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구르고 넌버벌 '비밥',무대가 들썩

2012. 4. 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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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에서 공연된 '비밥'의 한 장면.사진제공=페르소나,CJ E & M

【싱가포르=최진숙 기자】열대 과일 두리안 모양을 본떠 만든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신흥 문화 지역 마리나 베이 일대와 아시아의 금융허브 보트키 빌딩숲을 잇는 관광 요지 중 한 곳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 이곳 2000석 대극장을 점령한 이는 한국에서 날아온 8명의 셰프였다. 넌버벌 퍼포먼스 '비밥' 배우들이 뛰고, 구르고 한바탕 소동을 폈다.

"레드 셰프, 그린 셰프 누구를 고르시겠습니까." 관객의 선택으로 살아남은 대장 셰프가 자만심 가득한 걸음을 한다. 객석은 이 동작에서도 '빵' 터진다. '휘리릭 쓰삭.' 칼 쓰는 소리에 뼈가 훤히 드러난 반쪽 생선의 등장. 객석엔 떠나갈 듯 웃음이 솟구쳤다. 마네킹 다리를 허리춤에 찬 레드 셰프를 보자 관객들은 바닥을 쿵쿵대며 배를 움켜쥔다. 탈락한 셰프가 자신을 떨어뜨린 관객을 향해 부동자세로 노려 볼 때도 마찬가지. 관객의 반응은 거의 함성 수준이었다.

첫날 공연은 땀에 찬 무선마이크로 소리 전달이 제대로 안된 순간도 있었고, 다소 장황한 커튼콜로 엔딩 장면이 어수선한 느낌도 줬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엇박자가 관객들의 흥을 누르진 않았다. 객석에선 과하다 싶을 정도의 웃음과 화답이 속출했다. 서울에서 '난타' 공연을 봤다는 빙빙씨는 "공연내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두드리는 소리, 코믹한 배우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객 쓰이 황씨는 "한국 공연이 있다는 소식에 곧바로 예매를 했다. 예상대로 신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비밥' 공연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총 네차례 진행됐다. 매 공연 티켓 유료 판매율은 85%선. 현지 주최사 미디어코프 메이 탐 부사장은 "이 정도면 매진으로 본다"며 "이전에 공연된 한국 퍼포먼스 '점프', '브레이크 아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싱가포르 최대 미디어그룹인 이 회사는 지난해 이곳서 대흥행을 기록한 엠넷의 아시아뮤직어워드(MAMA)를 비롯, 한국 작품을 다수 유치해왔다.

미디어코프 측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한국 공연물에 심한 갈증을 느끼는 수준"이다. 미디어코프 측 관계자는 2010년 '비밥' 초연 당시 작품을 보고 곧바로 싱가포르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 공연과 관련해 내건 조건은 관계자가 본 두 셰프(홍상진, 전주우)가 반드시 출연진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전부였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음식과 한국문화를 좋아한다.이 두 가지가 핵심인 비밥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메이 탐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싱가포르 시장을 분석해보면 한국 음식, 한국 화장품, 한국 음반의 인기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비밥 3회 공연이 끝난 직후 미디어코프 측은 '비밥' 제작사 페르소나 측에 "차기작에 공동 투자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페르소나의 또 다른 작품 '플라잉'도 오는 11월 싱가포르에서 무대를 갖는다.

'비밥'은 두 명의 대장 셰프를 주축으로 한 네 개의 요리 배틀과 후속 비보잉 무대로 이뤄진 퍼포먼스다. 배틀의 메뉴는 스시, 피자, 누들, 비빔밥 네 가지. 신나는 타악, 비트박스, 비보잉, 두 셰프의 카리스마가 무대 동력이다. 지난 2009년 정부의 한식 홍보 프로젝트로 제작된 30분짜리 '비밥코리아'가 전신. 2010년 60분짜리로 업그레이드된 뒤 지난해 5월부터 80분분량으로 서울 마당세실극장에서 정식 공연(공동 제작 CJ E & M)을 시작했다. 최근엔 전용관을 서울 종로2가 시네코아로 옮겨갔다. 관객 대부분은 외국 관광객이다. 싱가포르 공연은 '비밥'의 첫 해외 수출 무대였다.

▲ '비밥'제작사 페르소나 최철기 대표

'비밥'을 만든 최철기 페르소나 대표는 연극 배우로 출발해 1999년 '난타' 업그레이드 버전 연출을 맡으면서 넌버벌 세계로 발을 들였다. 그뒤 고교동창 김경훈 예감 대표와 함께 만든 '점프'가 히트하면서 한국 넌버벌 뮤지컬 선두주자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가 독자적으로 만든 이 '비밥'은 전작 '난타'와 '점프'의 잔영이 남아있다. 주방이라는 공간, 두드리기 소재가 '난타'를 닮았고, 코믹한 배우들의 연기는 '점프'와 비슷하다. 세월과 함께 연륜 같은 게 덧씌워진 두 작품에 비해 '비밥'은 완성도면에서 아직은 아쉬움이 있다. 세련미로 따지면 '난타'보다 덜하고,'점프'에 비해선 폭소가 약하다. 그렇지만 '비밥'은 젊음의 에너지가 무기다. 싱가포르 관객들이 환호한 것도 이 한국 젊은이들의 생생한 에너지 때문이지 않았을까. '비밥'은 6월 태국·베트남·홍콩, 9월 마카오·일본에서도 공연을 펼친다.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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