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 노트]날 키운 8할은 유해(?)음반

2012. 4. 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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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월요일. 기어이 봄님, 오심. 레이디 가가와 내게 유해했던 기억.
트랙#4 Lady Gaga 'Born ThisWay'

[동아일보]

레이디 가가.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2008년 8월 15일 저녁. 나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음악 축제 ETP페스트를 보고 있었다. 그날의 헤드라이너인 메릴린 맨슨은 칼날 모양의 마이크를 들고 나왔고 성경을 상징하는 듯한 책을 불태워 무대 바닥에 던졌다. 객석에는 10대 청소년도 많았다.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주최 측의 공연 추천 신청을 심의해 청소년 '무해' 판단을 내렸다. 2월 4일 서울에서 열린 영국 록밴드 주다스 프리스트의 공연도 같은 판단을 받았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내한공연(27일)이 코앞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지난달 이 공연에 청소년 유해 판정을 내렸다. 공연계에서는 영등위의 판단이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나며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공연 관계자는 "영등위가 검토 기준으로 삼는다는 공연 기획서에는 형식적인 신청서와 출연진 명단, 공연 계약서 사본, 예상 곡목 리스트가 포함될 뿐 퍼포먼스나 무대장치 등 세부 내용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 덕분에 오랜만에 내 청소년기를 돌아봤다. 그런데 누군가가 보기엔 매우 유해할 해외 록 음반이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게, 날 키운 8할이었다. 내가 안타깝게도 천사 같은 사람이 되지 못한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유 없이 타인을 해코지한 적은 없다. 머리가 좀 길다는 이유로 회초리를 들고, 오락실에 앉아 있었다는 죄명으로 무릎을 꿇렸던 선생님들이 음악보다 내겐 더 유해했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은 음악이고 퍼포먼스는 퍼포먼스일 뿐이다.

뉴스만 틀어도 각종 폭력과 성폭행에 관한 소식이 쏟아진다. 학교 주변에는 낯 뜨거운 성인광고가 즐비하다. 난 레이디 가가보단 검은 정장 속에 그보다 더 검은 속을 숨긴 어떤 어른들이 더 무섭다. 그들은 레이디 가가처럼 생고기를 입는 리스크는 감당하지 않는다. 자신의 잇속을 위해 대의를 내걸고, 아이들에게 인생은 성공과 실패라는 두 가지 결론이 있는 게임이라고 가르친다. 무대는 좁고 세상은 넓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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