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리 미팅' 마치콘 대유행 남녀 모두 'OK'..상점가 '반색'

2012. 3. 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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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삼자면 아이디어가 필수다. 기발하고 참신할수록 기회는 기대 이상의 노림수까지 제공한다. 최근 일본 곳곳에서 유행하는 '마치콘(街コン)'이 대표적이다. 마치콘은 열도 전체로 볼 때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입소문의 진원지이자 전국구 붐의 주역이다. 마치콘은 '마치(街)'와 '콘(コン)'의 합성어다. 마치는 상점 거리, 콘은 미팅을 뜻하는 아이콘(合コン)에서 비롯된다. 거리 상점가에서의 남녀 미팅이란 얘기다.

미팅 주최 단체만 80개 이르러

'마치콘'의 부가가치는 크게 4가지다. 이해관계인 모두의 상생 구조다. 거리 부활(상점가), 결혼 골인(참석자), 사업 수익(주최자), 내수 회복(국가)의 기대 효과가 그렇다. 먼저 참석자다. 전국의 미혼 남녀다. 일본 청년의 주요 고민은 취업과 결혼이다. 일자리가 없고 비정규직이 많아 청년 소득은 하락세다. 돈이 없으니 연애·결혼은 꿈꾸기 힘들다. 만혼화(晩婚化)다. 계속되면 결혼 불능과 포기로 전락한다. 비혼화(非婚化)다.

눈높이 상대도 찾기 힘들다. 육식계(여성)와 초식계(남성)의 미스 매치다. 정상적인 연애 기회의 빈도 감소다. '마치콘'은 이걸 노렸다. 미혼 남녀의 만남 계기 제공이다. 이때 미팅 공간으로 죽어 있던 상점 거리를 선정했다. 일본 상점가는 대형 쇼핑몰에 밀려 존폐 위기에 떨어진 지 오래다. 폐업으로 상점 셔터가 내려진 게 부지기수다. 사람이 없으니 돈이 마른 건 당연지사다. '마치콘'은 여기에 주목해 젊은 피를 상점가로 유치했다. 미팅 장소인 음식점 매출 증대와 그 파급효과로 인근 시장까지 부활하는 선순환적인 지역 재생 모델 구축이다.

그뿐만 아니다. 주최 단체는 기발한 중매 사업 고안으로 신규 시장을 창출했다. 갈수록 참석자가 늘면서 짭짤한 수익 모델로 정착됐다. 확인되는 주최 단체만 30개 권역에 모두 80개에 이른다(2011년). 최근 도쿄 도심인 에비스에서 열린 행사엔 1000명 이상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4월 말 시부야 행사 때는 2000명의 참석자가 왔다. 최대 행사는 3000명까지 모였다.

'마치콘'을 비롯한 지역 밀착형 미팅 주선은 이제 일반적이다. 지진 이후 2011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각지로 확산되고 있다. 과소화로 고전 중인 지방 지역에선 지자체까지 나서 적극적인 행사 성공을 거드는 분위기다. 지역 축제로 승화시켜 방문 수요까지 늘린다는 포부다. 행사 진행은 개방적이다. 음식점 여러 곳을 전세로 빌려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교류하는 형태다. 전체 점포를 이용할 수도, 티켓별로 일부만 출입할 수도 있다. 참가비에는 음식 값이 포함돼 다양한 요리·음료를 즐기는 장점도 매력적이다. 참가비는 남성 5000~7000엔, 여성 3000~4000엔 전후다. 이상형을 만나면 행사 시간(보통 3시간) 종료 때까지 함께할 수 있다.

제한은 없다. 결혼 여부, 연령 제한도 두지 않는다. 행사 진행은 자원봉사자 위주로 운영된다. 대개 행사는 주말 점심 때 개최된다. 그만큼 상점가 협조가 적극적이다. 주말 점심 등 골든 타임에서 비켜났기에 음식점으로서도 부가 수익이다. 게다가 입소문 등 선전 효과가 크고 단골손님까지 확보할 수 있다.

원류는 2004년 지방 도시 우즈노미야(宇都宮)의 '미야콘(宮コン)'이다. 당시 지방 도시 활성 차원에서 시도된 게 이후 전국적인 붐을 일으켰다. 붐은 트렌드로 정착됐다. 올 3월 37회째 개최됐는데 규모로는 일본 최대다. 최근엔 대도시까지 붐이 확산됐다. 주간다이아몬드는 "기존 채널에서 애인을 찾는 건 귀찮지만 그래도 연애는 하고 싶은 청춘 남녀에게 마치콘의 자유분방함이 먹혀들었다"고 봤다. 재팬 리스크를 회피하는 일본다운 해소법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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