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보고서>에 '파업 기자'..임필성의 '미친 인맥'

2012. 4. 17. 16: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 인류멸망보고서 > 의 임필성 감독. 사진은 세 번째 에피소드인 < 해피 버스데이 > 촬영 당시 모습이다.

ⓒ 임필성

단 몇 컷을 위해 이런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다니. < 인류멸망보고서 > 는 세 편의 작품으로 이뤄진 옴니버스 영화이기 전에 국내 명품 배우들의 '보고'였다.

박해일(목소리 출연)·윤제문·마동석·김무열·조윤희·류승수·이영은 등 영화에서 주요한 배역을 맡지 않았음에도 이들은 각기 서로 다른 장면에 깜짝 출연해 큰 웃음을 주었다. 게다가 봉준호 감독까지 등장해 돌+아이 느낌 물씬 나는 연기를 했다.

임필성 감독의 공이 컸다. 임 감독은 2006년 제작 당시 지금에선 감히 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시킨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 영화계에서 소위 '미친 인맥'으로도 통한다는 게 이런 데서 증명되는 셈이다.

"일부러 노력했다고 하기 보단 인복이 있는 거 같아요. 박해일 군은 < 모빌 > 이라는 단편에서 함께했는데 그때 그 친구도 작업을 좋아했거든요. 함께했던 윤제문, 진지희, 심은경, 윤진서 씨 등도 제 영화에서 처음 데뷔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좋은 배우들이죠. 그땐 신인이었기에 같이 할 수 있었던 거죠. 아니면 제가 좋은 배우를 볼 줄 아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일 수도 있고요. 운이 좋은 걸 수도 있죠. 다 영화적 우정이이에요. 다들 바쁜데 배우도 친하다고 그냥 해주진 않아요. (영화가) 특이하고 해 볼만 하니까 하는 거겠죠. 배두나씨도 외계인이 나오고 촬영도 이틀 동안 한다니까 참여한 거 같아요. 승범이도 류승완 감독 집에 놀러갔다 그 친구가 중학생일 때 처음 봤는데 배우를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다 그런 인연들이 쌓여서 파생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맥이라고 보기보단 자연스럽게 이뤄진 관계로 보시면 되겠네요. 제 영화가 흥행이 계속 안되니까 배우들이 좀 도와주자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웃음)." 영화 데뷔한 현직 기자들 이제는 파업의 아이콘...

배우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영화엔 인류가 멸망하는 순간에서도 뉴스를 전하는 기자들이 등장한다. 리포팅도 하고 앵커로도 나오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일을 다 하는 이들은 배우가 아닌 현직 기자들이었다.

< 인류멸망보고서 > 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 멋진 신세계 > 엔 박성호 MBC 기자가 앵커로 등장해 인류 멸망의 순간을 알렸다. 또한 이성일 MBC 기자 역시 목소리를 통해 뉴스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현재 언론 파업에 선봉에 서 있다. 대체 어떤 연유였을까?

"앵커 역할을 맡은 박성호 기자는 중학교 동창인데 이번에 영화로 데뷔시켜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MBC 기자회장을 하고 있잖아요? 또 목소리 출연한 이성일 기자는 MBC 기자부회장을 하고 있어요. 둘 다 근데 파업 중이네요 (웃음). 나중에 배우들이랑 함께 뒤풀이도 참여해서 서로 얘기도 하고 그랬죠." 임 감독은 인복이라 말했지만 많은 배우들과의 인연은 실상은 그와 함께 작업하는 데에 대한 즐거움이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현재 영화 < 베를린 > 촬영으로 곧 독일로 출국할 류승범은 영화 이후 장편을 꼭 같이 하자고 했다고.

또한 송새벽과 아역 배우 진지희는 직접 임필성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에 다시 작업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진지희는 드라마 < 해를 품은 달 > 김유정과 여진구 등 함께했던 아역들을 시사회에 초대할 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 인류멸망보고서 > 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 멋진 신세계 > 촬영 당시 임필성 감독 모습. 2006년 때 모습이다.

ⓒ 임필성

"혼자는 힘들어, 공동체 작업도 권할 만하다"

임필성 감독과의 작업을 배우들이 좋아하는 데는 영화적 흥행과는 별개로 그 과정이 그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나름의 비결이 있었다. 영화를 전공하지도 않은 임필성 감독이 열정적이고 재미있게 작업을 해 온 이유말이다.

"원래 영화과를 가고 싶었는데 거기에 들어가려면 당시엔 공부를 잘했어야 했어요. 근데 전 내신도 별로고 해서 일단 3수를 해서 학교에 갔죠. 입학해서 영화서클에 들어갔는데 참신하진 않더라고요. 나이 어린 애들이 선배랍시고 앉아있고 그러던데. 그래서 그 당시 독립영화 협의회 워크샵에 갔어요. 거기서 단편 영화를 처음 했고, 류승완 감독을 그때 만났죠. 내 한 기수 선배였어요. 그때 내로라 하던 촬영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이 강사로 있었죠. 이후 지금 청년필름의 전신이었던 팀에 들어가서 4년 동안 연출부로 있었어요. 그때 정지우, 박찬옥, 김용균 감독, 이두만 촬영 감독님이 함께 있었죠. 신림동의 허름한 사무실에서 생활하면서 다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으면 기적"이라고도 했는데 나름 잘 버티고 있네요(웃음)." 그런 연유로 임필성 감독은 후배 영화인이나 동료들에게 공동 작업을 권했다. 아이디어 싸움에 인력 싸움인 영화판에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라면서 말이다.

"미장센 영화제라든지 서로 팀을 만들어 공동 작업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요? 좋은 배우나 스태프가 없으면 자기가 가진 최초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 공동 작업을 해 보는게 유용할 거 같아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할 생각은 말고요. 스마트 폰으로도 장비 몇 개만 사면 영화를 찍을 수 있어요. KT 스마트폰 아카데미 같은 데선 장비도 대여해주잖아요. 지금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건 핑계인 거 같아요. 반면에 그만큼 쉽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인데도 좋은 작품은 잘 안 나오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작품을 할때 매체에 대한 성찰이나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임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OhmyNews모바일 - 언제 어디서나 오마이뉴스를 즐기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