리분희는 자기도 모르게 현정화의 트레이드마크인 "파이팅"을 외쳤고, 현정화는 "기랬지, 동무들"이라며 북한말을 흉내냈다고 한다.
극중에 팀이 해체될 뻔한 위기를 딛고 결승전에 출전케 된 순간이나 우승 뒤 헤어지는 장면 앞에 일부 관중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현정화가 리분희의 손을 차마 놓지 못하고 떠나는 버스를 따라가는 모습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뒤 재이별을 연상시킨다.
리분희의 훗날 행적에 궁금증도 쌓이고 있다. 리분희와 유순복 등은 북한에서 '인민체육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리분희는 단일팀 혼합복식 동메달 주역인 동갑내기 김성희와 결혼해 남매를 낳았다고 한다. 첫째 아들은 신체장애를 앓고 리분희는 조선장애인보호연맹 부위원장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리분희는 1993년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현역에서 은퇴하고 지도자로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해 12월4일 리분희를 박두익·정대세(축구), 계순희(유도) 등과 함께 "인민체육인 칭호가 제정된 때로부터 45년간 200여명의 인민체육인이 배출됐다"며 "남홍색 공화국기를 빛낸 인민체육인으로 인민의 사랑을 받았다"고 소개한 것이 최근 소식이다.
현정화와 리분희는 2년 뒤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후로는 만나지 못했다. 현 전무는 2005년 6·15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해 민족통일대축전에 대표단으로 평양에 갔지만 리분희의 얼굴은 못 봤다.
리분희는 장애인 탁구선수들을 이끌고 올해 영국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할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현 전무는 런던에서 21년 만에 리분희와의 재회를 꿈꾸고 있다.
현 전무는 올해 3월 통일교육원의 1일강사로 나와 "리분희 언니를 만나면 내 손으로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월 말 마카오에서 열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때 북측 관계자를 만나 남북 단일팀을 다시 추진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며 "스포츠 교류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단일팀은 탁구대 위에 '작은 통일'을 통해 남북의 힘을 보여줬다. 영화 중 배우 박철민씨(이은일 코치 역)가 지적했듯, 한반도를 가로지른 것은 천안함·연평도·금강산 사건 등으로 얼어붙은 '휴전선'일 수도 있지만 2.7g의 탁구공도 쉽게 넘나드는 선이 될 수도 있다. 영화가 끝날 무렵 주위에서 "이 영화는 청와대에서도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들렸다.
시사회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지만 통일부 당국자나 출입기자들의 충혈된 눈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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