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토막살인..1일 밤 지동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노수정 2012. 4. 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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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노수정 기자 = 지난 1일 오후 10시50분께 경기 수원의 112신고센터에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모르는 아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A(28.여)씨의 전화였다.

이날 A씨는 회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조선족 우모(42)씨와 몸이 부딪쳤다는 이유로 우씨 집에 끌려가 무참히 살해됐다.

A씨는 특히 우씨 집에 끌려간 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에 전화를 걸어 1분 넘게 통화를 하며 구조요청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어깨 부딪쳐 실랑이…우발적 범죄?

사건 당일 A씨는 수원에서 회사일을 마치고 걸어서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지방에 사는 부모와 떨어져 언니부부와 함께 약 4개월 전부터 지동에 거주해온 A씨는 이날 어두운 길을 지나다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우씨와 몸을 부딪쳤다.

자신의 집 앞에 나와 쪼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우던 우씨가 담배를 끄고 막 돌아서 일어서던 순간이었다.

몸을 부딪친 우씨는 사소한 말다툼이 실랑이로 번지자 화를 이기지 못하고 A씨의 목을 팔로 감아 바로 앞 자신의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간 우씨는 A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했고, 우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A씨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재빨리 가지고 있던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112센터에 걸려온 신고전화는 A씨가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지동초등학교를 지나서 못골놀이터 가는 길쯤이다" "빨리요 빨리요"라고 말하던 도중 끊겼고, 결국 A씨는 다음날 오전 우씨 집에서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우씨는 경찰에서 "A씨가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아주지 않아 화가 나 집으로 끌고 들어갔는데 대화 도중 중국 비하발언을 해 더 화가 났다"며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A씨 신고내용처럼 당일 실제 성폭행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발견된 A씨 사체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과 성폭행 감정을 의뢰했다.

◇ 경찰 초동수사 문제 없었나

A씨가 살해되기 직전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찰의 초동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신고가 접수된 것은 1일 오후 10시50분58초. 경찰은 A씨 신고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초기부터 수사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지만 수사내용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A씨가 문을 걸어잠근 채 1분16초 동안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하는 동안 112상황실 근무자는 "누가, 누가 그러는 거예요?" "누가, 어떻게 알아요?" 등 구조 이후에 확인해도 될 말을 하며 시간을 허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의 초기대응도 논란거리다.

수사결과 범행장소가 A씨의 신고내용과 일치한 지동초등학교에서 약 60m 떨어진, 못골놀이터로 향하는 길목에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은 신고접수 후 약 2분30초 만에 범행현장에 도착하고도 다음날인 2일 오전 11시50분까지 13시간 동안이나 집에 숨어있던 우씨를 검거하지 못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바로 현장에 출동하고서도 우씨를 검거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A씨가 밝힌 지동초등학교와 못골놀이터 사이 거리가 1㎞에 가까운데다 휴대폰 위치추적으로도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어 위치를 특정하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고접수 후 10분도 채 되지 않아 순찰차 6대와 형기차 1대 등 형사인력을 대거 동원했지만 늦은 시각인데다 반경이 넓고 인권침해 여지가 있어 탐문에 한계가 있었다"며 "안타깝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 범죄전력 없는데 잔혹·엽기살해…여죄 가능성

경찰은 우씨가 초범임에도 A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점에 비춰봤을 때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애초 성폭행 등을 염두에 둔, 계획된 범죄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A씨 사체가 워낙 잔혹하고 엽기적으로 훼손된데다 조사에 임하는 우씨 태도가 엽기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기 힘들 만큼 담담했기 때문이다. 현재 구속 상태로 유치장에 있는 우씨는 끼니 때마다 밥도 잘 비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통상적인 살인사건의 경우 2~3명의 부검의가 부검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사체 훼손 정도가 매우 심해 14명이 부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용직 노동을 하는 우씨는 훼손한 A씨 사체를 "공사현장에서 처리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우씨는 2007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8번의 입국을 하며, 수도권 등 지방을 전전했는데 일용직 노동을 해온 관계로 정확히 어디에서 생활해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살고 있는 수원집은 지난해 2월부터 월세로 거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기간 중 미귀가자 신고접수내역과 미제사건 등을 확인하며 여죄를 캐는데 집중하고 있다.

ns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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